체스트넛 스트리트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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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날은 없어요. 하루하루 행복하지 않아요. 불평하는게 아니에요. 그냥 그렇다고요." 


덤덤하게 자신의 심경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행복해야 하는 인생'을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나는 행복하지 않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틀린 일일까. 


생각해 볼 일이다. 


"그들은 정말 친구일까?"


관계에 있어 어딜가나 존재감이 있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걸까. 그들의 이름과 어떤 생일파티에 모두 초대받으며 어떤 생일을 보냈는지 꼭 알아야 하는 걸까. 그렇지 못한다면 틀린일일까. 


이것 또한 생각해 볼 일이다. 


주인공 돌리는 열 여섯살의 생일을 앞두고 들뜬 엄마 앞에서 그날이라고 해서 꼭 행복한 날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꼭 생일이 행복한 기억으로 꼭 남아 있어야 하는 걸까? 엄마는 자신의 열여섯살의 생일의 사소한 기억이 행복하게 오래 남아있으므로, 자녀역시 그러길 바랬다. 


"네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리고 다른 애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줘"


라는 엄마의 말에 나온 대답이 첫 대답이다. 


"행복한 날이 아닐거예요."


이때 '늘 무슨 말을 하면 될지 알았고, 그 말을 하는'어머니가 안심시켜주는 말을 파도처럼 밀어붙이지 않고, 그저 어깨를 토닥이며 '그래 일상이 늘 행복할 순 없어, 이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지, 시간이 흐른뒤에 행복했다고 느끼는 날도 있어. 네 지금의 생각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라고 말했다면 돌리는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것 또한 모르는 일이다. 


"다른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일은, 행복하게 해주는 일은 뭐든 다해요?"


"응, 그런것 같은데. 나는 그걸 일찍부터 터득했어. 

다른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면 인생을 헤쳐나가기가 한결 수월해지지."


"하지만 그건 자신이 느끼는 것에 솔직하지 않다는 거잖아요."


"늘 그렇진 않아. 안그래."


이 대화를 통해 돌리는 깨닫는다. 
나는 저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의 생각이 틀린 것도 아니다. 
아아, 엄마의 길과 나의 길은 다르구나. 



그날은 언젠가 그자리에 돌리가 성장한 하루로 남을 것이다.
길은 여러가지라는 사실, 어머니의 방식은 하나의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날로. 
반드시 옳은 길일 필요는 없다. 클린 길도 결코 아니다. 
그저 앞에 놓인 많은 길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메이브 빈치 <체스트넛 스트리트> 중, 돌리의 어머니


저 사람은 항상 옳은 길로 가고 있고 내가 가야 할 길도 그 하나의 길일리 없다. 

틀린 길도 없고 수많은 길 중에 하나를 갈 뿐이다.


이소설의 느낌은 부드럽거나 따뜻하거나 하는 단편적인 표현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이렇게 느꼈다면 그것이 맞고, 저렇게 보았다면 그것도 맞다라는 표현이 소설의 몇몇 인물을 통해서 이입되기도 하고 반감되기도 하면서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진다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다. 한마디로 복잡한 관계가 복잡한 스트릿처럼 펼쳐져 있으니 이 소설은 체스트넛 스트리트 그 자체이다.


사람과 사람관계도 이들처럼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결코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 흐르는 방향이 틀린 방향은 아니라는 것을.  




* 문학동네 메이브 빈치의 신간소설 『체스트넛 스트리트』의 돌리의 어머니를 읽고 쓴 서평이자 기대평이다. 


"행복한날은 없어요. 하루하루 행복하지 않아요. 불평하는게 아니에요. 그냥 그렇다고요."

길은 여러가지라는 사실, 어머니의 방식은 하나의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날로.
반드시 옳은 길일 필요는 없다. 클린 길도 결코 아니다.
그저 앞에 놓인 많은 길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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