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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치킨쇼 - 2022년 제28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일공일삼 106
이희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비룡소 / 2023년 1월
평점 :

천하제일 치킨 쇼
제28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치킨계의 강자! 냠냠치킨에서 천하제일 치킨 쇼가 열립니다. 백한마리의 닭 중에서 최고의 치킨을 꼽는 대회로 고급 사료를 찾는 미각 테스트, 꼬끼오 목청 테스트 등 여러 관문을 통과한 딱 한마리의 닭만이 황금닭장을 차지할 수 있어요.
"들었어? 천하제일 치킨쇼가 열린대. K팝 가수처럼 K치킨 모델을 뽑는 오디션이래."
"우아, 국가대표 선발 대회 같아!"
"나도 인터넷에서 봤어. 어린이 평가단 백한 명을 초대하는 데 냠냠치킨 박스를 긁으면 초대권이 나온대."
"대박! 그럼 많이 시켜 먹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겠네?"
p.109
"일공일호가 천하제일 황금 닭이 될 운명이라면, 구름초등학교 1학년 염유이는 치킨왕이 될 운명이라고 믿고 있죠."(P.41)
일공일호 닭은 황금닭이 되는게 꿈이에요. 방목되어 자란 귀한 닭 틈에서 양계장 출신이라며 무시당하고, 양계장 주인 할아버지가 옛날 영화와 드라마를 틀어놓아 배운 말투도 촌스럽지만 그런 놀림에도 일공일호는 쫄지 않죠!
유이는 치킨 맛을 잘 아는 맛잘알 치킨왕이 되는게 꿈이에요. 치킨을 누구보다 사랑하던 유이는 우연히 초대권을 득템해 어린이 평가단이 되어 치킨쇼에 참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말일세.....그 비싼 몸값이 회장에게 좋은 것인가, 자네들에게 좋은 것인가?”
일공일호가 눈도 껌뻑하지 않고 물었어요.
“회, 회장님이 좋은 게 우리도 좋은 거지 뭐!”
“우럴 위해 이렇게 큰 행사도 만든 분인데. 대한민국, 아니 세상에서 이렇게까지 닭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봉원 회장님뿐 일 거야. 우린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해.”
P.69
그런데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일공일호는 마음 속에 물음표가 자꾸만 늘어갔어요. 마지막 라운드에서 앞 서 탈락한 닭들이 담긴 쓰레기통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진짜 원한게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고 힘차게 날개짓을 시작합니다. 어린이 평가단이었던 유이도 나서서 일공일호를 응원하고 조력해요.

양계장에서 나고 자랐으면 치킨이 되는게 당연한걸까요?
네, 당연한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공일호는 자신만의 꿈이 있었어요. 정해진 룰을 깨고 맛있는 치킨이 되길 거부하고 날아오릅니다. 일공일호의 꿈은 유이의 꿈처럼 허무맹랑하고 쓸모없는 것일 수 있어요. 치킨이 스타가 되어봤자 얼마나 큰 부귀영화를 누리겠어요. 치킨 맛을 잘 알아서 무엇에 쓰겠어요.
하지만 모든 일이 꼭 엄청난 결과를 가져와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엄청난 발견을 할지 못할지 에디슨은 알고 실패했겠어요? 아이들의 꿈을 막고 공부만 시키는건 어쩌면 양계장에서 태어났으니 치킨이 되어야한다는 것과 같은 말일지도 몰아요. <천하제일 치킨 쇼>는 무용한 꿈도 가치있음을, 꿈이라는 결과보다 과정이 존중받아야 함을 어른들에게 일침을 날립니다.
보통 치킨은 뜨거워야 맛있지? 그런데 닭강정은 식어야 바삭하고 고소해.
세상에 정해진 일 따윈 없어. 섣불리 판단하고 낙심할 필요도 없지. 어떤 상황에 처했든 시간을 조금 두고 지켜봐. 슬픔은 꽁꽁 얼렸다가 천천히 녹여 먹고, 기쁨은 뜨겁게 튀겨서 후후 요란하게 먹고, 분노는 찬물에 식혀서 쪼끔만 먹는 게 좋아. 뭐든 체하지 않게.
p.118
지금 부모 세대가 젊었을 땐 청춘을 두고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해 달리는 열정 넘치는 시기로 보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하면 사람마저 무용한 가치가 되고 말죠. 꿈을 쫓을 기회를 잡는 게 '행운'만큼 드물고 접하기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어요.
현실이 이런데 아이에게 어떤 꿈이든 꾸어도 좋다 말해도 될까요. 현실에 눈뜨기 전에 꿈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조심스레 그게 어떤 꿈이든 응원하고 싶습니다. ☺️
+
아이들 책은 보통 내용에 치중해 문장이 아쉬울 때가 있는데,
<천하제일 치킨소>는 드물게 좋은 문장이 참 많은 아이들 책이에요. :)

“안심이나 가슴살은 맛없어. 근데 또 퍽퍽살이 없으면 쫄깃살이 그렇게 맛있는지 모를 거야. 때론 하기 싫은 일도 공평하게 해 줘야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뭔지 알 수 있어.”
p.79
“만화 영화도 두 배속으로 보면 결말을 빨리 알 수 있어. 그렇지만 재밌는 대사를 다 놓쳐서 결국엔 다시 봐야 해. 너도 좀 천천히 공부할 필요가 있어.”
p.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