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버지니아 울프.줄리아 스티븐 지음 / 두시의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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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라면 어머니를 통해 되돌아본다"고 썼다. 울프를 ‘되돌아보게' 하는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p.118

환자이자 딸인 버지니아의 《아픈 것에 관하여》

간병인이자 어머니인 줄리아의 《병실노트》

둘의 글이 만났다.

고통스러운 순간과 장소의 만남처럼 둘은 뗄 수 없는 고리로 이어져있지만 다르다. 버지니아 울프는 아픈 중에도 책을 놓지 않았고 글을 썼고, 줄리아 스티븐은 간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기록해 놓았다.




사실 우리가 의지하는 것은 시인들이다. 질병은 산문이 요하는 장기전에 싫증 나게 한다. 장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사이 우리는 모든 능력을 지휘하며 이성과 판단력과 기억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

(아픈 것에 관하여) p.30

아프면 말들이 신비스러운 힘을 갖는가 보다. 우리는 강력한 구절과 문단에,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소리의 질감에 끌린다. 예를 들면 비판하지 않고 셰익스피어를 읽어 내려간다.

(아픈 것에 관하여) p.56

마치 질병을 통해 다른 우주 전체가 창조되는 것 같다. 매우 물리적이어서 글은 육체를 판유리처럼, 모든 경험의 전달 장치로 강조한다.

(아픈 것에 관하여) p.57

#버지니아울프 는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1800년대 영국의 조용한 마을, 예쁜 풀이 우거진 그녀의 집으로 순간 이동된다. ⟪아픈 것에 관하여 & 병실 노트⟫도 그랬다. 그녀의 글은 그녀가 아팠던 순간, 나의 아팠던 기억 속으로 나를 끌어다 놓았다.

리넨의 작은 주름이 무슨 해가 될까 싶어도, 작은 주름이 간병인의 팔에 눌리면 살갗이 빨개지고 눌린 자국이 생긴다. 병들면 피부가 약하고 특별한 경우 무척 예민하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병실노트) p.112

"울프는 어머니가 "유년기의 대성당의 중심"에 있다고 묘사했다."(p.119)

줄리아는 의사인 아버지와 예술가인 이모들 사이에서 소설가, 시인, 철학자들에 둘러싸여 자랐다. 예술과 가난한 병자들을 살피는 자선활동을 어려서부터 시작해 간호하는 능력이 노련했다.

책은 간호가 중심이 아닌 '병실' 노트로 병실에서 지내는 환자를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씻는 순서부터 방수포와 침대 시트를 편편하게 까는 법, 밤늦게 빛을 사용하는 것까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간호를 위해 병원 생활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야기보따리를 털어놓고 싶을 만큼 공감할 내용들이 차고 넘친다.

애석하게도 엄마의 간호 능력은 자녀들을 외롭게 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누가 아프거나 다른 형제자매가 곤경에 처하면 잠깐 말고는"어머니와 단둘이 있었던 기억이 없었다. 자매인 바네사 벨 또한 "대체로 우리는 아픈 게 좋았다"고 말했다."(p.123)



어렸을 때 한 집에 살면서도 엄마의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다. (엄마는 늘 늦게 들어와 일찍 나가셨다.) 그러다 열 살쯤 거식증에 걸려 물도 마시지 못했는데 그때 엄마가 잡아주던 손길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온기가 나를 살렸다.

버지니아 울프는 만 열세 살 사춘기가 시작될 나이에 엄마를 잃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엄마의 사랑에 늘 목이 말랐던 아이는 버지니아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살아있었을 것이다. 줄리아가 살아있어 버지니아를 살필 수 있었다면 그녀의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웠을 텐데… 지금보다 작품도 더 많았을 텐데 세상은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나 보다. 어쩔 수 없어 더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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