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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 목소리는 어떻게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가?
존 콜라핀토 지음, 고현석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평점 :
사람은 뱃속에서부터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다. 놀라운건 태아가 엄마 목소리만 학습이 된다는 사실이다. 남자 목소리는 저음이라 자궁벽을 잘 통과하지 못하고 엄마 목소리처럼 뼈, 탯줄을 통해 전달되지 않아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태아에겐 운율의 높낮이만 구분되는 웅얼거림이라고.
그렇다면 아이들은 태어나서 목소리를 언어 신호로 사용하는 걸 어떻게 할 줄 아는걸까?
신생아들은 울음을 통해 성대와 혀를 조절하는 법을 터득한다. 복근과 횡경막, 목구멍, 입, 입술, 공명실도 조절해가며 더 큰 소리로 우는 방법을 터득하고, 이유식을 시작하면 후두가 목구멍을 따라 내려오는데 이 때부터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이가 인공와우를 할 때, "말을 배우는데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담당 교수도 "빨리 들을수록 재활 성공률이 높다."고 했고 늦을수록 한계가 있다 말했다. 아래 사례를 통해서도 언어를 숙달해 말하려면 특정 시기에 인간의 목소리를 반드시 들어야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 LA에 '지니genie'라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는 하루종일 화장실 변기에 묶여 있거나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골방에 혼자 갇혀 언어 발달의 핵심 단계들 내내 인간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13살에 아빠에게서 벗어나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몇 개의 단어밖에 말할 수 없고, 그 단어로 문장을 만들지 못했다. 호흡, 발성, 음높이 조절, 조음도 모두 엉망이었다.
인간이 목소리 신호를 발화로 변화시킨 능력은 약 3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이스>의 저자는 인지대도약 Great Leap Forward (언어가 인간의 머릿속에서 생겨나게 만든 인지능력의 대폭발) 이 일어나 지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지배적인 학설을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의 기원은 '과학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뇌, 폐, 후두, 혀, 입술은 화석화되지 않기 때문에... 단서를 찾을 수는 없다.'(p.143) 그래서 언어를 골자로 한 인류의 발전사를 다룬 책이 없나보다. (물고기, 총기, 전염병.. 등 정말 다양한데)
그 유명한 <종의 기원>도 인간의 진화, 정신적 능력 특히 언어처럼 복잡한 것은 설명하지 못한다. 뮐러는 자연선택으로 새나 짐승의 울음소리가 의미있는 말로 진화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인간의 목소리는 완전히 독립된 특별한 발전이다. 다윈은 아기들의 옹알이를 보고 동물이 소리를 내는 능력과 같은 '본능에 의한 것'이지만, '완벽한 본능'은 아니며 어른에게 배워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인용하면 우리에게 타고난 말하기 본능은 소리에 불과한 아주 미약한 것이었지만 인류가 언어로 완성해낸 것이란 뜻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셰익스피어의 가장 아름다운 소네트도 지루하고 단조롭게 읽으면 듣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p.35)
음성학 파트(6.사회에서의 목소리)를 읽다보면 새들이 아무리 감정적 운율을 담아 지저귄다해도 억양, 강세, 발음 등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인간 목소리가 가진 절묘한 정서적 운율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노래하지 않는 언어는 죽은 언어라고 표현했다. 언어가 타인에게 내 존재, 감정, 의견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인만큼 감정이 빠지면 생기없는 시체와 같다. 인류가 언어를 완성해내는 그 뿌리에 감정이 있었다. 심리학과 뇌과학의 심도있는 융합이 더 많은 진실을 밝혀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