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올지 모를 희망 말고 지금 행복했으면 - 모든 순간 소중한 나에게 건네는 헤세의 위로
송정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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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꿰뚫어 보고 경멸하는 일은 어쩌면 위대한 사상가들의 일일지 모른다.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봄은 굳은 마음을 말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움트는 새싹과 변함없는 순수함을 틔워내는 꽃을 보면
꽁꽁 얼었던 강팍해진 마음이 어느새 무장해제되고 나도 모르는 새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언제 올지 모를 희망 말고 지금 행복했으면>의 글도 비슷하다. 꼭 헤르만 헤세의 글을 발췌해서가 아니다. 봄, 헤세, 그리고 이 책은 결을 같이한다.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떤 곳이든
그 자리를 사랑하라고.
누가 알아 주길 바라지 말고 그저 부지런히
뿌리를 굳건히 내려보라고.
p.65


해마다 돌아오는 똑같은 봄을 사랑과 경탄과 경외심으로 바라보게 된 건 생명이 당연히 주어지는게 아니라 축복이란걸 깨달은 뒤였다. 단 한번도 땅을 파본 경험이 없었던 나는 겨우내 얼고 굳은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 생명이 태어나는데 드는 수고는 생각보다 많다. 부모, 친척, 친구들은 물론 순산을 도운 의료진, 지하철에서 양보해준 청년, 덕담을 아끼지 않으신 할머니들까지... 동네 어르신들은 아기를 안은 날 보며 "가장 행복할 때다.", "가장 기쁠 때다."라고 말하곤 하셨는데 그 말을 듣던 당시엔 다 늙으면 재미가 없단 말이 귓가에 맴돌아 마음이 아팠다. 당시의 난 좋은 날 다 가고 쓸쓸함만 남은 것이 늙음인가...하는 약간의 헛헛함을 느꼈다. 헌데 이 책을 읽으며 노인들의 삶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단 생각이 들었다.

더 넓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더 깊어진 생각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더 맑은 시선으로 세상을 대하는 일.
그게 나이를 먹는 일이라면,
늙음은 더 이상 슬픈 일이 아니다.

나이 드는 것은
시들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고유의 가치와 매력, 지혜,
고유한 슬픔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p.267



독일은 예순이 넘으면 생일잔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우린 환갑과 칠순에 잔치를 열고 젊은이들은 힘든 세월을 버텨온 어른을 존경한다. 아니 존경했다. 늙는 건 죄가 아닌데 언제부턴가 어른들의 조언이 꼰대짓이 되어 어른들은 스스로 말을 삼가게 되었다.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세대간 교류가 끊어지고 서로의 자리에서 그대로 외딴섬이 되고 말았다. 고립감만큼 사람을 외롭게 하는 건 없다. 기억하자. 누구도 혼자서 행복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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