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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의 텃밭 조선의 채마밭 - 채소와 텃밭, 작물이야기 ㅣ 조경기사의 식물 인문학 2
홍희창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7월
평점 :
아이들을 키우면서 예상치 못한 일을 많이 겪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식물과의 반려입니다. 선인장도 죽이는 망손이었는데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학교에서, 선물로 식물 화분이 꾸준히 생겨 강제로 실력이 늘고 있어요. 아이들이랑 작은 화분에 이것저것 심어 길러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전 어렸을 때 친가댁 근처에 밭이 있었고 외가댁이 논농사를 지어 땅과의 추억이 많은데 아이들은 그런 경험이 적어서 주말 농장도 도전해볼까 합니다.
저처럼 채소를 기르기 위해 집 안에 화분을 들이고, 텃밭을 빌려 채마밭을 가꾸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사실 이런 모습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선비들의 텃밭 조선의 채마밭>에 따르면 "우리 민족이 원시 농경을 일으키며 정착 생활을 시작한 때는 대략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6000년경이라 합니다."(p.62)

기원전 2300년경 일상 가와지 볍씨 발견 등을 토대로 우리나라 벼농사는 4천여 년 전으로 추정했습니다. 1998년, 충북에서 세계 최초의 볍씨가 발견되었는데 (신석기 시대가 기원전 10000년 전~6000년 전) 약 13000~15000년 전 볍씨라고 합니다. 밥심의 뿌리가 상당하죠!
"먼 옛날 농경 생활을 하기 이전에 사람들은 산과 들에서 야생 식물의 잎과 열매, 뿌리를 채취하여 먹었습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맛있고 잘 자라는 식물을 골라서 집 가까이에 심어 먹었으니, 이것이 채소 재배의 시작입니다."(p.71)
우리 땅에 처음 들어온 곡물은 기장과 조였고 그 뒤를 이어 보리, 벼, 콩 등이 들어왔습니다. "고려 시대엔 어떤 채소가 있었을까요? 고려 무인정권 시대의 문인인 이규보의 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는 오이, 가지, 무, 파, 아욱, 박, 참외, 순채, 토란 등 여러 종류의 채소 이름이 보입니다. 이 채소들은 간식이나 반찬으로 먹은 듯합니다."(p.72)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 시대엔 채식 위주의 식단이 중요했다고 해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밭농사가 발달하기 좋았을 거에요. '콜럼버스의 교환'이 이뤄지던 시대엔 신대륙에서 감자와 고구마, 고추, 옥수수, 토마토, 호박 등이 전해져 또 한번 식탁 위 혁명이 일어납니다. 농사법도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 시도되고 발전되었어요.

<선비들의 텃밭 조선의 채마밭>은 「조선왕조실록」처럼 유명한 고서는 물론 중국의 기록, 생소하고 낯선 그리고 아주 많은 고서들 속 선조들의 농사 기록을 아주 상세하게 담고 있습니다. 농사의 기원부터 당시 사회, 문화적 배경과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 왜, 어떻게 심게 된건지 등 (예를 들면 흉년이었을 땐 집 근처 공터에 구황작물을-) 채마밭을 중심으로 한 역사를 보여줍니다.
신기했던건 책만 읽는 줄 알았던 선비들이 농사에 상당히 진심이었단 점이에요. 고려의 이규보와 이곡, 여말선초(麗末 鮮初)의 원천석, 조선의 양성지, 서거정, 강희맹, 이행, 박세당, 김창업, 이옥, 정약용, 김려와 이학규의 밭을 둘러보며 어떻게 밭을 일궈야 하는지 배울 수도 있고, 작물 관련 시와 그림도 볼 수 있습니다. 몸으로 실천하는 지식인, 농민들의 노력 덕분에 오늘날 우리 밥상에 야채가 풍성할 수 있는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