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클럽연대기 -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지음 / 파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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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쌍팔년도 빨리 좀 안 가나-'

...

그해에 우리들은 태어났다.

p.13





서기 1955년은 단기 4288년으로 어른들은 쌍팔년도라고 불렀다. 1980년도에도 어른들은 쌍팔년도란 말을 썼다. 얼마나 사는게 지긋지긋했으면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까.


우리는 종종 힘든 일을 겪은 이에게 "힘을 내."란 말을 쉽게 한다. 걷던 사람이 뛰는 것과 달리 넘어진 사람이 다시 일어나 뛰기까진 훨씬 많은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뛸 수 있는지 내 몸을 먼저 살펴야 한다.



<샛별 클럽 연대기>는 6·25 상처가 아직 아물기 전, 1963년 봄, 문창군 문창읍 문창리에 있는 문창국민학교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학예회에서 다른 학년은 파월장병 노래, 장병부대 노래를 부르는데 이 아이들은 담임인 강창성 선생님의 뜻에 따라 오페레타(오페라)를 한다. 함께 무대에 선 아이들은 샛별클럽이란 모임을 만들고 십년에 한번씩 2월 27일에 만나기로 한다.



죽은 왕자를 대신할 착한 후계자를 찾기 위한 왕의 재치가 엿보이는 상당히 교훈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에선지 강창성 선생은 간첩 누명을 쓰고 실종된다. 그리고 무대에 섰던 아이들은 대공 용의자가 되어 경찰서에 잡혀간다.



2월 27일, 

바로 그 밤에 세 사람이 체포되었다고 했다. 

미선 아빠 문태식 씨. 

창수 아빠 오희재 씨. 

강창성 선생의 형 강영성 씨.

p.77




한 민족이 둘로 나뉘어 서로를 적대시하고 총칼을 겨눈다. 전쟁에 약탈, 고문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했다. 반공이니 간첩, 월북, 사회 이념을 놓고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분위기는 모든 일에 불안을 안고 살게 만들었다. 내 집을 지키는 것, 돈을 주고 받는 것, 친구를 사귀는 것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간첩이란 죄목으로 어른들이 징역 20년형에 처해지고,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을 이제 예전처럼 대하지 않는다. 이 일로 아이들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상처가 덧나 죽기도 하고, 죽음의 길로 가게 되기도 하고...



우린 전쟁 후 얼마나 빨리 회복했는지, 경제적 발전을 이뤘는지를 놓고 자화자찬한다. 소설은 빛이 있기 전 어둠을 조명한다. 어둠 없인 별이 빛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복기시켜준다. 뼈 아픈 역사이긴 하지만 8월, 1년 중 한달 아니 하루만이라도 어둠을 마주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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