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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어떻게 살아야 할까 - 삶의 길목 위에서 찾은 해답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북아지트 / 2022년 8월
평점 :
우리는 과거 올림포스의 신들을 숭배했듯 여전히 스스로 만들어낸 정신적 대상에게 꽉 붙잡혀있다. 오늘날 이 신들의 이름은 공포증, 집착 등 한마디로 신경증적 증상이다. 질병이 신이 되었다.
p.22-23
융이 말했듯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신을 믿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비타민을 믿는다. 비가시적이란 점에서 닮았지만 존재론적으로 본다면 신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비타민은 과학 덕분에 밝혀졌다. 이를 두고 인류의 진보와 성장, 교양이 고취되었다 볼 수 있을까.
<호모데우스>의 유발하라리는 "인간은 힘을 얻는 대신 의미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이 사라진 자리는 00장애, 00증등의 질병과 00주의(ex.물질주의, 쾌락주의..) 등이 대신하고 있다. 심리학, 정신은 신과 비타민 사이 어딘가에 있다. 과학적으로 모든게 밝혀지지 않아 아직은 신비로운 느낌이 남아있는 그 즈음. 우린 정말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순 없는걸까.

삶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삶에 대해 뭔가를 발견했다 싶으면 즉시 새로운 탐구 영역과 아리송한 질문들이 생겨난다.
p.115
저자는 우리가 선택의 기로에서 무언갈 택했을 때, 그 결정 너머에 있는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분석한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근원의 신비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한사람의 온전한 모습에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행동 패턴을 보고 마음을 분석하는 심리학이 아닌 #심층심리학 이다.
무의식 속에 감춰진 깊은 내면과의 대화를 위해 저자는 심층심리학적인 수행을 권한다. 내용이 상당히 심오하고 어려운데 직역한 듯한 번역에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번역이 꼬인 난해한 책도 한번씩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실천은 역시 어렵다.)
√ 오늘 내게 감흥을 준 일은 무엇인가?
√ 내게 적잖은 에너지를 쏟게 만든 일은 무엇인가?
√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왔는가?
√ 오늘의 경험은 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 그 경험이 발동시킨 다른 문제들이 있는가?

오십이 아니지만 나이가 들고 있어서인지 나도 고집이란게 생기는 건지 "루틴 중독"과 프로이트의 '반복 강박'에 공감이 갔다. 학창시절엔 그렇게 학교가 정한 루틴이 싫었는데 20대에 직장을 다니며 잡힌 '배가 고프지 않아도 세 끼를 먹는 루틴'이 아직도유지되고 있다. 자꾸 무언가 정해진 일과에서 어긋나는 일이 생기는 게 싫어지는 게 신경증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햄릿콤플렉스에 빠지지 않도록 루틴에 변화를 주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햄릿 콤플렉스란 중독을 포기하는 것처럼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뜻 모를 이유로 이를 포기하지 않거나 포기할 수 없는경우를 말한다.(p.99) 우리가 새해 초 새로운 결심을 하지만 오래가지 않는 것도 이 햄릿 콤플렉스 때문이다.
'목표라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리의 정신, 중독 전략이 추구하는 원치 않는 관념을 상대해야 한다'고 저자는 어렵게말했지만 쉽게 풀어보자면 새해 목표로 영어 단어 10개를 외우기로 했는데 이를 실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단어 수를 5개로 줄일 게 아니라 내가 왜 공부를 하지 않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지 내 관념에 깊게 침투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자기를 둘러싼 환경을 '읽어내' 메시지를 얻는다고 할 때, 이 메시지는 세상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조금 투박하게 표현하면 내게 벌어지는 일은 나 때문이며 그 일이 곧 나를 드러내고 규명한다는 것이다. p.111
"심층심리학 작업의 절반 이상은 자신의 심오한 지식의 원천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p.211) 모든 행위에는 까닭이 있다. 의식적 사고 저 아래 깊이 뿌리박혀 있는 보호 기제를 건드린다는건 스스로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고 꺼려진다. 그럼에고 불구하고 나를 들여다보는건 나이가 들어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일인가보다. "인간이라는 뒤틀린 목재에서 곧은 것이라고는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는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의 말을 믿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뒤틀려진채 굳어버리기 쉬운 존재인건 부정할 수 없으니까. 또 한 그루의 뒤틀린 나무가 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