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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하루, 그게 오늘이야 - 따분한 일상을 유쾌하게 바꿔줄 다이어리 북
레슬리 마샹 지음,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0월
평점 :
다이어리북이 왜 베스트셀러일까 궁금했는데 다이어리북을 보고나니 이해가 갔습니다. 팔할은 저자 때문일거란게 저의 추측이에요. 저자인 레슬리 마샹은 N잡러 중 최고봉에 있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맞춰보세요. 한 사람이 직업을 몇 개 까지 갖을 수 있을까요?
레슬리 마샹은 “유기농 목초지에서 아이 넷, 7 마리의 개, 수십 마리의 돼지, 수백 마리의 칠면조, 수천 마 리의 닭 그리고 땅에서 자라는 생산물과 더불어 살고 있”으면서 요가 강사, 연구, 저서 집필, 테드와 온라인에서 강연까지 합니다. 속으로 '이 사람은 하루가 48시간인가.' 생각이 들었어요. 이토록 바쁜데 하루가 반짝이다니?

<반짝이는 하루, 그게 오늘이야>는 다이어리북이에요. 그래서 목차도 겨울, 봄, 여름, 가을 순으로 되어 있어요. 가을부터 할까 생각하다 첫 장이 궁금해 열어봤는데 '심쿵!'하게 만드는 첫 문장이 저를 두근거리게 했어요.
나의 유별남도 '특별함'으로 변하는 하루
행운의 상징인 네 잎 클로버는 세 잎 클로버들 사이에 있기에 더욱 특별하죠.
당신도 마찬가지랍니다.
당신의 유별남이 당신을 가치있게 해요.
당신이 느끼기에 못난 구석이고
불완전한 상태라도 말이에요.
숨기고 싶은 나의 유별남, 까탈스러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숨기고 싶은 유별남, 까탈스러움은 집착 그리고 청력이에요.
집착
이걸 집착이라고 표현하는게 맞을지 모르겠는데 전 무언갈 "하겠다." 말했으면 반드시 해야 해요. 그러지 못하면 온 몸이 두드러기가 나요. 지키지 못하면? 심장이 뛰는건 약과. 피부 발진이 나고 속이 뒤틀리는 등 몸이 상해요. 정말 유별나죠. 그래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약속은 반드시 지켜요. 병원에 입원해서도 서평 마감같은 주요 일정을 잊지 않고 챙겼으니 말 다했죠. ㅎㅎ;
청력
이건 요 근래 생긴 까탈스러움이에요. 몇 년 전 먹은 약 부작용 중에 시력 상실이 있었는데 다행히 시력은 괜찮았지만 온 몸에 독이 퍼진 것처럼 몸이 상했었어요. 치료를 위해 맞는 약을 찾아야 했는데 내 몸에 맞는지 안맞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먹어봐야 알죠(마루타ㅠ). 맞지 않는 독한 약들을 먹고 몇 차례 호되게 고생한 뒤로, 귀에 약간의 통증이 생기면서 소리에 민감해졌어요. 멀리서 나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하고, 큰 소리가 나면 귀가 너무 아파요.
참 아이러니 하죠. 아이가 청력을 잃고 몇 년 후 엄마도 귀가 아프게 되다니. 어쩌면 나의 장애를 받아들여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문득 스칩니다. (아이가 주기적으로 청력검사를 받아서 저도 함께 들어가는데 20dB까지 들리는거 보면 아직은 기능적으론 괜찮아요.^^;) 이렇게 적고보니 청력 문제는 가족에게 얘기를 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 목소리가 커서 귀가 자주 아픈데 제가 자꾸 조용히하라 얘기하고, 인상쓰고 그런게 마음에 걸려요.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니 꼭 말해야겠어요.

티끌 하나 없는 수정은 보는 사람을 긴장시키죠.
감히 만질 수도 없고 가까이 다가서기도 겁나요.
완벽은 불안을 유도하는 법이니까요.
그러니까 당신, 자신이 가진 약점에 감사하세요.
여러분의 약점은 무엇인가요. 전 솔직하지 못하단게 큰 약점이에요. 학창시절 엄마가 제 일기를 읽고 잔소리를 해서 ㅠ 기록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전 그 뒤로 일기를 잘 쓰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뭐 그리 특별하다고 숨겼나 싶지만 십대 소녀에게 프라이버시는 정말 생명줄 같은 존재잖아요?!
책에서 저자가 가장 먼저 언급하는건 바로 "솔직하게" 쓰란 거에요. 그래서 용기 내어 저의 숨기고 싶은 부분들에 대해 적어봤습니다. :) 책을 읽기 전까지 한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것들이에요. 그런데 몇 분 만에 술술 뚝딱 써지는게... 저자의 마법인지??? 참 신기합니다. (능력이겠지만 왠지 책을 펼치면 혹하게 되네요.)

블로그를 하며 늘 글을 솔직하게 쓰려 하지만 '읽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긴 어려워요. 의도하진 않아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요. 과대 포장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이웃님들께서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합니다.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는 시간은 긴데
나에게 주파수를 맞추는 혼자만의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한번쯤 돌아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