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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0월
평점 :
역사가 발전하는덴 사람이 든다. 밝은 곳에선 누군가의 노력과 사람들의 관심으로 세상이 나아지기도 하지만 어두운 곳에선 불운한 사람들이 희생되어 사람들을 깨우고 세상을 바꾼다. <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은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범죄이지만 자극적이고 엽기적이기보단 슬프다.

1850년 미국 미주리주의 농장주 로버트 뉴섬은 '첼리아'라는 14살의 흑인 소녀를 노예로 샀다. 하녀로 구입했지만 성노예로 삼아 첼리아는 아이를 둘이나 낳고 셋째를 임신했다. 몸이 아팠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성관계를 여러차례 거부했지만 듣지 않았고, #첼리아 는 결국 뉴섬을 때려 죽이고 시신을 불태웠다.
범죄 사실은 금방 밝혀졌고, "미주리 법정은 첼리아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는 곧 "백인 남성이 여자 노예를 성폭행했다 하더라도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p.104) 첼리아는 세번째 아이를 출산 후 교수대에서 처형당했다. 이유는 그 신생아가 ''뉴섬 가의 재산'이기 때문이었다.
첼리아가 사형당한 다음 해인 1856년의 일이다. #마가렛가너 도 성노예에서 벗어나고자 켄터키주에서 오하이오주까지 도망갔지만 노예 사냥꾼들에게 잡혔고 그녀는 노예가 다시 되느니 죽겠다며 아이들을 향해 칼을 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살아남았지만 두살 딸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마가렛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사형을 면한다. 그의 죄명은 "주인의 재산을 손괴한" 혐의 였다. 죽은건 그녀의 딸이 아니라 주인의 재산이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았다. 입 하나 덜어야 살 수 있었던 가난한 시절 딸들은 중학교 입학 대신 #식모 로 일을 나가는게 흔했다. "식모는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에 속했고 노동법 등과는 전혀 상관없이 주인집의 하녀처럼 일해야 했다. ... 주인집의 호통과 학대에 시달리며 모진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이가 부지기수였고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p.258)
1965년 식모를 가두고 화젓가락으로 지지고 빗자루로 때려 사망케 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 나이는 불과 15살이었다. 또 다른 집 식모였던 15살 소녀도 도둑 누명을 쓰고 곤봉으로 중상을 입을만큼 두들겨 맞았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이 한 줄이 생기기까지 우리가 모르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했다. 형벌같은 삶을 살다 가는 것도 억울한데 범죄자로 낙인까지 찍힌 채 죽어야 했다. 이 악순환은 끊어질 수 없는 것일까.
지난 15일,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직원 한 명이 사망했다. 반죽을 섞는 기기에 이십대 꽃같은 소녀의 목숨이 갈렸다. 회사는 장례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기계를 다시 돌리고, 장례식장에 빵을 가져다주었다. 왜? 왜! 이보다 더 잔인할 순 없다.
법과 원칙을 칼같이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던 대통령은 중대재해법을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 때문인지 사업주를 들먹이며 애둘러 애도를 표했다. (사람 목숨보다 자기 입장이 더 중요한가.) 이명박 정권 시기, 정규직이 줄고 계약직, 하청이 급증했다. MB악법이란 단어까지 탄생시키며 비정규직법을 개악했다. 두고두고 이렇게 뒤 탈이 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법이 사람을 살리진 못해도 최소한 살아있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진 않아야 한다. 국가와 법은 모든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어디선가 피로 법을 쓰기 위해 희생되는 분이 계시진 않을까 두렵다.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지만 가까운 이웃, 내 가족, 내가 역사에 희생될 수도 있단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