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한국사 : 현대편 쟁점 한국사
박태균 외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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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한국사』(현대편)에는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역사학자 여덟분의 강의(창비학당)가 담겨 있습니다. 강의한 교수님들이 서로 관점이 다르기도 하다는데 책에 그대로 담은 이유가 아주 멋저요-!

 

"역사는 교과서로 배우는게 아니다. 10명이 10개의 관점으로 주어진 사실과 역사적 맥락을 조합해 그려나가는 것이다."

 

 

『쟁점 한국사』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대놓고 비판하고,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부정하고 비판했던 최근의 연구성과들을 다루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경제서적처럼 역사책도 계속해서 최근 출간되는 책들을 꾸준히 읽고 공부해서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분노케하는 사건, 이슈들이 많았지만 특히! 왜 우리가 일본 대신 패전의 책임을 지게 된 걸까?  에 관한 이야기, 해방 3년사를 읽으니 머리로 피가 몰리더라고요!

 

일본은 군국주의가 해체되고 민주화 개혁이 일어났다.
전범 재판이 있었다.
재벌 해체와 토지개혁, 노동 개혁 등이 이어졌다.

같은 시기, 우린 분단되었고, 남한에서만 군정이 실시되었다.
남한은 총독부 관리를 유임하고 친일파 청산과 토지 개혁을 저지당했다.  

 

그리고 피가 몰린 덕분일까요?

 

책을 읽으며 깨달은건 제가 그 동안 역사를 과거 이야기 들춰보듯 했다는 거였어요!! 책을 읽으며 이 시야에서 벗어나 현재와 아울러 생각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박정희가 암살된 이야기를 읽다보니 최태민과 대를 잇는 악연이 이어져 지금 박근혜가 이꼴이구나....;;;

이승만의 하야와 박근혜의 탄핵이 단어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꼴이고, 4.19 혁명과 우리의 촛불 집회도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었어요.

4.19 혁명을 일으킨 사회적 소외계층, 약자들, 학생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유모차 부대들.

 
약자란 생각이 들 수록 더욱더 열심히 국가일에 관심갖고 역사를 바로 보아야겠다 싶었습니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저주어 역사를 이제 남 이야기 듣듯, 옛날 이야기 보듯 하던 아둔함을 벗어던질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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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기자의 오답노트
박재역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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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활성화 덕분인지 글을 쓰는 게 붐이긴 한가 봅니다. 덕분에 출판사에서도 '글'을 다루는 책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지고 있어요. 보통은 글을 어떻게 해야 잘 쓰는지에 관한 팁 혹은 조언을 다루는데 오늘 읽은 책은 조금 색다릅니다.


제목은  『교열 기자의 오답노트』
교열에 관한 책이에요.

 

│ 교열 : 문서나 원고의 내용 가운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고치며 검열함.

 

 

『교열 기자의 오답노트』를 보니 교열 작업은 원작자가 문법에 맞지 않게 쓴 단어나 문장만 고치는 게 아니라 앞뒤 문맥, 전체적인 흐름에 맞춰 글을 고치기도 하더라고요.

일관성과 정밀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서 조용한 곳에서 혼자 몰두해 작업해야 할 것 같은데 저자가 교열 강의 때 수강생들이 써온 글로 교열 강의를 한다니 정말 '쓱 보고 척'고치는 내공이 남다른 분이구나 싶었어요. 한자가 널~리 쓰이던 때부터 교열기자를 한 내공이 보통은 아니겠지만 어쩐지 글도사님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ㅎㅎ

 


책에는 저자가 20년간 교열 관련 일들을 하며 겪은 일들을 시작으로 교열 과정, 팁, 어문법에 관해 알려 줍니다. 교열로 먹고사는 팁이나 컴퓨터 프로그램(한글, 워드, pdf)에 관한 내용까지도 담겨 있을 만큼 디테일했어요. 다만, 책의 제목과 맞지 않게 자서전의 일부를 떼다 붙인 듯한 1부의 글이 이질감을 주었다는 게 유일한 흠이 아닐까 싶어요.

교열을 업으로 삼진 않더라도 바르고 정확한 우리 말글을 지향하는 분들께선 한번쯤 점검해볼 요량으로 보시는 것도 좋을거 같아요.

우리 말이 좀 어렵나요~

책에 정리된 걸 보니 이렇게 어려운 말을 내가 이리 잘(누가 잘이래?!ㅎ)도 쓰고 있구나 싶어 새삼 기특했어요. 물론 요래 열심히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행복하세요~"라고 잘못된 글을 쓸 것 같지만. 작가가 말한 "핸들 잇빠이 꺾어!"라고 3개 국어를 동시에 쓰는 사람이 바로 저니께 천천히 고쳐나갈께요. ㅎㅎ

 

 

+

저를 뜨끔!(뜨끔도 틀린 말이겠지요. 글을 쓰는 지금 내내 "이건 맞는 건가?"하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ㅎㅎ)하게 만든 오류 몇개.

 

 

오늘도 행복하세요.(x) → 오늘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ㅇ)
날마나 건강하세요.(x) → 날마다 건강하게 지내세요. (ㅇ)
가족과 함께 행복한 하루 되세요.(x) → 오늘 하루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세요. (ㅇ)
익숙치(x) → 익숙지 (ㅇ)
답답치(x) → 답답지 (ㅇ)
참석게, 동참케, 깨끗지, 조용치, 적합지, 간단치, 짐작건대, 예상컨대 모두 (ㅇ)
(받침이 ㄱ,ㅅ,ㅂ인 앞말이 '-하지'나 '-하게','-하건대'와 결합하면 'ㅎ'이 탈락. ㄱ,ㅅ,ㅂ은 구둣발로 기억하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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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둑 (별책: 글도둑의 노트 포함) - 작가가 훔친 문장들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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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글쓰기 실전용 책 한 권 들고 왔어요 :)

책 내용이 궁금하면서 한편으론 "따라 쓴다고 되겠어?"싶은 의구심이 있었는데요, 저 같은 의심병 환자를 위해 저자는 왜 하필 따라 쓰기인지, 따라 쓰면 어떤 점이 좋은지부터 짚고 넘어갑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많이들 추천하는 게 '독서'가 아닐까 싶어요. 대게 책을 많이 읽으면 어휘력이 좋아지고 문장력이 생긴다고 생각하잖아요? 한데 저자는 독서 자체가 글쓰기 실력으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얘기해요.(도움은 될 수 있지만요.) 그리고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한 독서의 결정적인 단점은 먼~~길을 돌아가야 해서 시간이 굉장히 많이 든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글쓰기 실력이 늘려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글을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해요. 당연하지만 중요한 정답이죠. 저자는 이 훈련을 위해서 먼저 잘 쓰인 문장을 부지런히 '따라 쓰기'하라고 강권합니다. 

이미 검증된 좋은 문장을 따라 쓰면 좋은 문장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자연스럽고 쉽게 체득할 수 있다는 거예요. 따라 쓰면서 그 구조가 익숙해지면 그때부턴 내 것이 되는 거죠. 그리고 우물 밖에 있는 새로운 어휘를 만날 수 있단 것도 따라 쓰기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따라 쓰다 보면 단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내 생각을 전달할 때 좀 더 정확하고 적합한 단어를 쓸 수 있도록 어휘력을 넓힐 수 있다니 일단 믿고 따라 쓰기 해봤어요. 책에도 따라쓸 공간이 충분했지만 책에 딸린 노트가 있어서 노트에 따라 적어보기도 하고, 같은 의미를 가진 다른 좋은 문장들을 써 놓기도 해봤어요.


앞부분에는 짧은 명언들이 나와서 수준이 이 정도인가 조금 실망했는데 다행히도 뒤로 가면서 좋은 문장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따라 쓰기를 넘어 다음 레벨까지 진도를 나갈 수 있어서 뒤로 갈수록 마음에 들었어요. 

직접적인 문장이 강점인 《싯다르타》, 감수성 넘치는 글이 가득한 《오만과 편견》, 열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서머셋 몸의 《면도날》 속 강렬한 문장들 그리고 처음 알게 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정말 대 to the 박!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며칠 따라 쓰기 하면서 '내가 이 대문호들의 글을 따라 쓴다고, 이 글이! 이런 글이! 이 멋진 글이 내 글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따라 쓰고 싶은 마음이 절로 솟구칠 정도로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오래가진 않았지만요. 작가는 우리가 이런 작품을 쓸 수도, 쓸 것도 아니라며ㅎ 쿨하게 넘기라고 조언하더라고요. ㅎㅎㅎㅎ 어쨌든~ 좋은 문장을 따라 쓰고 응용해서 활용하다 보면 나만의 독특한 문장으로 재창조되는데 이게 카피라이터들이 작업하는 방법이라네요!

 

 

 
『글도둑』은 기본적인 따라 쓰기로 몸을 풀고 난 뒤, 문장의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를 차례차례 바꿔보고, 작가의 글에 내 글을 접목시켜 보고, 마지막엔 문단의 기본적인 구성, 구조, 원리를 알려주며 직접 써볼 수 있게 단계별로 구성되어 있어요.

학창시절 체육시간에도 늘~ 국민체조시간엔 흐느적거리며 대충 넘겼는데, 제 기질적인 특성상 앞부분이 재미가 없었던 거였나 봐요. 사람은 참.. 변하지 않아요. 그죵 ;) 헤헤

전 지금 '접목하기' 부분을 하고 있어요. 작가의 글에 제 글을 덧붙여 보는 건데요. 
싹을 보니 저희 아이가 생각나서 이렇게 써봤어요. :) 여러분도 한번 접목하기 해보셔요~ 

 

 


접목하기 -
나무의 싹이 자라는 것은 부드럽기 때문이다.
어린잎이 자라나는 것도 부드럽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아이다 미쓰오)
+
부드러움만큼 강인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것만큼 약한 것도 없지요.
 

이상
필사와 따라 쓰기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게 만드는,
표지에 <Basic>이라 덧붙이고 심화 편도 있으면.. 싶은 책 『글도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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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 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
마고 리 셰털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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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 최고의 항공역학자들이 모인 슈퍼 엘리트기관으로 비행기를 설계 단계에서 시험해 보는 곳인 랭글리 항공 연구소.
전쟁으로 일은 산더미인데 인력난에 허덕이던 연구소에서 흑인 여자들을 고용하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일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워커홀릭 도로시 본,
타고난 수학천재였지만 사랑을 위해 주부가 되었던 외유내강형 캐릭터 캐서린 고블
따뜻한 성품에 야무지기까지한 팀 내 마스코트같은 존재 메리 잭슨.

이 곳에서 그녀들의 역할은 컴퓨터입니다. 날개 모양과 항공역학 성능의 관계를 정의하는 긴 방정식을 다른 방정식, 공식, 변수들로 변경하고, 일련의 방정식에 값을 입력해 숫자를 산출해 내고, 그래프를 만들어 내는 등 종일 숫자를 만지고, 숫자 속에서 헤엄치고, 눈이 아프도록 숫자를 들여다 보는게 그녀들의 일입니다. 

그녀들은 차차 일에 익숙해지면서 선배 여성수학자들처럼 근호를 겹겹이 두른 방정식을 10쪽에 걸쳐 풀면서도 오류가 거의 없었고 그녀들은 차츰 정확성, 속도, 통찰력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계산하는 어시스트에 불과했던 그녀들이 종래에는 야심찬 엔지니어도 부러워할만한 눈부신 성과를 이뤄내며 항공학계에 크고 또렷한 족적을 남기게 됩니다.

 

 

 

잠깐! 타고난 똑똑한 머리로 시대에 편승해 전쟁 덕을 보았다 생각한다면 오산!
백인이었다면 타고난 천재성과 시대적 분위기로 순풍에 돛 단 삶을 살았겠지만 역사를 안다면 그런 생각이 들 수 없지요. 
인종 분리라는 철의 장막이 이 당시에도 얼마나 굳건했는지 말해 입아픈 이야기지만 안 할 수가 없네요. 왜냐구요? 이 소설은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팔할로 2차 세계대전 즈음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알지만 낯선 시대.
2차 세계대전이라 불리우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외국의 인종주의자와 싸우는 블랙코미디같은 전쟁이 벌어지던 시기.
한편에선 전쟁이, 한편에선 전쟁 뒷바라지 같은 삶이 이어지던 당시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요. 당시 미국 남자들은 군대로 빨려 들어가고 많은 여자들이 그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으로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어가는 동안 반대편에선 세탁소에서 빨래를 직접하란 안내문구를 내걸 정도로 부흥기를 누리고 있어 인력 빈곤 상태였어요.

"여자들이 구두를 닦고, 조선소에서 일했으며, 군부대의 사무실에서 일했다. 남자들이 전선으로 떠나자 여자들이 그들의 빈자리를 채웠고, 지역 사업체들은 여성 인력을 고용하고 유지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랭글리 연구소는 흑인과 백인이, 남자와 여자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가, 몸을 쓰는 사람들과 숫자를 다루는 사람들이 섞여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차별이 없진 않았습니다. '분리하되 평등하다'주의에 입각해 일을 할 땐 동등하게 대우해 주었으나 구내식당에선 '유색인 컴퓨터'란 표시판으로 위계를 분명하고 단호하게 알려주었어요.

 

이 일에 반기를 든 미리엄 맨(여자다)은 표시판을 없앴어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어김없이 똑같은 표시판이 제 자릴 찾아왔고 미리엄은 표시판을 계속 없앴죠. 엔딩은 그녀가 승리(?)로 드라마틱하게 마무리 되어 표지판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편견과 크고 작게 끊임없이 싸워나가는게 흑인들의 삶이었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지난한 이 싸움을 포기하면 편하겠지만 그녀들의 목적의식은 아주 또렷하고 분명했습니다. 삶의 중심이 아주 견고하게 뿌리 내려 있어 멋져보였고 부러웠어요.
 

"평등 지향 세력은 항력을 뚫고 나가는 비행기의 제트 엔진처럼 통합에 대한 저항을 돌파하려고 더욱더 큰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 포스터를 보고 다이나믹하면서도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아주 영화적인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의외로 이 책은 역동적이지도 스릴있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 느낄만큼, 이 많은 글을 내가 다 읽은게 뿌듯하단 생각이 들만큼! 글은 건조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팩션인줄 알았는데 실화 에세이였더라구요! (방금 알았어요.) 어쩐지...  

이 책을 읽고 덤덤하게 나열된 실화라 지루하고 낯설다 느낀 분도 분명 계실거 같아요.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건조한 글이라 더 리얼하게 와 닿았어요. 무엇보다 모든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훌륭한 이야기이기에 그것 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그녀들이 이룬 성취에 걸맞은 웅대한 서사, 라이트 형제나 우주 비행사들, 알렉산터 해밀턴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누리는 것과 같은 미국 역사의 자리얻기에도 충분하단 작가의 말에 적극 공감해요. 

 W.E.B 듀보이스가 『검은 사람들의 영혼』에서 말한 "사회적 멸시의 무게"를 감당하고 끝내 이겨낸 그녀들 을 보니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내 삶의 목적의식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십대 소녀들에게 권하고 싶은데 글이 너무 많아 학생용이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이 9페이지부터 368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들었던 책  
『히든 피겨스』였습니다.

 

 

 

"메리 잭슨에게 인생이란 기대를 높여 가는 오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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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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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일본에서 인기가 많아 드라마와 영화로도 나올 정도였단 소식을 듣고 두근두근 기대가 무척 컸어요.

소감부터 말씀드리자면 "빈틈없는 구성력과 뛰어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 다웠습니다. 작품성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가의 실력에 감탄했어요! 27이나 되는 각기 다른 캐릭터들임에도 불구하고 어지럽거나 산만하지 않고 오히려 탄탄한 느낌이었어요. 27명이 바라본 한 여인의 모습도 바라본 숫자만큼이나 다각도여서 흥미진진했습니다.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소설을 구성하고 써 내려갔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데요. 실제로 작가는 한 작품을 탈고하고 나면 병원으로 직행했다고 해요. 이른 나이에 지병으로 죽은 것도 산재가 아닌지.. 어쨌든 소설은 흥미진진했고 아리송했습니다.

 

 

 

 

 


『악녀에 대하여』는 전후 혼란기에 화려하게 꽃피웠던 여성 사업가 도미노코지 기미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빌딩에서 떨어져 추락사한 그녀는 숱한 의문과 화젯거리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악녀인가 아닌가, 자살인가 아닌가. 

그녀는 토요일 오후 1시, 새빨간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채 자신의 빌딩에서 추락사했습니다. 그녀가 사망 당시 입고 있던 드레스며 죽은 요일과 시간, 그녀가 살아온 모습 모두가 자살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습니다. 토요일 오후 1시에! 자신의 사무실에서! 행복한 미래를 계획한 채!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자살한단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제 상식의 수준에선 그렇다 생각했습니다.

소설을 다 읽었는데도 어쩐지 후련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악녀인지 아닌지, 자살한 것인지 아닌지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답을 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죽음만큼 짙은 악녀의 모습을 기대했던 걸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화려한 사람의 추악한 추락을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소설을 다 읽고 꼬박 1주일을 생각했습니다. 내 머릿속에 엉킨 복잡한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27명의 그녀에 관한 평은 극과 극을 오갑니다. 한편에선 그녀를
순결하고, 참하고, 기품 있고, 훌륭하고, 선한 인상을 가졌고, 한 송이 백합꽃같이 생겼고,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공손한 말씨를 쓰는 귀족 같다 말하고 다른 한편에선 그녀에게 꽃뱀, 악녀, 악덕의 화신, 음란 방탕한 귀족, 무정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사람이든 보석이든 심지부터 빛나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올바르게 살아야지요."라고 말하면서 타인을 속이고 돈을 가로채고 거짓말을 일삼았습니다.
"어라라.." 순진한 척, 모르는 척하면서 위선을 떨었고, 어느 날은 아름다운 것이라면 조화도 마다않더니 또 어느 날엔 조화는 조화라서 싫다 했습니다.
 
27명의 그녀에 관한 기억은 모두 달랐습니다. 일례로 그녀의 두 아들도 같은 상황을 두고 첫째는 차별이었다 분노했고, 둘째는 애정이었고 배려였다 생각했습니다.
각자 자신이 본 대로 믿었고, 믿고 싶은 대로 그녀를 바라봤기에 모두가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본 것 중 믿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27인의 오류에서 벗어나 아주 객관적으로 그녀를 평가하고 답을 내리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법의 잣대를 들이대자면 할 말이 없지만, 그녀는 악녀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도 그녀에게 홀린 걸까요?

가짜 꽃의 거짓 향기처럼 사람을 미혹시키는 것은 없다. 옮긴이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조화에 뿌려 놓은 향기는 거짓과도 같습니다. 본래 거짓이 더 매력적이고 그럴싸해 보이지요. 그녀처럼. 그녀는 순진하게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화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나봅니다. 순수하지 못했던 과정은 몸부림이었겠지요. 어떻게든 생화처럼 보이려고 몸부림치는 삶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데 어쩐지 그녀에게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이는건.. 오버겠지요? 오버였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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