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 뉴스룸 뒤편에서 전하는 JTBC 작가의 보도 일기
임경빈 지음 / 부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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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동안 우리에게 뉴스는 어떤 존재였을까. 내게 뉴스는 8시, 9시 시간 맞춰 하는, 하루의 마감을 알려주는 방송 정도였다. 같은 프레임 안에서 앵커들이 하는 말은 거의 ctrl+c, ctrl+v에 가까웠기 때문에 어느 채널을 봐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mbc 뉴스를 오랫동안 시청한 손석희 팬으로서 솔직히 처음 jtbc 사장으로 컴백한단 소식을 듣고 적잖게 실망했더랬다. 하필 종편이라니.. 손석희도 어쩔 수 없는 걸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난 그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며 <뉴스룸>을 보았다.


<뉴스룸>은 신선했고 놀라웠다.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말하는 손석희 앵커는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이슈를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시선은 마치 영화 <킬 빌> 속 핫토리 한조의 검과 같았다.

 

 

 

처음엔 앵커가 손석희라는 거 하나만 믿고 봤지만 뉴스를 볼수록 얼마나 대단한 스텝들이 모여있기에 뉴스 수준이 저리 높고, 그 높은 수준을 매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걸까, 같은 이슈를 어떻게 저런 시각으로 볼 수 있는지 궁금했다.

 

<뉴스룸> 특히 2부는 뉴스치고는(?)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러려고 작심하고 만든 코너 같기도 하다!) <뉴스룸>의 꽃 “앵커 브리핑”을 몇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뉴스 작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 또한 남편에게 농담조로 ‘뉴스계 어벤저스라도 꾸렸나~’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

 

 

 

 

뉴스룸 어벤저스팀의 핵심 멤버인 뉴스 작가의 책이 나왔다.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는 뉴스란 무엇인지,  뉴스 작가의 하루가 어떤지, 어떻게 매일 뉴스가 만들어지는지, 그날(4.16, 최순실 게이트를 알린 그날)은 어땠는지 모두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

 

 

책은 믿고 볼 만 하다. 글이 술술 읽히면서도 아주 야무지다. 뉴스 기자라 그런지 기자의 하루 일과를 사과 토막내듯 딱딱 잘라 이야기한다. 트위터와 연합뉴스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여는 건 우리와 비슷하지만 그 이후론 하루가 꽤 다이내믹하게 굴러가는데 읽은 재미가 아주 쫄깃쫄깃하다.
큰일이다! 이 책을 읽으니 마구마구 출근이란 게 하고 싶어진다.

 


 


+
나처럼 <뉴스룸>을 어려워하는 이들을 온라인상에서 여럿 보았다. 전문가들이나 알아야 할 내용을, 내 입에 풀칠하는 거랑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내용을(사실은 연결되어 있지만) 우리가 매일같이 공부해야 한다니 피로감이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불법과 악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에 싫어도 어쩔 수가 없다. 공부하지 않고는 눈 뜨고 코(어디 코뿐이랴.) 베이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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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다운 죽음을 꿈꾼다 - 마지막 순간, 놓아 주는 용기
황성젠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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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 조지 앨리엇 -

 


며칠 전 보건복지부에서 안락사법을 발표했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연명의료 결정법'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으로 내년 2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몇몇 대형병원에서 시행 사업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연명의료결정법은 담당 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인공호흡기 착용의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존엄사’법입니다.

존엄사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인간다운 죽음을 꿈꾼다>를 보니 대만은 이미 2000년에 '심폐소생술 거부' 관련 서류 4종이 발표,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4종은 호스피스 의료 동의서, DNR 동의서(환자가 의식을 잃은 후 가족이 서명하는 것), 의료 위임장(20세 이상 성인으로 누구에게 위임할 것인지 미리 작성), 호스피스 의료 동의 철회서입니다.

 

전 존엄사를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남편에게 의사를 밝혀두긴 했지만 (반대하더라고요. 살아있는 한 뭐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다른 가족들은 모르고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갈등이나 오해가 생길까 봐 전 유언장에 연명치료 거부와 의료 위임, 장기기증에 관한 내용을 꼼꼼하게 적어 두었어요. 책을 보니 오해로 인해 다투는 일이 정말 아주 많더라고요.. 아시아는 특히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직도 금기시되고 있잖아요. 부모의 죽음을 이야기하면 불효자가 되고, 자식의 죽음을 논하는 건 불경한 것으로 여겨지지요.


많은 분들이 연명치료 거부를 오해하고 계세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뭐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살 수도 있는 사람을 어떻게 포기하지?' 하고요. DNR은 치료를 무조건 거부하는 게 아니에요.


의료진이 가망이 없다고 이야기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억지로 버텨보다 보내주거나, 편안하게 보내주거나. 환자의 고통과 환자가 의식이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지를 가장 우선에 두고 결정해야 해요.

 

<우리는 인간다운 죽음을 꿈꾼다>는 생명을 살리는데 쓰여야 할 심폐소생술이 환자와 그 가족을 어떻게 고통의 도가니로 몰아넣는지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죽음 전후의 과정을 실제 사례들로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그야말로 CG 조미료 없는 리얼 생사 스토리가 그간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는 아주아주 많이 달랐어요. 드라마보다 영화보다 슬픈 건 두말할 필요 없죠... ㅠ_ㅠ

 


 

이런 글을 읽으면 우린 대부분 드라마에서 본 열정적인 의사에 집중해 장면을 상상하게 되지만, 이 과정이 사실은 얼마나 잔혹한지 의료 종사자가 아니고선 쉽게 상상할 수 없지요.

 

기도삽관으로 이가 부서지는 건 예삿일,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되고, 온갖 주사로 온몸은 퉁퉁 붓는데 투석은 괜찮을까요?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수혈을 평균보다 과하게 투여하게 되는데 책 속에는 수술한 아들의 임종을 위해 집으로 데려갔다가 상처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피로 구급차와 온 집이 피바다가 되었다는... ㅠ.ㅠ 의사에게 왜 자신을 말리지 않았느냐며 아들의 피를 내가 어떻게 밟을 수가 있었겠냐는 아버지의 절규를 들으니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아들을 살리고 싶었던 간절함이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이 사례는 의료진이 아이가 가망이 없음을 어느 정도 예측한 상태에서 수술이 감행된 경우였어요.)


사랑하는 이를 잃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슬프고 아픈데 알아볼 수 없는 외모와 끔찍하고 낯선 모습으로 이별을 해야 한다면.. 감당하기 너무 벅차지 않을까요. 죽음은 어쩔 수 없지만 의미 없는 치료로 망가지곤 싶지 않은 내 맘이 유언장에 잘 적혀 있는지 계속 곱씹어 봐야겠어요. 이 글을 언제고 읽어준다면 좋겠다 싶네요. 책도 좋겠고요. :)

 

 

나를 위해서도, 사랑하는 이를 편안하게 보내주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알아야 할 우리보다 한발 먼저 이별을 겪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긴 <우리는 인간다운 죽음을 꿈꾼다> 사랑하는 이가 있는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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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와 같은 말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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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더니 책은 "개"를 연상시키는 주인공, 상황이 계속된다.

<고두>에선 15년차 윤리 선생이란 주인공이 제자와 로맨스도 없이 관계를 갖고 온갖 핑계를 댄다.
"고개를 숙이는 연주가 무서웠단다. 존나 무서웠어. 무릎을 꿇으니까 더 무서웠다. 그 완벽한 사과의 자세가 무엇을 뜻하는 거겠니. 그게 더 우월해지는 거라고 누가 가르쳤는데."

제자들에게 하는 조언은 아주 가관이고 가짢타.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을 지켜라, 그것이 너희에게 더 이로운 쪽이다. ...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고 그러므로 노력해야 한단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끊임없이 반성해야 하지. 의지를 가지고 아주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그냥 생긴대로 살게 되거든."

《그 개와 같은 말》 에는 버스 기사에게 평생 버스나 운전하라 폭언하고, 계약직 선생에게 계약직이 자신(학생)에게 훈수를 둔다며 비아냥 거리는 그런 인물들 투성이다. 난 이런 간질거리는 불쾌함이 딱! 싫다.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책을 읽느라 몇일을 고생했더니  한여름 땡볕 아래 서 있는 것 마냥 불쾌지수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랐다.

 

 

이런 내 마음을 조금 식혀준 건 가장 개 같지 않은 <엿보는 손>이었다. 평생을 세탁소에 몸바쳐 일하던 중년의 남자가 자서전 대필 전문업체 직원의 영업에 넘어가 권당 3만원씩 50권를 사는 조건으로 자서전을 낸다.

하지만 그의 삶은 자서전이 아니라 장부 속에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3월 7일 수요일 장미빌라 201호 쌍둥이 엄마 양장 바지 밑단 3천원"같은 것에 말이다. 심심하고 단조롭지만 그의 세계가 또렷하게 기록되어 있는 장부는 곧 스스로는 내세울 게 없지만 엄연히 존중받아야 했을 삶 그 자체였다.

결국 사람을 빛내는 건 화려하게 포장된 미사여구가 아니라 삶, 행위란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작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방향을 가리키는 지저분한 손에 자꾸 시선을 빼앗겨 내가 제대로 책을 읽은건지 확신이 들지 않는 책
《그 개와 같은 말》이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개와 같은 말인지.ㅎ)



+
"그 사람이 나를 보더니 전공이 뭐냐고 묻는 거예요. 내 친구가 고졸이다, 상고 나왔다고 대신 대답했어요. 질문한 사람이 민망해하는데 나도 따라 민망하더라고요. ... 내 친구의 말에는 하나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는데 이후로 흘러가는 상황이나 분위기 같은 게 이상하게 불쾌한 거예요. 사람들이 무언가 조심스러워하는데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로 왜 나를 배려하나. 왜 나를 장애인이나 노인처럼 보살피려고 할까. 그건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면서 왜 중요한 사람 대하듯 그 자리에 내가 이 대화를 이해하고 있는지 살피고, 모를 만한 주제는 피하려 드는지, 나를 두고 미안해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게 너무 빤히 보여서 불쾌하더란 말입니다. 왜 함부로 나를 배려하려 드나."(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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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나 해 볼까? - 몸치인 그대를 위한 그림 에세이
발레 몬스터 지음, 이지수 옮김 / 예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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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은 책 제목입니다. :)
골반이 안좋아 벌어지지 않는
몸뚱아리를 가진 관계로
발레는 넘볼 수 없는 영역인데..
그래도 넘나 해보고 싶은 것이라지요.
버킷리스트에나 넣어뒀다 해봐야 할 듯 해요..
ㅎㅎ



우아한 몸짓이 자꾸 훔쳐보고 싶지만
너무나 확고한 그들만의 영역이란 생각에
접근이 어려운게
발레가 가진 매력이자 단점이 아닐까 싶어요.
발레를 코믹하게 그린 책이 나왔답니다.
넘나 묘한
《발레나 해 볼까?》

몇 주 전 발레학원을 어슬렁거렸던 기억이 있어 응모해봤다 당첨되어 책을 받아보게 되었어요.

올해 백권 넘는 책을 읽었지만
“재미”를 위해 읽어본 책이 없었던 것 같아
읽어보고 싶었어요.

 

 

주인공은 몸무게 100kg 거구의 매력덩어리
“그 몸으로
굳이, 하필, 꼭 그걸 해야겠니?!”
싶다가도
발레를 향한 몸통만큼 커다란 열정과 애정을 보면
“그래, 네가 좋으면 된거지” 싶다.

 

 

몸이 걸림돌이 되는 게 남 얘기 같지 않...

내 친구였다면
“쪼오끔 힘들어도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다는게
어디야. 부럽다 얘.”
“모양이 다를 뿐 너도 예뻐~”라고
톡이라도 보내고 싶었다지요.


기억 하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요.
몇 년 전, <백조의 호수>의 백조/흑조 역할에 최초로
미스티 코플랜드라는 흑인 발레리나가 꼽혔는데
무척 말이 많았어요.
피부뿐만 아니라,
발레는 아름다운 선이 생명인데
흑인은 근육이 많고 가슴이 커서
선이 나오지도 아름답지도 않다며..
발레 자체에 흑인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아마도 전문가였겠죠?)

발레 무식자라 선 그런거 몰라서 그렇겠지만!
제 눈엔 정말 너무x10 아름답던데 말이에요..!
발레가 그런거라면 전 그냥 지금처럼
모르는 채로 아름답게 볼려구요. ;)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미화시키지 않는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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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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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만해도 88만 원 세대란 말이 유행이었는데 어느새 88년 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혹독한 신입 환영회를 치르고 있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조금 다른 모양의 버거움을 안고 있는 서른둥이들. 공감 가는 글이 많았다. 사실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서른 전후 라면 누구나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서른의 반격》속 주인공인 지혜는 아카데미 회사의 인턴이었다가 다소 씁쓸하게 정규직이 되며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당시 날 어시스트할 아르바이트생을 뽑은 일이 있다. 화려한 이력서를 보고 어리벙벙해있는 날 위해 과장님이 준 팁은 바로 “나이 많고, 학벌 좋은 사람부터 잘라."였다. 실제로 은행이란 이유 하나로 서울대 박사나 명문대생들이 백 명 가까이 지원해 적잖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서른의 반격》에서도 마찬가지로 어시스트를 할 보조를 뽑는 과정에서 소설 속 이름도 없는 ‘또 다른 그녀’는 모자람이 없는 이력이 모자람이 되어 결국 직장을 얻지 못한다.

돌아보면 나의 사회생활은 그야말로 카멜레온 같았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도록 학습되어 주어지는 일들을 소리 없이 해냈고, 사회생활을 위해 퇴근해선 보지도 않던 TV와 연예 뉴스를 일부러 챙겨 보았다. 여의도의 수많은 인파 속에 묻히기 위해 그들과 같은 무채색 정장을 입고 LV나 G 로고가 빼곡하게 박힌 가방을 들고 다니며 야근에서 성취감을 느꼈다. 처음 학교가 생겼던 게 업무를 순종적으로 해내기 위한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서였다던데 그러고 보면 난 정말 학교가 적당히 잘 찍어낸 인형이었던 것 같다. 

"얼마 후 나는 출석부에 내 이름이 ‘김지혜(다)’라고 쓰려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때로 그건 나의 이름이라기보다는 강아지, 고양이 같은 일반 명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좀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게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

 

우리 모두는 결국 지혜가 되도록 길들여져 자랐다. 내 삶을 통째로 바꾸지 않는 한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삶을 바꾸는 건 이미 삼십 년이나 인생을 살아버린 우리에게 너무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소설 속 지혜와 무리들은 세상을 바꾸려 한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면 권위와 힘을 가진 줄 착각하는 마법에 걸리게 되죠. 그리고 수없이 깔린 의자에 앉으면 힘없는 대중이 되어 앞에 있는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법에 걸립니다. 의자는 의자일 뿐이라는 걸 다들 까먹어버린단 소리예요."

 

 

세상에 휘둘리기만 하던 약자였던 이들이 모여 사회를 향해 반격을 시도해보지만 역시나 시원한 어퍼컷은 불가능했다. “세상 전체는 못 바꾸더라도, 작은 부당함 하나에 일침을 놓을 수 있다고 믿는 것. 그런 가치의 전복”을 희망하는 청춘들은 패기 넘쳤지만 미숙했고, 어설펐지만 당당한 모습에 잠시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뒷맛은 여지없이 씁쓸했다.

그들이 그토록 응징하고 싶어 했던 보이지도 잡을 수도 없는 형체를 한 사회는 그야말로 뜬구름 같은 것이었고 그저 그런 비슷한 하루살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와 좌절을 안겨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나름대로 악한 세상에 소소하게나마 한 방 먹여보자는 원대한 꿈을 안고는 있었지만 역시.. 피해는 약자들의 몫이었다. 


세상도 사람도 모두 문제투성이인 시대이다. 무엇부터 고쳐야 하는 걸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내가 달라지면 세상도 달라질까. 이 질문에 대한 소설의 대답은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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