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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다운 죽음을 꿈꾼다 - 마지막 순간, 놓아 주는 용기
황성젠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 조지 앨리엇 -
며칠 전 보건복지부에서 안락사법을 발표했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연명의료 결정법'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으로 내년 2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몇몇 대형병원에서 시행 사업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연명의료결정법은 담당 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인공호흡기 착용의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존엄사’법입니다.
존엄사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인간다운 죽음을 꿈꾼다>를 보니 대만은 이미 2000년에 '심폐소생술 거부' 관련 서류 4종이 발표,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4종은 호스피스 의료 동의서, DNR 동의서(환자가 의식을 잃은 후 가족이 서명하는 것), 의료 위임장(20세 이상 성인으로 누구에게 위임할 것인지 미리 작성), 호스피스 의료 동의 철회서입니다.
전 존엄사를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남편에게 의사를 밝혀두긴 했지만 (반대하더라고요. 살아있는 한 뭐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다른 가족들은 모르고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갈등이나 오해가 생길까 봐 전 유언장에 연명치료 거부와 의료 위임, 장기기증에 관한 내용을 꼼꼼하게 적어 두었어요. 책을 보니 오해로 인해 다투는 일이 정말 아주 많더라고요.. 아시아는 특히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직도 금기시되고 있잖아요. 부모의 죽음을 이야기하면 불효자가 되고, 자식의 죽음을 논하는 건 불경한 것으로 여겨지지요.
많은 분들이 연명치료 거부를 오해하고 계세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뭐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살 수도 있는 사람을 어떻게 포기하지?' 하고요. DNR은 치료를 무조건 거부하는 게 아니에요.
의료진이 가망이 없다고 이야기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억지로 버텨보다 보내주거나, 편안하게 보내주거나. 환자의 고통과 환자가 의식이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지를 가장 우선에 두고 결정해야 해요.
<우리는 인간다운 죽음을 꿈꾼다>는 생명을 살리는데 쓰여야 할 심폐소생술이 환자와 그 가족을 어떻게 고통의 도가니로 몰아넣는지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죽음 전후의 과정을 실제 사례들로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그야말로 CG 조미료 없는 리얼 생사 스토리가 그간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는 아주아주 많이 달랐어요. 드라마보다 영화보다 슬픈 건 두말할 필요 없죠... ㅠ_ㅠ

이런 글을 읽으면 우린 대부분 드라마에서 본 열정적인 의사에 집중해 장면을 상상하게 되지만, 이 과정이 사실은 얼마나 잔혹한지 의료 종사자가 아니고선 쉽게 상상할 수 없지요.
기도삽관으로 이가 부서지는 건 예삿일,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되고, 온갖 주사로 온몸은 퉁퉁 붓는데 투석은 괜찮을까요?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수혈을 평균보다 과하게 투여하게 되는데 책 속에는 수술한 아들의 임종을 위해 집으로 데려갔다가 상처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피로 구급차와 온 집이 피바다가 되었다는... ㅠ.ㅠ 의사에게 왜 자신을 말리지 않았느냐며 아들의 피를 내가 어떻게 밟을 수가 있었겠냐는 아버지의 절규를 들으니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아들을 살리고 싶었던 간절함이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이 사례는 의료진이 아이가 가망이 없음을 어느 정도 예측한 상태에서 수술이 감행된 경우였어요.)
사랑하는 이를 잃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슬프고 아픈데 알아볼 수 없는 외모와 끔찍하고 낯선 모습으로 이별을 해야 한다면.. 감당하기 너무 벅차지 않을까요. 죽음은 어쩔 수 없지만 의미 없는 치료로 망가지곤 싶지 않은 내 맘이 유언장에 잘 적혀 있는지 계속 곱씹어 봐야겠어요. 이 글을 언제고 읽어준다면 좋겠다 싶네요. 책도 좋겠고요. :)
나를 위해서도, 사랑하는 이를 편안하게 보내주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알아야 할 우리보다 한발 먼저 이별을 겪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긴 <우리는 인간다운 죽음을 꿈꾼다> 사랑하는 이가 있는 분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