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와 같은 말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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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더니 책은 "개"를 연상시키는 주인공, 상황이 계속된다.

<고두>에선 15년차 윤리 선생이란 주인공이 제자와 로맨스도 없이 관계를 갖고 온갖 핑계를 댄다.
"고개를 숙이는 연주가 무서웠단다. 존나 무서웠어. 무릎을 꿇으니까 더 무서웠다. 그 완벽한 사과의 자세가 무엇을 뜻하는 거겠니. 그게 더 우월해지는 거라고 누가 가르쳤는데."

제자들에게 하는 조언은 아주 가관이고 가짢타.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을 지켜라, 그것이 너희에게 더 이로운 쪽이다. ...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고 그러므로 노력해야 한단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끊임없이 반성해야 하지. 의지를 가지고 아주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그냥 생긴대로 살게 되거든."

《그 개와 같은 말》 에는 버스 기사에게 평생 버스나 운전하라 폭언하고, 계약직 선생에게 계약직이 자신(학생)에게 훈수를 둔다며 비아냥 거리는 그런 인물들 투성이다. 난 이런 간질거리는 불쾌함이 딱! 싫다.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책을 읽느라 몇일을 고생했더니  한여름 땡볕 아래 서 있는 것 마냥 불쾌지수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랐다.

 

 

이런 내 마음을 조금 식혀준 건 가장 개 같지 않은 <엿보는 손>이었다. 평생을 세탁소에 몸바쳐 일하던 중년의 남자가 자서전 대필 전문업체 직원의 영업에 넘어가 권당 3만원씩 50권를 사는 조건으로 자서전을 낸다.

하지만 그의 삶은 자서전이 아니라 장부 속에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3월 7일 수요일 장미빌라 201호 쌍둥이 엄마 양장 바지 밑단 3천원"같은 것에 말이다. 심심하고 단조롭지만 그의 세계가 또렷하게 기록되어 있는 장부는 곧 스스로는 내세울 게 없지만 엄연히 존중받아야 했을 삶 그 자체였다.

결국 사람을 빛내는 건 화려하게 포장된 미사여구가 아니라 삶, 행위란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작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방향을 가리키는 지저분한 손에 자꾸 시선을 빼앗겨 내가 제대로 책을 읽은건지 확신이 들지 않는 책
《그 개와 같은 말》이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개와 같은 말인지.ㅎ)



+
"그 사람이 나를 보더니 전공이 뭐냐고 묻는 거예요. 내 친구가 고졸이다, 상고 나왔다고 대신 대답했어요. 질문한 사람이 민망해하는데 나도 따라 민망하더라고요. ... 내 친구의 말에는 하나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는데 이후로 흘러가는 상황이나 분위기 같은 게 이상하게 불쾌한 거예요. 사람들이 무언가 조심스러워하는데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로 왜 나를 배려하나. 왜 나를 장애인이나 노인처럼 보살피려고 할까. 그건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면서 왜 중요한 사람 대하듯 그 자리에 내가 이 대화를 이해하고 있는지 살피고, 모를 만한 주제는 피하려 드는지, 나를 두고 미안해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게 너무 빤히 보여서 불쾌하더란 말입니다. 왜 함부로 나를 배려하려 드나."(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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