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의 철학
엠리스 웨스타콧 지음, 노윤기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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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순한 삶의 철학》은 “사람들은 왜 소박한 삶을 동경하는가?”란 질문에서 출발한다. 단순함이 가진 좋고 나쁜 면과 부와 사치의 긍정적인 면까지 두루 들여다보며 물질에 경도되지 않은 삶을 찬미하고 권장한다.

일부 철학자들은 부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지만 다수는 부의 역효과와 위험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고 경고했다.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에서 로버트 스키델스키와 에드워드 스키델스키는
인간의 내부에는 겱코 그칠 수 없는 욕망이 내재해 있단 가설을 세웠다. 우린 늘 남과 자신을 비교해 언제나 더 많은 것을 원한다. 하지만, 필요치 않은 것을 욕심내고 허영에 사로잡혀 과소비를 하는 것은 결국 지혜롭지 못함을 나타내는 증거가 된다.

이에 대해 에피로쿠스는
“가지지 않은 것을 욕망하느라 이미 가진 것을 잃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미 복 받은 사람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단순하고 소박한 삶은 도덕성의 상징이 된다. 단순한 삶을 지지하는 대부분의 도덕론들은 그것을 개인의 덕과 연관 짓는다.

단순한 삶을 몸소 실천한 인물로는 왕가의 삶을 버린 싯다르타를 선두로 스피노자, 톨스토이, 간디, 비트겐슈타인, 만델라 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가 단순한 삶을 실천하면서 타인에게 존경받을 만큼 뛰어난 도덕적 덕성을 보여주었다.

작은 불씨가 기름을 만나면 겉잡을 수 없게 되듯, 욕망은 미리 미리 작은 불씨일 때 다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욕망에 지배되어 무엇이 나였는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모든 일이 그렇듯 때를 놓치면 몇곱절의 품이 든다.


여인네들은 늙을 수록 보석이 많아진다고 한다. 늙어 병들고 주름진 모습에 만족하지 못해 생긴 내재된 결핍, 불만족을 보석으로 대체한다나. ‘그 얼마나 추한 모습인가.’ 혀가 절로 차졌는데. 아뿔사!! 나도 나이가 들 수록 하나 둘 내 소유가 많아진다.

올 해 나의 목표는 “욕심 내지 않기.”에서 출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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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나라 -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적의 대화
토르디스 엘바.톰 스트레인저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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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자신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을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 우리는 먼저 상대방이 저지른 잘못의 범위와 내가 베풀 수 있는 용서의 범위를 따져봐야 한다.
이 책은 둘 모두 최대치에 해당하는 경우다.

 

 

 

《용서의 나라》속 주인공은 성폭행 가해자와 피해자 둘이다. 이 둘이 서로를 대면해 가해자는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는 오랫동안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던 해묵은 감정과 분노, 상처를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소설이 아니라 실화이다.

 

미리 알아두어야 할 점은 가해자가 사람을 해치려는 목적을 가지고 생면부지의 피해자를 납치해 성폭행한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 어렸을 때 겪어 둘 다 한발 늦게 잘못됨을 깨닫게 된 경우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성폭행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만남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전문가까지 갈 것도 없다. 가족이 먼저 기를 쓰고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말려 지칠테니까. 하지만 그녀는 아주 확고했다. 그를 꼭 만나야했다.

 

"기억에 시달리는 것도 할 만큼 했다. 자책도 할 만큼 했다. 나는 끝을 맺고 싶었다."

 

둘의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평범했다. 그녀가 톰(가해자)을 향해 융단 폭격을 날리기도 했지만 톰은 변명하거나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마주한 채 담담히 인내했다.

 

속은 말이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책을 본 나의 느낌은 그랬다. 피해자였던 토르디스의 입장에서 쓰인 책인데다 의도적으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가해자였던 톰의 이야기는 최소화하고 있어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거나 미루어 짐작해볼 수 밖에 없었다.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포장할 생각은 없지만 잘못을 저지른 입장이었던만큼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가 지고 살아야 했던 마음의 짐은 또래에 비해 아주 컸다. 그녀를 다시 마주하기 전까지 그는 자신을 학대 수준으로 괴롭히며 살아왔다. (그러니까 바르게 살자.)

 

그런데 얼굴과 이름까지 공개해 이리 대대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자신의 추한 과거를 들추다니. 왜 그는 제 스스로 몸에 주홍글씨를 새기는 고문과도 같은 형벌을 자행하는 것일까. 자신을 또 다른 방식으로 학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며 가해자의 반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바르게 살자.)

 

그는 그리고 그녀도 이젠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날의 상처를 마주해 결국엔 극복해 낸 그녀에게도, 구구절절 변명 늘어놓지 않고 자신의 과오를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그에게도 이제 두번째 인생이 열리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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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이유 - 고전이 된 소설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
김한식 지음 / 뜨인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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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고전에 끌리는걸까? 그 오래된 책이 뭐라고?” 싶다 오래된 맛집에 줄을 서서 먹는 것과 비슷한 심리겠단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한번쯤은 먹는 것이니 ‘나도-’하는 소속감, 사람은 무리에 속해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지. 사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줄 서야 하면 안가고 마는 성격이지만 책만큼은 다른 이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걸 고쳐보려고 미리 읽는 서평단도 많이 하는데 고쳐지지 않는걸 보니 고칠게 아닌가 보다.)


나에겐 그리움도 있다.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이다. 어렸을 때 서재 책장에 꽂혀있던 세계문학전집. 검고 딱딱한 커버에 반짝이는 금색 글씨를 보며 생각했다.
“와, 외국이란 나라는 정말 대단한 나라구나.” ㅎㅎ 외국이 어디 다른 나라 이름인 줄 알았을만큼 어렸던 시절부터 고전을 훔쳐봤다.

 

 


책에 있는 고전 중 내가 읽은 건 딱 한권 《위대한 게츠비》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읽진 않았어도 줄거리 정도는 알고 있을만큼 낯익고 친숙한 책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손이 안갔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안다는 착각에 취해 있었구나."

 

책을 읽으며 여러번 생각이 들었다.
《롤리타》도 내가 알던 롤리타가 아니었다.
《돈키호테》도 엔딩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작품과 배경, 돈키호테가 늙어가는 과정 등 직접 읽어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올해는 고전이란 타이틀에 주눅들지 않고, 부담없이 즐겨볼까 한다. 이 책처럼 멋드러지고 친절하게 기록은 못하겠지만, 내년 이맘때쯤 읽었는데 기록 못했다고 자백할 지언정 첫술은 일단 떴다.

 

올해의 첫 고전은 바로 안중에도 없던 《돈키호테》다. ㅎㅎㅎ 내 성격 고스란히 드러나는 참 쌩뚱맞은 결정은 순전히 《고전의 이유》때문이다. 여려운 책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는게 참 힘들었을텐데 저자 덕분에 언감생심 꿈을 꾸게 됐다.

올해도 꿈은 야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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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
에가미 오사무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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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이 전부인 마을이 있다. 100명 중 50명이 '생활이 팍팍하다'고 푸념한다.

고용된 41명의 일꾼 중 26명이 정규직이고 15명이 비정규직으로, 정규직은 한 시간에 19,370원을 비정규직은 12,290원을 받는다.

한 달 동안 부지런히 일해 버는 돈은 300만원인데 생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돈은 490만원이다. 한 달에 190만원씩 1년, 12달이면 2,280만원이 부족하다.

부족한 금액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고, 잔혹하게도 이 빚은 아이들과 20대 젊은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갓 성인이 되어 혈기왕성하던 젊은 시절, 나의 눈에 비친 세상은 문제투성이였다. 문제를 방치하고 돈(혹은 유명세, 권력)이 될 타이밍만 계산하는 어른들을 원망하고 질타했다. 젊었을 땐 당시의 열정이 영원할 줄 알았고 마음만 먹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혈기가 한 풀 꺾인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어른이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랏일을 떠안은 책임자 어른들의 관리 소홀까지 이해가 되는 건 아니다.)

 

 


"마을 사람 중 1/3은 한 푼도 저축하지 못한다. 정규직도 아니고, 월급은 오를 기미도 없고, 저축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수입이 0원인 가정도 보험(국민건강보험)료는 내야 하는 게 이 마을의 룰이다. 이 마을은 한 번도 쪼들려본 적 없는 촌장과 그 주위의 몇 사람에 의해 돌아간다. "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지 않나?!
돈과 관련된 현실만 모아놓고 보니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없다. 소설 속 배경이 이런 세상이었다면 설정이 너무 과했다 욕먹었을 거다.


《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의 1장은 100명으로 압축된 마을을, 2장은 이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3장은 1장의 증거가 되는 각종 통계를 보여준다. 간간이 기사로 보던 통계를 한눈에 보니 내가 살던 이 세상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세상이었구나 실감 났다.

일본을 압축시켜 놓았지만 숫자만 조금 달라질 뿐 약자에게 불리한 구조,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 쇠퇴하는 국가의 모습은 우리나라와 똑같았다.

 

더 슬픈 건 ‘돈’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그러니까 ‘전쟁’같은 거 말고 아름다운 ‘자연’을 주제로 통계를 내고 압축시켜도 “잔혹한 100명의 마을”이란 타이틀은 그대로일 거란 거다.

우린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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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교양 - 3,000년간 축적된 모든 지식을 짧지만 우아하게 말하는 법
니혼지츠교출판사 편집부 지음, 김영택 옮김, 모기 겐이치로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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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교양》은 분야별로 나뉜 학문을 세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요즘 분위기에 편승해 문과, 이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하게 섞여 있다.

 

 

책이 소개하는 분야는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화예술 이렇게 4파트이다. 책은 많이 쓰이지만 정확한 설명은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학문들을 명쾌하게 소개하고 있다.

 

학생, 학부모가 본다면 진로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좋고, 진로가 정해진 이에겐 향후 진로를 어떻게 확장해나가야할 지 그려볼 수 있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문학융합이 대세인 시대에 발맞춰 책이 나온 모양이다.

 

 

지식의 얼개와 구조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

 

각 학문별로 담긴 내용은 정의, 기원, 전개와 현황을 비롯해 해당 분야를 창시한 사람, 계승 발전시킨 사람들의 계보도 그려져 있다. 분명 내용은 간략한데 쉽지 않았던건... 비전공자라 그런걸까? 솔직히 어려운 이름을 여럿 보고나니 어지러웠다. (ㅠ.ㅜ)

 


저자가 일본인이라 일본 문학, 일본 영화를 따로 자세히 다루고 있었는데 이 파트가 이 책의 유일한 흠이 아닐까 싶다. 사실 전체적인 밸런스를 놓고 보자면 다른 학문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그러니까 여기 낄 레벨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순전히 저자 빽으로 들어갔단 생각에 샘도 났고 우리나라 문학과 영화는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궁금했다. 그런건 어떤 책을 봐야 알 수 있을까?

 

문학 페이지를 보며 읽을 책 목록에서 잠자고 있던 책들이 떠올랐다. 공부할 수록 알고 싶은게 많아지고, 읽을 수록 읽고 싶은 책도 많아 책을 쌓으면 구름까지 닿을 것 같다.;;(줄어들어야 하는게 정상아닌가!?) 천국에도 책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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