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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
에가미 오사무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7년 12월
평점 :
"100명이 전부인 마을이 있다. 100명 중 50명이 '생활이 팍팍하다'고 푸념한다.
고용된 41명의 일꾼 중 26명이 정규직이고 15명이 비정규직으로, 정규직은 한 시간에 19,370원을 비정규직은 12,290원을 받는다.
한 달 동안 부지런히 일해 버는 돈은 300만원인데 생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돈은 490만원이다. 한 달에 190만원씩 1년, 12달이면 2,280만원이 부족하다.
부족한 금액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고, 잔혹하게도 이 빚은 아이들과 20대 젊은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갓 성인이 되어 혈기왕성하던 젊은 시절, 나의 눈에 비친 세상은 문제투성이였다. 문제를 방치하고 돈(혹은 유명세, 권력)이 될 타이밍만 계산하는 어른들을 원망하고 질타했다. 젊었을 땐 당시의 열정이 영원할 줄 알았고 마음만 먹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혈기가 한 풀 꺾인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어른이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랏일을 떠안은 책임자 어른들의 관리 소홀까지 이해가 되는 건 아니다.)

"마을 사람 중 1/3은 한 푼도 저축하지 못한다. 정규직도 아니고, 월급은 오를 기미도 없고, 저축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수입이 0원인 가정도 보험(국민건강보험)료는 내야 하는 게 이 마을의 룰이다. 이 마을은 한 번도 쪼들려본 적 없는 촌장과 그 주위의 몇 사람에 의해 돌아간다. "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지 않나?!
돈과 관련된 현실만 모아놓고 보니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없다. 소설 속 배경이 이런 세상이었다면 설정이 너무 과했다 욕먹었을 거다.
《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의 1장은 100명으로 압축된 마을을, 2장은 이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3장은 1장의 증거가 되는 각종 통계를 보여준다. 간간이 기사로 보던 통계를 한눈에 보니 내가 살던 이 세상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세상이었구나 실감 났다.
일본을 압축시켜 놓았지만 숫자만 조금 달라질 뿐 약자에게 불리한 구조,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 쇠퇴하는 국가의 모습은 우리나라와 똑같았다.
더 슬픈 건 ‘돈’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그러니까 ‘전쟁’같은 거 말고 아름다운 ‘자연’을 주제로 통계를 내고 압축시켜도 “잔혹한 100명의 마을”이란 타이틀은 그대로일 거란 거다.
우린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