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나라 -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적의 대화
토르디스 엘바.톰 스트레인저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린 자신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을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 우리는 먼저 상대방이 저지른 잘못의 범위와 내가 베풀 수 있는 용서의 범위를 따져봐야 한다.
이 책은 둘 모두 최대치에 해당하는 경우다.

 

 

 

《용서의 나라》속 주인공은 성폭행 가해자와 피해자 둘이다. 이 둘이 서로를 대면해 가해자는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는 오랫동안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던 해묵은 감정과 분노, 상처를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소설이 아니라 실화이다.

 

미리 알아두어야 할 점은 가해자가 사람을 해치려는 목적을 가지고 생면부지의 피해자를 납치해 성폭행한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 어렸을 때 겪어 둘 다 한발 늦게 잘못됨을 깨닫게 된 경우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성폭행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만남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전문가까지 갈 것도 없다. 가족이 먼저 기를 쓰고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말려 지칠테니까. 하지만 그녀는 아주 확고했다. 그를 꼭 만나야했다.

 

"기억에 시달리는 것도 할 만큼 했다. 자책도 할 만큼 했다. 나는 끝을 맺고 싶었다."

 

둘의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평범했다. 그녀가 톰(가해자)을 향해 융단 폭격을 날리기도 했지만 톰은 변명하거나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마주한 채 담담히 인내했다.

 

속은 말이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책을 본 나의 느낌은 그랬다. 피해자였던 토르디스의 입장에서 쓰인 책인데다 의도적으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가해자였던 톰의 이야기는 최소화하고 있어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거나 미루어 짐작해볼 수 밖에 없었다.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포장할 생각은 없지만 잘못을 저지른 입장이었던만큼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가 지고 살아야 했던 마음의 짐은 또래에 비해 아주 컸다. 그녀를 다시 마주하기 전까지 그는 자신을 학대 수준으로 괴롭히며 살아왔다. (그러니까 바르게 살자.)

 

그런데 얼굴과 이름까지 공개해 이리 대대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자신의 추한 과거를 들추다니. 왜 그는 제 스스로 몸에 주홍글씨를 새기는 고문과도 같은 형벌을 자행하는 것일까. 자신을 또 다른 방식으로 학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며 가해자의 반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바르게 살자.)

 

그는 그리고 그녀도 이젠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날의 상처를 마주해 결국엔 극복해 낸 그녀에게도, 구구절절 변명 늘어놓지 않고 자신의 과오를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그에게도 이제 두번째 인생이 열리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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