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4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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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 후 이어진 독서토론 모임에서 선정한 책을 이제야 완독했다. 석달만..인가. 1부를 읽고 "아, 이해하려하면 안되겠구나.."생각이 들어 그의 의식, 흐름을 따라 읽는다는게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로쟈가 살인을 마음먹고 결심하고 행동하기까지의 과정이 내겐 충분치 않았다. 결국 해소됐기에 (2권 말미에서) 책을 덮고는 후련했지만 읽기는 고역이었다.

 

"노파는 해로운 존재니까 이나 바퀴벌레의 목숨, 아니, 그만도 못한 목숨이야. 남의 목숨을 좀먹고 있거든." (1부 P.123)

가난한 대학생
로지온(=로쟈) 로마노비치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이 우월한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전당포 노파(와 운나쁘게 그 자리에 나타난 노파의 여동생 리자베타)를 죽인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을 끔찍이도 높이 평가해 그럴만한 권리가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 있다 생각했다. 살인을 고귀한 목표 의식쯤으로, 자신이 가야할 길을 고결한 길로 여겼지만, 소설 내내 다른 등장인물들 즉 합리주의, 도덕적 사고와 계속 부딪치며 괴로워한다.

“저 추잡하고 해로운 이를, 가난한 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아무에개도 필요 없는 전당포 노파를 죽였으니 마흔 가지 죄악은 용서받을텐데, 그것이 죄라고?”(6부 443)

“하나의 하찮은 범죄가 수천개의 선한 일로 무마될 수는 없을까? 하나의 생명을 희생시켜 수천 개의 생명을 부패와 해체에서 구하는 거지. 하나의 죽음과 백 개의 생명을 서로 맞바꾸는 건데, 사실 이거야말로 대수학이지 뭐야!” (1부123)

 <죄와 벌>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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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조성일 지음, 박지영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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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느껴지듯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불협화음, 이별을 노래하고 있다.

나와 100% 딱 맞는 상대는 세상에 없다. 관계가 오래 지속될수록 상대가 내게, 내가 상대에게 서로 맞춰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인간관계가 다 그렇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인관계는 좀 더 특별하다.

각자의 한계에 부딪쳐 나는 불협화음은 사이가 각별했을수록 날카롭고, 날카로운만큼 더 아프다.

 

 

...
꽃망울 터지는 봄,
삐질삐질 땀 흘리는 여름,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가을을 지나
우린 결국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을 맞았다.

 

 

 

사랑에 노력이 필요없는 시기가 있다. 그 자체로 훨훨 잘 타오를 때가 있다면 부채질을 해줘야 할 타이밍도 있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더는 불을 피울 수 없으니까.


이미 이별한 이보단 사랑이 해야만 하는 숙제가 되어가는 연인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불쏘시개로 쓰시라! 이별 노래에 젖어들어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혼자인걸 좋아하던 내가 그 자유, 여유를 포기할만큼 네가 좋았고 그래서 함께하길 택했는데... 내가 선택해놓곤 이제와서 왜 불평인지. 더 긴 시간을 혼자 자유롭게 살던 넌 지금 괜찮은건지. 나보다 더 걱정이고 고맙고..

이런 식이다.


글은 분명 이별인데 사랑을 노래하는 기분이 드는건.. 내가 아직 사랑 중이란 증거이겠지. ;)

'각자의 말'로 사랑을 할지라도 서로가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사랑..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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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나는 알아요! 24
네티 반 카트호벤 지음, 히키 헬만텔 그림, 최재숙 옮김, 이종탁 감수 / 사파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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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아이들은 왜 택배가 올 때마다
택배 아저씨가 선물을 준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첫째도 어릴 때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이제 그만 둘째의 판타지를 깨 줄 때가 된 것 같아 둘째도 함께 읽어봤어요. 퐈하하하

7살인 첫째는 그동안 말로만 듣던 걸 그림으로 세세하게 볼 수 있어 꽤 좋아하더라고요.

 

 

아이가 편지를 쓰는 순간부터 ~ 도착할 때까지의 과정이 아기자기하게 잘 그려져 있어요.
자동차, 비행기, 기차, 배 아이가 좋아하는건 다 나와서 한장 한장 넘기기가 어려웠어요.. ㅋㅋ

정보 위주의 책을 좋아하진 않지만
아이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말보다는 훨씬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우체국 체험은 쉽지 않으니까~

 

 

 

책을 보고 혹시
'요즘 세상에 누가 편지를 쓴다고 우체국 그림책을 쓴걸까'라고 생각안하셨나요?
ㅎㅎ 전 잠시 했어요.

사실, 한글 떼는 시기의 아이들이 엄청 많이 하는게 바로 손편지잖아요?! 아이들에겐 편지가 어른들만큼 낯설지 않을 거 같아요. 그죠? :)


글을 쓰다보니 아이랑 손편지써서 가족들에게 보내는 이벤트가 급! 해보고 싶네요 ♥.♥!! 오호~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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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하필 나를 괴롭히기로 했을까? - 심리학, 내 인생을 망치는 사람을 분석하다
빌 에디 지음, 박미용 옮김 / 갈매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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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나를 죽자고 괴롭히는 사람을 만나본 적 있으신가요? 전 있습니다.

《그는 왜 하필 나를 괴롭히기로 했을까?》 이 책을 읽다 잊고 지냈던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상대와 전 밥 한 끼는커녕 대화조차 해본 적 없는 사이였습니다. 서로 얼굴과 이름을 아는 정도였지만, 상대는 주변에 내가 아닌 나를 소문내고 다녔습니다. 1년 정도 갈등과 음해가 반복되었고 상대에게 이야기를 들은 제 지인들이 그 자리에서 그에게 오해임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상대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대에게 질린 저 또한 말을 섞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안 보고 살기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고 크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 담긴 나란 사람을 마주하곤 너무 억울해 잠도 오지 않았고 밥도 삼킬 수 없었습니다. "누가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 난다 했냐!!"며 애먼 지인들에게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ㅎ....

그 사람에게 결국 사과받지 못했습니다. 언젠간 받을 수 있을까요? 아마 그 사람에게 전 평생 사과받지 못할 겁니다. 책을 읽고 (사과받지 못할 거란) 생각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그는 왜 하필 나를 괴롭히기로 했을까?》는 고도 갈등 성격(=성격장애)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 세세하게 알려주는데 그중 한 유형이 그 사람과 아주 흡사했습니다.

'용서할 수 있는 구실이 뭐 하나라도 있을까.'
'지금이라도 이 상처를 훌훌 털어내줄 무언가가  이 책 속에 있을지도 몰라.' ...

책을 여러 번 읽으며 지금이라도 그 사람을 이해해보려 했지만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급기야는 '이런 사람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는 걸까?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도 들었고, 다른 장을 읽을 땐 '내가 이런 사람들까지 알아야 하나..'싶기도 했습니다.

사실, 책 속의 다섯 가지 성격장애 유형 모두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보통의 도덕적 규범과 사회성을 가진 사람이 보통의 기준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기질을 일부 가진 특별한 사람을 이해하려 한다는 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책을 통해 제대로 느꼈습니다. 

 

 



누구에게 조언을 할 만큼 오래 살았다거나 경험이 풍부한 건 아니지만, 제 경험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난다면 무조건 피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피하시면 안 됩니다.) 이 책 또한 저처럼 이해하고 용서하기 위해 읽을 게 아니라
피하기 위해 읽으셔야 합니다. 잘 읽어뒀다가 잘 피하셔야 합니다. 부디, 저처럼 데는 일 없으시길...


+
다섯 가지 고도 갈등 유형
자기애성 고도 갈등 - 단순히 나를 높이기 위해 남을 깎아내리는 타입. 가장 흔한 성격 장애로 자신이 '우월'하고 특별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어 규칙이나 법규를 신경 쓰지 않는다. 공감 능력도 결여되어 있어 남들 앞에서 타인을 망신 주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비판을 받으면 그 사람의 말에 반박하기보단
사람을 깎아내리려 한다.

경계선 고도 갈등 - 처음엔 사교적이고 매력적이지만 감정 변화와 분열이 심하다. 버림받는 걸 몹시 두려워해 자해나 자살시도도 쉽게 벌인다.

편집성 고도 갈등 - 극도로 의심이 많은 사람으로 이웃이나 경찰, 정부기관이 자신의 삶을 침범하려 한다는 망상도 있다. 이런 사람과 연인 관계라면 끊임없이 그는 당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감시하려 들 것이다.

반사회성 고도 갈등 - 세 살 아이와 비슷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장 갖고 싶어 하고, 그들을 가로막으면 우리를 밀치거나, 우리의 위상이나 명성을 파괴하거나, 심지어 죽이기도 한다. 양심을 가책을 느끼지 않고, 일부는 이런 데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지배 욕에 따라 움직이고, 누군가를 조종하고 통제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위해 타인의 인생을 망가뜨린다.  

연극성 고도 갈등 - 모 아니면 도 식의 말을 즐겨 쓰고, 대체로 과장과 허위로 이야기를 부풀려 관심의 중심이 되기 원한다. 실제보다 사람들이 자신을 많이 신경 쓴다는 착각에 빠져있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남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행동을 바꾸려는 의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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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24시 - 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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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풀어 놓는데 소질이 없음을 먼저 밝혀두는게 좋겠다.

 

 

천보(742-756년) 3재, 정월 14일.
민족 최대 명절인 원소절(=정월대보름)을 앞두고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테러 조직이 장안성에 침입했다. 테러 조직은 돌궐족의 소수 정예병으로 목숨이 얼마나 많은지 죽음 따위 안중에도 없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걸까. '돌궐'이란 단 두자만으로도 사람을 벌벌떨게 만들었던 젊은이가 당나라에 밀려 뒷방 늙은이가 됐으니, 굴욕에 대한 '복수'인가? 뒷방으로 밀려나는 굴욕이 그토록 큰 것인가?


테러 조직의 잠입을 눈치챈
당나라 정안사(장안성의 방위를 책임지는 기관)의 수장 이필이 발 빠르게 그 뒤를 쫓지만 곧 벽에 부딪치고 돌귈의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직감한다. 이필은 만년현 불량수(오늘날의 수사관) 출신이었던 사형수 장소경을 임시로 석방시켜 사건을 함께 수사한다. 이필은 무엇때문에 사형수에게 도움을 구한 것일까? 장소경은 토사구팽될게 뻔한데 어째서 승락한걸까? 미친 개처럼 테러 조직의 뒤를 쫓는 이유가 뭘까?

"난 이 하찮은 목숨들이 평범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내 모든 걸 바칠거야. 내가 지키려는 건 바로 이런 장안성이야. 이렇게 말하면 자네가 이해할 수 있으려나?"

평범한 사람들을 괴물들로부터 지켜내고 싶어하는 마음. 정말 이게 전부일까? 그의 순수함을 의심하는 내가 너무 속물인걸까? 아무리 죽어도 상관없는 목숨이라 그래도 그렇지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처럼 덤비는 그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였지만 1권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가난한 집안 출신인 원재는 '명예는 고생에서 나오고 부귀는 위기에서 나온다'라는 명언을 굳게 믿었다. 위기가 클수록 부귀도 커진다. 문제는 위기에 맞설 용기와 안목이 있느냐이다."
P.367



명예와 부귀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약속받은 감형이라도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2권의 두께를 보니 그 길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를 석방시킨 정안사 사승 이필, 극구 반대한 수장 하지장, 어느새 장소경의 편이 된 정안사 수장의 오른팔 요여능, 장소경을 살인범으로 만든 정치적 정적 세력들, 의외로 복잡하게 얽힌(?) 테러 조직들까지. 테러만 막으면 될 줄 알았는데 줄줄이 딸려 나오는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빵빵 터져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흡수력이 얼마나 좋은지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삼일만에 뚝딱 읽었다. 그런데 등골이 서늘하다.

난 재밌게 읽었는데.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강건너 다른 나라라 그런거 아닌가 싶다. 판빙빙 실종에 이어 인터폴 수장이 공안에 납치되면서 드러난 중국의 어두운 민낯을 보고 나니 내가 중국인이라면 마냥 웃을 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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