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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와플을 먹은 걸까? - 성장 이야기 ㅣ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14
션 테일러 지음, 김지연 옮김, 한나 쇼 그림 / 꿈터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집으로 날아든 공지 한 장. 여성가족부에서 보낸 성범죄자 신상 공개서였다.
사진, 이름, 나이, 주소, 범죄행위가 간략히 기록되어 있다. 이제 더 이상 청소년 성추행범이 TV나 신문에서만 보던 우리 동네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 딸 가진 부모는 얼마나 불안할 것이며 동네 아저씨로만 알고 인사하며 지내던 같은 아파트 사람들의 배신감은 또 어떨것인가.
옆집 아저씨라고 섣불리 인사하기도 조심스럽다.
모르는 사람뿐 아니라 아는 사람도 경계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 서글플 뿐이다.
『도대체 누가 와플을 먹은 걸까?』는 이런 불편한 현실을 잘 반영한 그림책이다.
책 표지를 펼치면 눈에 들어오는 그림, 창문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들이 음침한 분위기를 풍긴다.
뭔가 음흉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것 같은.....
색상은 밝고 화사한데 느껴지는 분위기는 도시의 외진 곳, 아주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가 연상된다. 타인의 눈 따윈 상관 없는 듯 빨래줄에 걸려 있는 옷들, 벽에 그려진 낙서, 여기저기 놓여져 있는 쓰레기통. 잘 정돈되고 보안이 철저한 동네가 아님이 드러난다. 마치 범죄는 이런 곳에서 잘 일어나고 있다는걸 암시하고 있는 듯 하다. 이 건물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면면도 심상치 않다.
1층엔 커다란 곰 가족이, 2층엔 악어 아저씨, 3층엔 늑대가, 4층은 비어 있고, 5층이 이 책 주인공의 이모 와플 집이다. 한 덩치하는 동물들이 살고 있는 5층 건물에 친칠라의 이모가 있다.
친칠라는 이 곳에 올 때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감지한다.
잔뜩 겁 먹은 표정의 친칠라. 이모의 집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이모랑 함께 지내던 어느 날, 쓰레기를 버리러 간 이모가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자 이모를 찾으러 나선다. 이 건물의 누군가가 틀림없이 이모를 잡아 먹었을거라며 범인을 찾기 위해 1층 곰집부터 방문해 보기로 한다. "누가 우리 이모를 잡아 먹었나요?" 라며 한 집 한 집 문을 두드려 보지만 정작 험상궂어 보이던 그들의 거실 풍경은 너무나 정겹다.
비어있던 4층에 새로 이사온 사자네 가족. 이모는 사자네 가족의 초대를 받아 잠시 그 곳에 들렀던게다. 이모는 걱정하는 조카에게 아무 걱정할 필요 없다지만 친칠라는 사자 가족들의 웃음이 왠지 싫다. 그리고 생각한다. 조심해야겠어요.!
음침해 보였던 앞표지 이면의 그림자들의 실제 모습은 어땠을까?
어쩌면 이 그림속 동네는 우범지역일수도 있겠다.
그래서 어린이나 여성들은 특히나 조심해야 할지도.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밝은 일상도 함께 보여줌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끈을 놓지 말아야 함을 얘기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