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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상점의 비밀 ㅣ 일공일삼 81
이서연 지음, 서한얼 그림 / 비룡소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이런 노래가 있었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이 야이 야들아 내 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 친~다.
코믹한 여인이 부른 이 노래가 잠깐 유행했었지, 아마.
『오아시스 상점의 비밀』책장을 덮고 나자 뜬금없이 이 노래가 생각났다.
저 노래가사처럼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살면 그만이지 싶어서였나?
며칠전 잠깐 아침방송을 봤더니 초등생 책가방 하나에 백만원 단위가 넘는 가방이 있다.
십만원 단위의 책가방 가격도 이해가 안되는데, 이백만원이 넘는 책가방이라니.
그런데 이런 가방이 버젓이 팔리고 그것도 잘~ 팔린댄다.
엄마들이 자기 자식 기죽이기 싫어서 이기도 하고 실제 인터뷰하는 학생을 보니 선생님들이 비싼 가방 들고 다니는 애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한다.
엄마가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선생님의 사소한 심부름 하나에도 아이들은 기분 좋아한다.
그게 뭐라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아이들, 하지만 학교에선 경쟁상대가 너무 많고 집에선 엄마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 어디에서고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림자를 오려 준 거였다.
더 잘하고, 칭찬 받고, 주목 받고 싶어서 (p113)
이 책,『오아시스 상점의 비밀』은 남들보다 더 잘하고 주목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잡아내고 있다.
두 명의 솝이. 거울 속 솝이와 거울 밖 솝이.
거울 밖 솝이는 발렐를 좋아하고 잘하는 평범한 소녀다.
다른 건 몰라도 발레만은 잘한다고 자부했던 솝이지만 발레단에서도 최고는 아니다.
공부를 비롯해 못하는게 없는 채원이에게 밀리고 만다.
솝이는 이번 「호두까기 인형」공연에서 주인공 클라라가 되고 싶어한다.
어느 날, 집으로 가는 길에 「오아시스」란 이름의 발레용품점 앞에 걸린 발레복을 보고 몹시 탐을 낸다. 가게에 들어가 주인인 호호백발 할머니와 거래를 해서 - 돈 대신 땀에 절은 연습복을 주는 댓가로 - 그 발레복을 손에 넣게 된다. 새 발레복을 가지고 연습실에 들른 솝이는 채원이가 고집하던 일곱번째 거울 앞에 서게 되는데....
거울 속 또 다른 솝이가 말을 걸어 온다.
네가 원하는 완벽한 솝이가 되어 줄 테니 거울 밖의 너와 거울 속 나의 공간을 바꾸자고.
완벽한 그랑 주떼를 완성해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거울 밖 솝이는 거울 안 솝이에게 그림자를 오려 주고 거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위치가 바뀐 두 솝이. 누가 진짜 솝이일까?
거울 속으로 들어간 솝이는 그 곳에서 거울 속 채원이를 만나게 된다.
어떻게 하든 다시 거울 밖으로 나가려는 솝이에게 채원은 말한다.
뭐 하러 나가려고? 엄마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여기가 훨씬 좋은데. (p102)
난 싫어, 거울 밖으로 나가면 뭐해. 거기야 말로 지겨운 곳이야. 아무리 잘해도 계속 더 잘하라고 하잖아. 계속 잘하려면 쉴 수가 없어. 다그치는 것도 무섭고. (p196)
뜨끔, 찔린다.
거울 속 세상에서 점점 자아를 잃어가고 있는 채원이와 뭐든 잘하는 아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솝이는 결국 거울을 깨고 세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 잘났으면 잘난 대로 못났으면 못난 대로 진짜가 되어 자신을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
남들 눈에 비친 내가 아니라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잘났다고 잘난체 하지 말고 못났다고 자포자기 하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