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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우주 최강 울보쟁이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Friends / 2012년 3월
평점 :
부모라는 건, 수지 안 맞는 장사다.
부모라는 건, 외로운 노릇이다.
부모라는 건, 슬픈 노릇이다.
부모라는 것은, 어리석은 노릇이다.
부모라는 건, 애쓰는 노릇이다.
부모라는 건,
부모라는 건,
부모라는 건,
부모라서, 다행이다. (p 257~p 258)
나에겐 '아빠'라는 호칭이 어색하다. 그렇게 불러 본 기억이 없다. 아니.......어쩜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에서만 사라졌을 뿐. 나의 아버진 바다의 사나이셨다. 길게는 1년을 넘게 출렁이는 배 위에서 생활을 하시고 집에 오셔서 생활하는건 몇 개월 남짓이었기에 언제나 조심스럽고 좀 서먹한 그런 관계가 계속되었다.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한 아버지, 애교없고 까탈스러운 나, 그래서 아버지와 난 그렇게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딸을 걱정하고 챙겨 주는 아버지가 되셨고, 난 아버지가 살아 계심에 감사드리며 살고 있다.
부성애(父性愛). 찐하다. 짠하다. 먹먹하다. 드러냄을 쑥스러워한다.
트럭 운전자 야스, 쑥스러움 많고 무뚝뚝하고 눈물 많은 이 남자, 미사코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 아키라를 낳으면서 이 남자는 행복에 겨워 눈물 훔치는 날이 많아진다.
"어, 다에코 누부야, 내가 왜 이럴까. 눈물이 난다. 왜 그런지 몰라도 미사코랑 아키라를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온다. 행복한데 눈물이 나다니.... 내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 싶다. 이상하지?"
"행복이란 게 이런 건가. 처음 알았다. 너무 행복하면 슬퍼진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p 43)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놓치고 사는 일이 많다. 가끔씩 정신이 번쩍 든다. 아이들이 깔깔대는 웃음소리, 서로 지지않으려고 투닥거리는 소리, 공부는 뒷전이어도 책은 늘 손에서 놓지 않는 아이들이 내 행복의 원천임을 자주 잊고 산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두 아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야무지게 닦지 못한 몸 여기저기서 물은 뚝뚝 떨어지는데 옷도 껴입지 않은 벌거벗은 몸으로 장난은 계속 된다. 그런 일상이 행복이란걸 내 무딘 감정은 너무 늦게 깨닫는다.
아카라와 동물원에 가기로 약속한 날, 비가 온다. 평소 말귀를 잘 알아듣던 아키라가 그 날 따라 유난히 동물원에 가고 싶다며 떼를 쓴다. 일이 꼬이는 하루다. 꼬인 실타래가 끝내 풀어지지 않고 미사코를 죽음으로 몰고 간 날이다. 무너지는 나무상자더미에 깔릴것 같은 아키라를 지키기 위해 미사코는 몸을 던져 아키라를 지켜낸다. 엄마는 별이 되고 아키라는 성장한다.
유치원에서 가족을 그리는 날, 아키라는 잘 기억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사진을 보며 그려도 된다는 선생님의 허락하에 엄마사진을 가지고 가지고 유치원에 간다. 하지만 아키라가 들고 간 미사코의 사진이 발단이 되 다른 아이들과 싸움을 벌이게 되고 그 날 이후 아키라는 밤마다 이불에 지도를 그린다. 야스는 그런 아키라를 고추친구인 쇼운 부부에게 보내 잠을 자게 한다. 아이를 가지지 못한 쇼운의 아내 유키에가 아키라를 아들 같이 여겨주고 아키라 역시 엄마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유키에에게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억수같이 눈이 퍼붓던 그 날밤, 쇼운의 아버지 가이운 주지스님은 잠이 든 아키라와 야스를 데리고 해안으로 간다. 자다 깬 아키라가 추위에 몸을 떨자 스님은 말한다.
"엄마가 있으면 등 쪽에서도 안아주지. 그럼 등도 안 춥겠지. 아버지도 있고 엄마도 있는 친구들은 그렇게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져. 그런데 아키라, 너한테는 엄마가 없어. 그러니까 등은 계속 추울거다. 아버지가 아무리 열심히 안아줘도, 등까지 다 안아줄 수는 없으니까. 그 추위를 짊어지는 일이, 아키라 너한테는 살아가는 일이다."
"등이 추운 채로 산다는 거는 힘든 일이다. 외롭다. 슬프고 억울하지." (p 95)
아키라는 이렇게 야스와, 가이운 주지스님, 쇼운 부부, 다에코의 도움을 받으며 탄탄하게 자란다.
아키라가 성장하는 동안 야스는 많은 눈물을 흘린다. 우는 것 조차 쑥스러워 하는 야스가 맘 놓고 울 수 있는 곳, 다에코 누부의 조그만 가게에서.
난, 이 남자, 야스가 너무 좋다. 무뚝뚝하고 쑥스러움 많지만 한없이 정 많고 사려깊은 이 남자가 정말 맘에 든다. 콧등, 찡하게 만드는 그의 부성애를 나의 남편이여, 당신도 좀 배워라.
가이운 스님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아키라와 병원 복도를 걷던 날을 회상하며 야스는 말한다.
"나란히 걷는 거, 그게 참 좋더라고."
"그래도 이제 아키라도 중학생이라 그런지, 눈 똑바로 뜨고 아버지랑 정면으로 마주 보는 거는 안 해 준다. 아버지랑 아들이란 거는 그런 거겠지. 난 그날 밤에, 이제 아키라랑 마주 보는 일은 점점 줄어들겠구나, 했다. 속내를 말하자면 섭섭하다. 그래도 아버지랑 아들이 어깨를 나란히 해서 걷는 것도, 이것도 참, 어, 뭐라고 말을 해야 되나, 뭐라고 해야 되나, 절절히 사무친다, 응..." (p 225)
나의 남편은 걸음이 빠르다. 언제나 휑하니 앞서간다. 그리곤 느릿느릿 걸어오는 날 한참을 기다린다. 아이들은 뛴다. 아빠보다 앞서 뛴다.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냅다 뛰기만 한다.
큰 아들은 가끔 내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다. 넙적하고 두툼한 손이 이젠 내 손안에 폭 싸이지 않는다. 든든하다는 느낌. 글쎄.....딸이랑 손잡고 가는 맛은 이거랑은 다를래나?
아빠랑 아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모습,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아버지의 눈물, 본 적이 없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 없이 내가 결혼하던 날, 빨갛게 충혈된 눈은 봤다. 원체 무뚝뚝하셨던 분이기도 하지만, 아마 아버지도 쑥스러워 눈물을 삼키셨을게다.
자고로 남자는 눈물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며 감정을 함부로 흘리지 말도록 배워온 세대 아니신가.
하지만, 아버지 당신은 참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오자 :
p 204, 18째줄. 쇼우의 말이 - 쇼운의 말이
p 270, 6째줄. 이토록 쓸쓸한 느낌을 줄은 몰랐다. - 느낌일 줄은
p 277, 3째줄. 강한 자를 무찌르는 변호사기 되길 바랐다. - 변호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