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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1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155
조르조 바사리 지음, 이근배 옮김, 고종희 해설 / 한길사 / 2018년 5월
평점 :
조르조 바사리의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1, 2권을 구매했다. 탐구당에서 출간한 세 권짜리는 2001년 8월 14일에, 그 후 한명출판사에서 한 권으로 나온 축약본도 구매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올재에서 출간된 것은 가격은 저렴했지만 책을 보관할 장소도 여의치 않고 가능하면 중복된 책은 구입치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구입치 않았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책은 예외를 두기에 이번 경우에는 고민을 했다.
내 기준으로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은 책 겉표지, 활자 크기, 글자를 제외한 종이의 여백, 종이질, 책을 잡고 펼칠 때의 느낌, 제본의 탄탄함 등으로 결정한다.
고전급이 아닌 책에는 위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한길사에서 이번에 출간한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은 대단히 잘 만들었다.
탐구당 것과 한 페이지만 비교해보니 좀 더 이해가 편하게끔 문장을 끊고 단어를 조금 수정했다.
더 많은 페이지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점을 발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흐를 수 있기에 하지 않았다.
감수자 고종희님은 이근배님의 번역문체를 원서와 비교해보면 16세기 이탈리아의 옛 분위기와 묘하게 잘 맞아서 논문이나 저서에서 이근배님의 번역본을 즐겨 인용한다고 했다.
1914년생인 이근배님은 어렵게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의 사본을 구해서 1961년부터 번역을 시작해 1977년에야 초고를 완성했고 그 이후에 계속 도판과 각주, 그리고 색인 작업을 거쳐 1986년에 탐구당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가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한다.
돌이켜보면 평균 수명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시절에, 편하게 즐기면서 살 수 있는 의사가 그 긴 세월을 소요하면서 이 책을 번역했을 때는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하는 감회에 젖는다.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된다고 그 긴 세월을 이 책을 번역하느라 보냈는지!
더구나 본인의 생계와 전혀 관련도 없는 것에!
감수자나 한길사가 이근배님의 탐구당 번역본에 그리 손을 대지 않고, 각 작가별 해설이나 책 만듦새에 중점을 둔 것은 그 마음을 읽었고 존중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흘러 바사리의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이 언젠가 원전 번역으로 나올지라도, 그 때의 번역자들은 이근배님에게 경외감을 느낄 것이다.
좋은 책을 잘 만들어서 세상에 다시 내보낸 한길사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