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 권리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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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란 누군가가 누려야 하는 것. 그런데 '가난'이란 단어에 권리가 붙는다는 게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가난을 누려야한다니....

초록색 띠지에 "사랑의 상호 감염과 그 뭉근한 확산의 드라마"라는

신형철 교수의 추천의 말은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이해되었다.

가난한 사람도 당연히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럼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란 무엇인가?

그런 가난한 사람의 권기를 지키는 걸 책 앞머리에서는 '복지'라는 개념으로 말하고 있다.

혹시 복지제도에 대한 신랄할 비판이 담긴 책일까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건 웬걸....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다.

어떻게 어떤 상황을 거치게 되어 가난하게 된 거는 중요하지 않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동정 어린 시선보다는 공동체가 함께임을 알려주는 구절처럼 느껴진다.

한 사람이라도 연락할 수 있어서, 한 사람이라도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사람들은 삶의 끈을 놓치않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 정말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다. 나 또한 누군가에 그런 <한 사람>일 수이 될 수 있을까?

'삶'이라는 단어는 '사람'이란 단어를 한 글자로 줄여쓴 거 같다.

사람들은 다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사회는 어떤 잣대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나누는 것일까?


가난한 것도 불편하고 서러운데,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단어는 더 슬프다.

가난한 부모에게 태어난 자식이 가난을 가지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다는 건, 가끔은 가혹하다.

세상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불평등하다.

누구나 어떤 강의에서든 "인문학이라는 게 대체 뭡니까?"라는 질문을 했다면, 분위기가 싸해지는 건 당연하다.

질문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누구든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여보, 사랑해!'라는 말이 나오게하다니. 인문학은 도대체 뭘까?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무언가 좋은 거라고 짐작하게 되는 순간이다.

체험과 경험을 다른 단어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체험은 나에게서 끝날 수 있지만, 경험은 공유를 통해서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하루하루가 별탈없이 반복되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흔한 것, 흔한 사람들. 그렇지만 절대 흔하지 않다. 매일매일이 특별함에 연속이다.

내 청춘의 8할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닥 좌절과 결핍을 경험하면서 살지 않았다.

이 책 속에는 결손 가정의 아이들, 미혼모, 교도소 수형자, 어르신, 노숙, 장애인과 함께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우리가 무언가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말하는 작가.

인문학을이이토록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학문이였던가?

책속에서 나는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책을 모르고 살던 지난 세월이 후회됩니다.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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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부모를 이해하는가 - 관계의 원형, 상처의 근원인 부모 이해의 심리학
마스다 유스케 지음, 명다인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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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원형,

상처의 근원인

부모 이해의 심리학.

부모를 객관적으로 볼 때, 진정한 자유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보통 나오는 책은 육아서, 아이에 중심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 책은 부모에 중심이 맞추어져 있다.

그렇다고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이런 것도 아니다.

....이런 부모도 있다....

어린 시절, 내 눈에 비친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한다.

이 책에는 중간중간에 발달장애 아이와 발달장애 부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책에는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나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하나 이런 내용만 담았는데, 이 책에는 <카산드라 중후군>이라는 학명으로 그들의 고통을 안아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는 내용들을 한 번 정리해보았다.

'심리상담을 받을 계획이 없어도 심리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많은 육아서를 읽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읽었지만, 막상 읽고나면 나의 아이와는 맞지 않아서 괜히 읽어나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읽는 동안 자기 자신이 노력하고 있음을 그리고 객관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책일까하는 의문점이 들 수도 있다.

나와 내 부모 사이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데하고 말이다.

그래도 잘 읽었네하는 순간은 이런 공감의 문장을 발견했을 때다.

'부모 뽑기'

왜 나의 부모는 재벌이 아닌가?

왜 나의 부모는 잘 생기고 예쁘지 않은가?

왜 나의 부모는 엄청난 두뇌의 소유자가 아닌가 등등..

부모를 뽑는다면 그 기준은 경제력, 미모, 학벌 같은 걸까?

'어린 시절에 내 부모님은 나에게 어떤 부모였을까'하는 의문보다는

'내 아이에게 난 어떤 부모일까'라는 생각을 먼저하게 된다.


20살이 되면, 당연히 부모에게서 독립해야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시기는 점점 늦어지고, 어쩌면 지금도 난 심리적으로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금쪽같은 내새끼>에서 홀로 방치되어 기계어로 말하는 6살 아이를 보았다.

반응성 애착 장애라는 진단을 받는 아이는 부모와 그 어떤 애착 관계도 갖지 못하고

최소한의 사회적 소통을 배우지도 못했다.

4살이면 자기 주장이 생기고 부모와 한번씩 작은 충돌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걸 하나도 거치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관계에 대해서 소통과 표현의 방법을 할 줄 모른다.

그런 아이의 소통 도구는 AI 학습기. 그러니 기계어로만 자신을 표현할 줄 모르는 것이다.

' 단편적인 현대 사회에서는 가정이 아니면 고도의 인간관계 기술을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이 문장이 그래서 자꾸 눈에 밟히나 보다.

발달장애인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발달장애인 중 간혹 '천재'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글을 읽으면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이영우>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신문 기사도 생각났다.

실제로 이런 뛰어란 능력을 가진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전세계에 50명도 안된다는 것.

'형제자매가 많은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재미있고 화기애애하다'를 책 속에서는 가족 판타지라고 말한다.

그런 가족도 있겠지만 대부분 형제자매가 너무 많으면 한 명에게 분배되는 자원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요즘 세상에서 자식 수 = 경제력이라고 하는 말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읽으면서 13남매의 장녀인 '남보라'배우가 떠올랐다.

아이가 아이를 키워왔고, 지금은 부모의 역할도 하는 그녀.

그녀에게 부모가 12명의 형제, 자매를 만들어줄 때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가 오은영 박사와 함께한 프로그램에서 이런 문장을 완성했다.

"나의 어머니는 좋아했지만 마냥 다 좋진 않다." 그리고,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다.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니 부모님을 원망하는 순간이 왔고, 그녀가 내린 결론은

'부모님과 나를 분리해 버리자'. 장녀가 아닌 인간 남보라로 살면서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아다고 한다.

이 책 속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닌가?

<어린 시절의 부모를 이해하는가>는 부모를 나와 분리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그렇다면 이 책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를 이해하고, 그 후에는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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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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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책을 먼저 읽었다.

작년에 과학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던 책이라 평소 보던 분야가 아니었어도 읽었다.

그 책에서 마지막 장에 '캐럴 계숙 윤'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그런 캐럴 계숙 윤이 쓴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나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이름만으로도 저자가 한국계임을 알수 있는 것조차도 분류학이 아닌가?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

400쪽이 넘는 본문을 읽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라....

내가 태어나자마자 속한, 인류가 출현하면서 가장 먼저 접한 건 자연이다.

자연이라고 지칭되는 모든 것들은 이름을 붙이기 전에도 존재했으나,

이름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인식하고 그것을 의미를 너무 붙이기 된다는 점에서

분류학은 굉장히 중요한 분야다.

내게 분류학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중학교 내내 생물시간에 배웠던,

종>속>과>목>강>문>계라는 분류체계였다.

이 책은 분류학의 역사를 과학자들의 삶과 자신의 경험 등을 토대로 무겁지 않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쓰여있다.

이 책을 읽으려면 꼭 알아야할 단어 '움벨트'(Unwelt).

Um(둘러싸다)와 Welt(세계)가 조합된 단어로, 주변 세계, 환경을 말한다.

저자는 이 움벨트가 분류학 창시의 원동력임을 내내 강조한다.



첫 장을 읽기 시작하면 프롤로그에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인용구가 보인다.

칼 세이건의 <보로카의 뇌>에서도 이 구절을 본 적이 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과학자들이 좋아하는 책일까?

칼 세이건의 책에서는 행성에 이름을 붙이는 내용이 나온다.



분류학의 카오스를 표현한 문장. 그러나 역시 카오스 속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다른 관점을 찾아낸다.



물고기와 고래를 보는 나의 지각 정보는 이 둘을 자연스럽게 바다 동물로 바라본다. 물고기 밑에 고래를 넣어버리는 건 나의 실수인가?



저자는 책 속에서 지속적으로 움벨트라는 단어를 끄집어내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움벨트는 인간의 소중한 한 부분. 인류학에서 움벨트의 자리는 어디쯤?



내게 이 책은 결코 쉽지 않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솔직히 어렵게 읽었는데, 이 책은 이보다 더 어렵다.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읽기 힘들지도 모른다.

다윈의 진화론을 어느 정도 읽고, 모르는 것을 찾아가면서 읽는 걸 재밌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츨근길에 활짝 핀 꽃을 보면서 그 이름이 무어인지 모르지만 이름이 없진 않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마치 빨간 머리 앤이마을 곳곳에 있는 나무와 숲, 호수 등 자연 환경에 일일이 이름을 붙여주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눈의 여왕>이란 이름은 언제나 미소를 짓게 한다.

이런 삶을 사랑하는 태도가 움벨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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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물엔 우산이 필요해
황리제 지음 / 창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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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펴고 읽기 사작한 첫 느낌은 '이건 노랜데?'다.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치 노래 가삿말이 아닐까 싶다.

이런 시적 표현이 이 시에 매력이다.

꽃 같기도 하고, 풍선 같기도 하고, 두사람의 옆 모습 같기도 한 표지...


황리제 시인은 사랑, 상처, 이별, 그러나 결국 자신을 사랑하고 치유해나가는 마음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 후 이별의 슬픔은 누구에게나 후회와 상처를 남긴다. 상처는 치유가 되도 흉터는 남기는 법이다.

<너의 눈물엔 우산이 필요해>는 책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

분홍색 우산을 산 '나'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너의 눈물이 그러했듯이

나의 눈물에도 우산이 필요하니까


<조용한 아이>라는 시가 기억에 남는다. 말하지 않는 데, 털어놓아도 소용히 없는 말은 가슴에 삭이는 법.

....이런 내 맘

누구에게 털어놓을 데도 없어

그냥 조용히

삭이는 거야

그냥 조용히

난 조용한 아이니까



<것들>이라는 시는 마치 뮤지컬 넘버같은 느낌이 든다. 홍광호님이 불러주신다면 얼마나 멋질까?

.

..제일로 소중했던 것들은

더욱 소중해지기 위해여

오래전 내 곁을 떠났지

마치 사비처럼 반복되는 요 시적 표현은 가을이라는 쓸쓸한 계절에 더없이 어울린다.

이별을 하고 읽는다면, 펑펑함께 울 것 같고,

이별한 지 좀 되어 읽는다면, 그리움과 밀려드는 후회에 문득 힘들어질 것 같고,

책을 읽다 갑자기 떠오른 예전에 이별이라면 그냥 담백히 미소질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나 내 세상> 같이 환상적인 비극이라는 표현이 재밌다. 환상적인 비극이라니!

부정적인 싯구에는 원망이라기보다는 애증이 가득 느껴진다.




두번째 시집이라고 해서 첫번째 시집을 찾아서 몇 편을 읽어보았다.

첫번째 시집은 미련이 뚝뚝 남는 내용이 가득하구나.

시집은 전체적으로 무겁지만 그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서 편하게 읽힌다.

누구나 사랑의 경험이 있기에 황리제 시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올가을 가볍게 손에 들고 다니면서 읽을 시집이 필요하다면, 노랫말 같은 가사로 가득한 황리제 시집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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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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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궁금했는데, 이 책이였네요. 직업상 매번 인문학적 접근의 분류학만을 해왔는데, 생물학적 분류학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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