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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평점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책을 먼저 읽었다.
작년에 과학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던 책이라 평소 보던 분야가 아니었어도 읽었다.
그 책에서 마지막 장에 '캐럴 계숙 윤'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그런 캐럴 계숙 윤이 쓴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나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이름만으로도 저자가 한국계임을 알수 있는 것조차도 분류학이 아닌가?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
400쪽이 넘는 본문을 읽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라....
내가 태어나자마자 속한, 인류가 출현하면서 가장 먼저 접한 건 자연이다.
자연이라고 지칭되는 모든 것들은 이름을 붙이기 전에도 존재했으나,
이름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인식하고 그것을 의미를 너무 붙이기 된다는 점에서
분류학은 굉장히 중요한 분야다.
내게 분류학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중학교 내내 생물시간에 배웠던,
종>속>과>목>강>문>계라는 분류체계였다.
이 책은 분류학의 역사를 과학자들의 삶과 자신의 경험 등을 토대로 무겁지 않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쓰여있다.
이 책을 읽으려면 꼭 알아야할 단어 '움벨트'(Unwelt).
Um(둘러싸다)와 Welt(세계)가 조합된 단어로, 주변 세계, 환경을 말한다.
저자는 이 움벨트가 분류학 창시의 원동력임을 내내 강조한다.

첫 장을 읽기 시작하면 프롤로그에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인용구가 보인다.
칼 세이건의 <보로카의 뇌>에서도 이 구절을 본 적이 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과학자들이 좋아하는 책일까?
칼 세이건의 책에서는 행성에 이름을 붙이는 내용이 나온다.

분류학의 카오스를 표현한 문장. 그러나 역시 카오스 속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다른 관점을 찾아낸다.

물고기와 고래를 보는 나의 지각 정보는 이 둘을 자연스럽게 바다 동물로 바라본다. 물고기 밑에 고래를 넣어버리는 건 나의 실수인가?

저자는 책 속에서 지속적으로 움벨트라는 단어를 끄집어내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움벨트는 인간의 소중한 한 부분. 인류학에서 움벨트의 자리는 어디쯤?

내게 이 책은 결코 쉽지 않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솔직히 어렵게 읽었는데, 이 책은 이보다 더 어렵다.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읽기 힘들지도 모른다.
다윈의 진화론을 어느 정도 읽고, 모르는 것을 찾아가면서 읽는 걸 재밌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츨근길에 활짝 핀 꽃을 보면서 그 이름이 무어인지 모르지만 이름이 없진 않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마치 빨간 머리 앤이마을 곳곳에 있는 나무와 숲, 호수 등 자연 환경에 일일이 이름을 붙여주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눈의 여왕>이란 이름은 언제나 미소를 짓게 한다.
이런 삶을 사랑하는 태도가 움벨트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