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TH 더 패스 :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 - 하버드의 미래 지성을 사로잡은 동양철학의 위대한 가르침
마이클 푸엣.크리스틴 그로스 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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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TH,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 (에반 오스노스, 김영사, 161206)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순자와 같은 고대 중국 철학자들의 사상을 서구인이 새로운 관점에서 철학적인 소재의 무거운 이야기를 일상의 대화처럼 이야기하며, 거창한 철학적 담론이 아닌 인간관계나 사회생활, 가족의 갈등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하여 아주 사소한 행위가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어 삶 전반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를 풀어내고 있다. 또한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올바른 삶이나 의미 있는 삶에 대하여 다른 시각을 갖도록 함으로써 우리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위대함이 엿보인다.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생활습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세상에 반응하는 방식,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 등을 바꿀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내용은 사소하지만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실천의 몫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개인의 역량이나 수용성이라고 판단된다. 하버드대학교의 최고 인기 교수에 걸맞은 작가라고 생각되며, 한국에도 이러한 저명한 교수들이 많아져서 삶의 유의미한 변화와 감동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서양 철학이나 정치 제도에 비해서 추상적이고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동양철학이나 각종 제도에 대하여 서양인의 입장에서 그 진가와 우수성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성을 얘기하는 것을 보니, 그 동안 우리들 스스로가 너무 우리의 가치와 굴레를 낮게 평가하고 가두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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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지렛대로 공부 뇌를 움직여라 - 16만 명의 뇌 영상을 분석한 뇌 의학자가 알려주는 궁극의 육아법
다키 야스유키 지음, 박선영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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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지렛대로 공부 뇌를 움직여라 (다키 야스유키, 레드스톤, 161127)

작가는 뇌의학 박사인데 뇌 연구와 자신의 육아 경험을 통해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 평생의 뇌 건강을 지켜준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아이를 현명하게 키우는 비결은 한마디로 ‘호기심’인데, 부모들은 안타깝게도 아이 누구나 타고난 호기심을 제대로 키워주지 못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며,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뇌를 성장시키는 요령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한다.

1. 세가지 비밀도구로 호기심 키우기

1) 우수한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도감을 좋아했고 자주 보았다는 사실이며, 성적이 좋은 아이의 부모는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 않고’ 아이가 도감에서 본 ‘가상 지식’과 ‘실제 경험’을 서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재미있다. 재미없다’고 판단하기 전에 도감에 익숙해지면 아이가 도감을 ‘좋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이의 호기심을 키우려면 3~4세 시기가 상당히 중요하다. 어떤 세상에서도 아이가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데,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는 데 도감만큼 유효한 것이 없다.

2)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주의깊게 관찰해서 도감과 현실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부모는 일상에서 가상과 현실을 연결시켜 아이의 호기심을 키우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부모 자신이 공부할 시간이 없다면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호기심은 자극된다.

3) 생애 첫 학습으로는 악기를 배우는 것이 좋다. 음악의 가장 좋은 점은 그 호기심이 지속되기 쉽다는 것이다. 음악을 이용하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뇌가 언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도록 도울 수 있다. 뇌에는 汎化라는 특성이 있는데, 이는 어떤 한 가지 능력이 자라면 그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까지 능력이 향상되는 성질이 있는데, 무언가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서 노력하면 뇌 안에서는 그와 관련된 영역의 신경 세포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성질로 아이의 호기심이 가는 대로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뇌를 더 풍요롭게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2. 아이의 뇌 성장에 맞춘 부모의 역할 다하기

뇌는 사용하는 영역에 따라, 능력에 따라 발달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다르다. 어떤 능력이 가장 발달하기 쉬운 시기에 그와 관련된 학습을 시작한다.

[0세∼ : 도감·그림책·음악] 아이가 스스로 ‘좋다, 싫다’는 판단을 하기 전에 도감이나 음악을 접하게 하는 것이 좋다. 뇌가 되도록 많은 정보를 수용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두는 것이다. 시각과 청각은 태어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발달한다.

[3∼5세 : 악기·운동] 대부분의 악기는 연주할 때 손가락이나 손목 주변의 섬세한 동작이 필요한데, 이 섬세한 운동을 교치(巧緻) 운동이라 하며, 일이나 동작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수행하는 능력은 3∼5세 무렵에 익히기 쉽다.

[8∼10세 : 어학] 언어 발달은 8∼10세에 정점을 맞이하는데, 이는 모국어의 발달 과정을 보면 분명하다. 언어 능력을 관장하는 뇌 속 네트워크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강제적인 조기 영어 학습은 아이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성장기 아이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어른과는 딜리 성장 자체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10세∼사춘기 : 사회성·커뮤니케이션 능력]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시기에 걸쳐서는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사람들과 대화해 볼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3. 건강한 뇌를 만드는 생활습관 만들기

1) 수면 부족이 뇌 성장을 방해한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잠들지 않으면 외울 수 없다. 학습한 내용은 자고 있는 사이에 뇌에 저장된다.

2) 아침 식단을 갈색밥으로 바꾸면 IO를 올릴 수 있다.

3) 운동하면 똑똑해지는 이유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그돠 관련된 뇌 속의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그러면 뇌는 더 성장하기 쉬운 상태로 정비된다. 이에 반해 게임은 뇌의 성장과 호기심, 두뇌 발달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가 게임을 그만두고 뇌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다른 대상에 흥미를 가지도록 이끄는 것도 부모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4) 칭찬을 받으면 뇌의 특정 영역이 반응하는데, 청각을 담당하는 측두엽과 언어 이해와 관련된 두정엽, 그리고 감정을 관리하는 전두엽에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아이를 빛나게 하는 부모의 칭찬 한 마디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본 육아관련 서적 가운데 가장 명쾌하면서도 간결하게 결론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책이면서, 두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좀 더 빨리 이러한 부분을 깨우치지 못했는지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들게 만드는 책이다.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부모는 된 사람은 없겠지만 아이들에게 적절하게 호기심의 씨앗을 뿌리고, 아이들이 성장하기 쉬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도움을 주어야 했었는데 최선을 다하지 못한 부모가 된 것 같아 미안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하겠다. 꿈을 가진 아이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며, 도중에 그 꿈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뀌어도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경험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또한 호기심은 학업 성적이나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장래 ‘뇌의 노화 속도’나 ‘치매 취약 정도’의 차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이젠 중년에 접어든 자신을 위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도 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호기심을 늘 가지도록 노력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잊지 않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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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삼킨 소년 -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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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삼킨 소년(야쿠마루 가쿠, 예문아카이브, 20161116)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세상에서 경종을 울리며, 생명의 존귀함과 청소년 범죄에 대하여 여러 고민을 안기고, 감동까지 선사하는 작품이다. 더구나 언론에서 늘 봐왔던 피해자의 입장뿐만 아니라 이 소설의 주인공인 가해자의 입장과 그 부모로서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지 하는 과정이 인간적인 고뇌와 솔직함이 묻어있다. 우리 사회의 청소년 범죄가 심각하지만 늘 딴 세상의 일로 치부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만약 내 자식이 살인자였다면, 아니 내 자식이 살해당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마음을 계속 갖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중학생인 쓰바사는 살인에 대한 인정도 동기도 밝히지 않고 침묵하고 있고, 잘나가는 건설회사의 전도유망한 기획팀장인 요시나가는 살인자의 아버지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아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스릴러 소설처럼 빠른 전개와 드라마틱한 요소는 적지만 결론을 향하여 꾸준히 천천히 전개되는 알찬 스토리 구성과 내용이 가슴 먹먹하게 하는 감동으로 이어진다.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에 대한 회한과 사랑이 공감가며 끝내는 눈물짓도록 한다.

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자식이 왜 그랬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게 부모야.

아버지의 말을 들었을 때부터 그 말뜻을 깊이 새김질하고 있었다. (282p)

“유토 군을 죽이기 위해 불러냈다는 걸 안 지금도 여전히 네가 살아 있어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쓰바사가 얼굴을 들어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요시나가를 쳐다보았다.

“비록 네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한대도 살아만 있으면, 이렇게 얘기를 하거나 네가 만들어 준 요리를 먹으며 너의 성장을 느끼고 기뻐할 수 있어. 널 지켜볼 수 있는 거야.”

쓰바사가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계속해서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후지이 씨한테는 이젠 불가능한 일이지.” (455p)

작가의 입장에서 이야기 전개를 흥미진지하게 이끌어나가야 하는 소설적인 요소와 교정정책이나 교정철학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는 요소를 어떻게 조화롭게 결론을 이끌어낼지 궁금했는데, 작가는 나름 소설적인 복선과 반전도 가미했고, 특히 청소년 범죄와 교정에 대하여 작가의 오랫동안의 고민의 흔적이 소설 곳곳에서 엿보인다. 비록 소년 교정에 대한 용어나 정책이나 절차가 일본과는 조금 다르지만 기본적인 인식틀과 방향에 대하여서는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다.

“언젠가 네가 아빠한테 물었지. 마음과 몸, 어느 쪽을 죽이는 게 더 나쁘냐고. 지금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어. 몸을 죽이는 게 더 나빠.”

“만약 두 번 다시 네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널 만질 수도 없게 된다면, 내가 얼마나 괴로울까 --. 병이나 사고로 네가 사라진 대로 견딜 수가 없어. 하물며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면 ---. 난 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그 인간을 증오할 거야.”

“나는 유토만이 아니라, 유토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즉인 거네 ---.”(4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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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 신은 인간을 선하게 만드는가 악하는게 만드는가
아라 노렌자얀 지음, 홍지수 옮김, 오강남 해제 / 김영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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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아라 노렌자얀, 김영사. 20161106)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볼 때마다 근원적인 물음으로 神의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어떠한 종교를 가진다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근원적인 신의 존재론적인 물음보다는 인류 역사 초기의 극히 개인주의적이고 고립된 소규모 수렵채집 사회가 어떻게 오늘날처럼 대규모의 협력적이고 도덕적인 사회로 발전해왔는가를 기본적인 문제의식으로 출발하여 종교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필요했고, 특히 거대한 집단에는 왜 거대한 종교가 필요했는지에 대하여 심리학, 인류학, 종교학, 사회학 등 통섭적인 접근을 통하여 해답을 구하고 있다.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처럼 거시적이고도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과학적이고 실증적으로 종교에 대하여 접근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런 거대한 신의 개념이 없을 때는 오로지 믿을 것이라고는 가까운 친족뿐이었는데, 거대한 신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그 거대한 신이 지켜보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나쁜 짓을 멀리하고 착한 삶을 살게 될 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렇게 살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히 타인에 대한 신뢰와 유대관계가 성립하고 협력과 결속력이 증가하면서 혈연과 지연을 뛰어넘는 대규모 사회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을 성악설적인 입장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종교의 기원과 발달 그리고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한 시각은 정치적 스펙트럼보다도 더 다양하고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마르크스는 종교를 아편에 비유하며 대중을 환상으로 중독시키기만 할 뿐 어떠한 실질적 구원도 이루지 못하고, 지배집단이 피지배(노동)집단을 효과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허위의식을 갖게 하는 장치로서 종교는 사라지는 것이 마땅해야 할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종교가 그렇다고 그 자체로 인간에게 불필요한 것으로만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 여전히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결같이 믿음을 유지하고 여전히 독실한 신앙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그 수가 늘어나고 성장하고 변해왔다는 사실이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만큼 많은 재앙과 전쟁을 가져오게 한 원인을 제공한 것도 없을 것이고, 현재도 세계적 분쟁이 대부분 종교 문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면 당위론적 측면에서 종교는 사라져야 마땅하고 또한 실증적인 측면에서도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 일견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인류는 어떻게 익명성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 동안 구성원들 간에 결속력이 강하고 고도로 협조적인 거대 사회를 조직하고 유지해 올 수 있었던가에 대한 해답을 종교에서 찾고 있다. 감찰능력을 지닌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투철한 종교적 믿음과, 그 믿음을 실천하는 행위가 확산된 이유를 즉 게마인샤프트를 게셀샤프트로 변화시킨 강력한 힘은 거대한 신들을 섬기는 전사회적 종교였다는 것이다.

작가는 종교가 거대 사회의 원동력이라는 것에 대하여 여덟 가지 믿음을 아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1. 보는 눈이 있으면 언행을 삼간다. 2. 종교의 효과는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3. 지옥은 천국보다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4. 신을 믿는 사람들을 믿어라. 5. 신앙심은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된다. 6. 숭배 받지 못하는 신은 무력한 신이다. 7. 거대 집단에게는 거대한 신이 필요하다. 8. 종교적 집단들은 다른 집단과 경쟁하기 위해 자기 집단 내에서 서로 협력한다. 또한 작가는 최근에 와서야 그리고 일부 지역에 형성된 일부 사회들은 개인들 간의 계약이 제대로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기제, 경찰, 사법부 같은 제도를 통해 대규모 협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북유럽 특히 스칸디나비아 반도 같은 지역에서는 이들 제도가 공동체를 건설하는 종교의 기능을 빼앗으면서 종교가 급속도로 쇠퇴했다는 점에 지난 몇 백 년 만에 어떻게 거대한 신을 믿지 않는 거대 집단들이 출현하고 번성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분석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 고등교육을 받거나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신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사법부를 비롯한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이나 사회적·경제적으로 더 평등한 사회일수록 종교에 의존하려는 성향이 낮아진다고 한다. 서유럽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처럼 집단 구성원들 간에 가장 협조적이고 가장 신뢰하고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종교적 성향이 가장 약하고 사회의 운영을 전적으로 정부에 의존하는 사회들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한국은 약100년 안에 심각한 영토분쟁으로 여러 가지 상황에 적용되는 엄격한 사회적 규범들을 갖추고 있고, 규범을 엄격하게 집행할 확률이 높아서 긴장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종교적 파급력이 강하고, 국민 대다수가 종교가 있지만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어떠한 종교에 대하여도 포용성이 강하고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민족의 포용적 특성으로 설명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경찰이나 사법부와 같은 선진화된 제도나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설명해야 하는지 망설여진다. 제도와 문화가 공정하고 선진화된 복지사회가 한국에서도 도래하여 종교의 약화 현상을 조만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읽어 본 종교 관련 서적들 중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설득력 있게 이론을 제시하고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해 준 책이라 도리어 이러한 카테고리에 자신이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조금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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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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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박주영, 다산책방, 20161102)

힘든 노동과 갖가지 정신적 스트레스로 잠시나마 탈출구로 삼아보고자 하여 스파이 소설을 선택했는데 그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007스파이 소설이 아니라서 기대를 배신당하게 하는 소설이다. 또한 소설을 읽어나가기가 다소 무겁고 어려워 책갈피가 쉬이 넘어가는 법이 없다. 어려운 용어나 철학적이라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너무나 사변적이고 고뇌에 차게 만드는 문장으로 인하여 생각을 곱씹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 체제의 모순이나 부조리에 너무 쉽게 눈감고, 갈수록 수탈구조가 치열해지고 교묘해지는 구조적 모순 덩어리인 이 사회에서 양식도 양심도 점차 잃어가는 현대인들에 대하여 경고하는 것으로 이 소설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덜 양심적이고 덜 진지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는 잘못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가 속한 세상이 틀렸다고 느끼면서도 더 이상 싸우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누군가는 먹고 살기 바빠서, 누군가는 더 잘 먹고 더 잘살기 위해서. 다만 지켜보고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사회뿐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도 아무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게 되고 그냥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가기를 바라게 되고 만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기억하지 못했으면 좋겠지만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그래서 가끔은 바꿀 수 있다고 희망했다가 또 좌절하고 마는, 더 양심적이고 더 진지한 사람들. (46p)』

이런 소설을 모자이크 소설이라고 분류하는 것 같은데 엄밀한 의미에서 맞는지 애매하고 요즘 신진 작가들이 틀을 깨는 시도가 너무 좋고, 신선하고, 고뇌하게 만든다. 다양한 스파이가 등장하여 각자 1인칭 작가 시점으로 사건을 전개하는 것이 특이하다. 작가는 조지 오웰의 “1984”를 뛰어 넘는 감시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현대 사회의 절망과 고독을 이 소설의 근저에 깔고 있다고 보인다.

『언니는 사람들의 기억이 사라지고 양심이 사라지고 그러다가 사람들이 사라지기도 한다고 했다.(66p) 언니와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불신을 물려받았다. 우리 부모님과 그 친구들은 이 사회의 지도층을 믿지 않았고 전게계적 상품을 신뢰하지 않았고 전자본주의적 가치를 증오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우리가 또 물려받은 것이 있다. 소수의 가치, 취향, 신념 같은 것들 -- 그리고 그것들을 위해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것도. 부모님과 우리가 다른 것은 우리에게는 그런 신념, 가치, 취향을 나누고 함께 싸울 공동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67p)

이제 그는 자신이 스파이였다고 믿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그런 삶을 살아왔고 그 삶이 자신에게 주어진 전부라는 것을 믿으면 이 삶은 아무런 문제도 없어진다. 누군가 시키는 대로 왜라는 질문 없이도 살아가게 된다. 원래부터 사람은, 혹은 세상은 그렇다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그렇게 믿는 한 그것만이 진실이다. 예외는 존재하지 않고 변화는 있을 수 없고, 세상은 늘 그렇다. 강자는 강자로 태어나고, 약자는 약자로 살아갈 뿐이다. 이제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믿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현실은 주관적이다.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면 만들 수도 있다. 우리의 목표는 그들이 그들의 세상을 꿈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임무수행이다. (126p)

변호사, 회계사, 법학자, 경제학자 -- 그들의 작업은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일반인은 이해하기도 어렵다. 교묘하게 법망을 이용한 합법이지만 불법보다 더 나쁜 일, 공적 자금으로 자신들이 관여한 사업에 투자하고 대규모 국가사업을 획책하고 그 사업의 부정적인 면을 긍정적인 면으로 포장하기에 우라는 그들을 마법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X는 그런 마법사, 날렵한 킬러가 될 것이다. 그는 경제 킬러다. 회사를 현대화하고, 기록적인 시간에 수익을 내고, 종업원의 절반을 내쫓는 차가운 심장을 가진 구조조정 전문가. 그들은 말한다. 혁명적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세상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이윤 추구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목표를 달성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고용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구조조정을 하고 이윤을 창출하면서 당신들의 일부에게라도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이 기업 자체가 사라져서 아무도 더는 일할 수 없는 것이 나은지를 선택하라고 한다. 일부라도 살아남아 다시 전체를 살리느냐, 아니면 지금 전부 모두 죽느냐의 선택은 이미 선택이 아니다. 비인간적인 기술과 무자비한 시장이 결정하고 인간들은 어쩔 수 없이 따를 뿐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일부의 생존마저 위태로워지고, 극소수가 전체의 이익을 독점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다. 그들이 킬러인 이유는 의뢰인의 이익만 보호하고 그 명령만 지키기 때문이다. 비록 전체, 혹은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특정 순간에 진실을 위장하는 것, 그것이 스파이의 기본이다.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지나간 자리에 더 많은 죽음이 존재한다.(128p)

고용불안과 승자독식의 세계 주위에서 사회의 맨 밑바닥을 지탱하고 있는 이십대 젊은지들의 사회적 연령이 낮아지고 있고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도 떨어진다는 보고서가 계속 있었다.(164p)

이 세상을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아무 준비도 없이 버튼 하나로 죽을 수도 있다. 프랜차이즈 매장이 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없는 곳이 없는 줄 아나? 그곳에는 음성탐지기, CCTV가 있으며 얼굴 인식과 단어 감식을 한다. 불평분자로 찍히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아무도 그 죽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사람들이 그렇게 죽으니까.(184p)

기억을 잃은 건 당신뿐만이 아니에요. 우리는 사는데 필요하지 않은 기억들을 지우면서 삽니다. 어쩌면 당신의 기억상실은 우리들의 집단 기억상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주 많은 것들을 잊어버립니다. 문제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서 지워지는 기억들입니다. 우리가 잊어버리면 잊어버릴수록 유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잊지 못하면 어떻게든 잊게 만들려고 하겠죠.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것 신경 쓸 때냐, 네 할 일이나 똑바로 해라. 어차피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기 위해 일생을 분투한답니다.(186p) 』

고독하고 절망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그러면서도 희망과 믿음 그리고 혁명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젊었을 때 세상은 믿음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했지. 프롤레타리아가 결국에는 승리하리라는 믿음, 기계문명이 인간을 편안하게 살게 하리라는 믿음,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구원하리라는 인간주의에 대한 믿음 -- 우리는 모두 믿음과 신념의 인간이었지. 한 인간을 지탱하는 것은 때로 지극히 단순한 믿음이다.(251p)

역사가 승자들에 의해 쓰여 지는 건 상식입니다. 승자는 누구입니까? 야만적인 살인자들, 미친 왕들, 탐욕스러운 반역자들, 폭력적인 전쟁광들, 아마도 우리 역사의 대부분은 그 승자들이 조작하고 편집하고 날조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패자는 무엇을 쓸까요? 패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남길까요? 승자들이 인멸한 증거를 상상력으로 극복하고, 이야기를 전달하고 유포시키겠죠. 최고의 이야기에는 진실이 담겨 있는 법입니다. 멈추지 마십시오.(282p)

소설가의 컴퓨터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위험 단어가 등장했다.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에게서 사용되지 않았던 단어. 역사책에나 등장해서 읽히는 단어. 아주 멀고 불가능한 단어. 누군가는 희망을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감지하는 단어. 혁명 - - . 그들에게 책을 읽을 여유조차 없는 삶, 시간에 쫓기고 돈 앞에 망설이는 삶을 살게 하는 이유는 상상을 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눈앞만 바라보고, 내일만 생각하고 심지어 오늘이 가장 걱정인 삶. 그래야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그들의 가장 큰 무기는 사색이다. 사색은 시간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모여서 내면에 관한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고작 나눌 수 있는 대화는 매달의 카드대급과 아파트 대출금, 미래에 대한 건 돈 걱정뿐이어야 한다. 더 깊이 고민하는 건 절대 불가능해야 한다.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밖에 살 수 없나. 생각하고 생각하면 위험해진다. 그래서 시위는 1인까지이다. 인간이란 두 사람이 모이면 대화를 하고 세 사람이 모이면 논쟁을 하고 네 사람이 모이면 토론을 하는 존재들이다. 그렇게 해서 다섯 사람이 모이고 여섯 사람이 모이고, 모이고, 모이면 결국에는 해결책이 나온다”(145p)

고요한 밤의 눈처럼 아침이 오면 알게 되는 달라진 세상이 있다고. 기꺼이 패자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 패자의 서는 정해져 있는 책이 아니다. 이미 쓰여져 있는 책이 아니다. 어떤 책이 패자의 서가 될지 모른다. 패자의 서는 앞으로 쓰여질 책, 우리 모두가 쓰게 될 책이다.(310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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