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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 신은 인간을 선하게 만드는가 악하는게 만드는가
아라 노렌자얀 지음, 홍지수 옮김, 오강남 해제 / 김영사 / 2016년 9월
평점 :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아라 노렌자얀, 김영사. 20161106)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볼 때마다 근원적인 물음으로 神의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어떠한 종교를 가진다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근원적인 신의 존재론적인 물음보다는 인류 역사 초기의 극히 개인주의적이고 고립된 소규모 수렵채집 사회가 어떻게 오늘날처럼 대규모의 협력적이고 도덕적인 사회로 발전해왔는가를 기본적인 문제의식으로 출발하여 종교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필요했고, 특히 거대한 집단에는 왜 거대한 종교가 필요했는지에 대하여 심리학, 인류학, 종교학, 사회학 등 통섭적인 접근을 통하여 해답을 구하고 있다.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처럼 거시적이고도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과학적이고 실증적으로 종교에 대하여 접근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런 거대한 신의 개념이 없을 때는 오로지 믿을 것이라고는 가까운 친족뿐이었는데, 거대한 신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그 거대한 신이 지켜보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나쁜 짓을 멀리하고 착한 삶을 살게 될 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렇게 살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히 타인에 대한 신뢰와 유대관계가 성립하고 협력과 결속력이 증가하면서 혈연과 지연을 뛰어넘는 대규모 사회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을 성악설적인 입장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종교의 기원과 발달 그리고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한 시각은 정치적 스펙트럼보다도 더 다양하고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마르크스는 종교를 아편에 비유하며 대중을 환상으로 중독시키기만 할 뿐 어떠한 실질적 구원도 이루지 못하고, 지배집단이 피지배(노동)집단을 효과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허위의식을 갖게 하는 장치로서 종교는 사라지는 것이 마땅해야 할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종교가 그렇다고 그 자체로 인간에게 불필요한 것으로만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 여전히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결같이 믿음을 유지하고 여전히 독실한 신앙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그 수가 늘어나고 성장하고 변해왔다는 사실이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만큼 많은 재앙과 전쟁을 가져오게 한 원인을 제공한 것도 없을 것이고, 현재도 세계적 분쟁이 대부분 종교 문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면 당위론적 측면에서 종교는 사라져야 마땅하고 또한 실증적인 측면에서도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 일견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인류는 어떻게 익명성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 동안 구성원들 간에 결속력이 강하고 고도로 협조적인 거대 사회를 조직하고 유지해 올 수 있었던가에 대한 해답을 종교에서 찾고 있다. 감찰능력을 지닌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투철한 종교적 믿음과, 그 믿음을 실천하는 행위가 확산된 이유를 즉 게마인샤프트를 게셀샤프트로 변화시킨 강력한 힘은 거대한 신들을 섬기는 전사회적 종교였다는 것이다.
작가는 종교가 거대 사회의 원동력이라는 것에 대하여 여덟 가지 믿음을 아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1. 보는 눈이 있으면 언행을 삼간다. 2. 종교의 효과는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3. 지옥은 천국보다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4. 신을 믿는 사람들을 믿어라. 5. 신앙심은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된다. 6. 숭배 받지 못하는 신은 무력한 신이다. 7. 거대 집단에게는 거대한 신이 필요하다. 8. 종교적 집단들은 다른 집단과 경쟁하기 위해 자기 집단 내에서 서로 협력한다. 또한 작가는 최근에 와서야 그리고 일부 지역에 형성된 일부 사회들은 개인들 간의 계약이 제대로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기제, 경찰, 사법부 같은 제도를 통해 대규모 협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북유럽 특히 스칸디나비아 반도 같은 지역에서는 이들 제도가 공동체를 건설하는 종교의 기능을 빼앗으면서 종교가 급속도로 쇠퇴했다는 점에 지난 몇 백 년 만에 어떻게 거대한 신을 믿지 않는 거대 집단들이 출현하고 번성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분석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 고등교육을 받거나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신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사법부를 비롯한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이나 사회적·경제적으로 더 평등한 사회일수록 종교에 의존하려는 성향이 낮아진다고 한다. 서유럽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처럼 집단 구성원들 간에 가장 협조적이고 가장 신뢰하고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종교적 성향이 가장 약하고 사회의 운영을 전적으로 정부에 의존하는 사회들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한국은 약100년 안에 심각한 영토분쟁으로 여러 가지 상황에 적용되는 엄격한 사회적 규범들을 갖추고 있고, 규범을 엄격하게 집행할 확률이 높아서 긴장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종교적 파급력이 강하고, 국민 대다수가 종교가 있지만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어떠한 종교에 대하여도 포용성이 강하고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민족의 포용적 특성으로 설명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경찰이나 사법부와 같은 선진화된 제도나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설명해야 하는지 망설여진다. 제도와 문화가 공정하고 선진화된 복지사회가 한국에서도 도래하여 종교의 약화 현상을 조만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읽어 본 종교 관련 서적들 중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설득력 있게 이론을 제시하고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해 준 책이라 도리어 이러한 카테고리에 자신이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조금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