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전 시집 - 윤동주 100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지음 / 스타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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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윤돟주, 스타북스, 20170722)

항일저항시인, 민족시인 윤동주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과 이후의 증보판, 미발표된 시 등 124편의 시와 수필 그리고 그를 추모하는 글들로 구성된 책이다. 식민지 조국의 해방에 대한 염원과 순수한 서정이 절묘하게 결합하여 하늘의 별과 같이 우리들 가슴에 빛나고 있는 주옥같은 작품 이외에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까지 수록하고 있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출간이지 않나 생각된다. 시대의 가혹함으로 일본의 형무소에서 정체모를 생체실험용 주사를 맞고 의문사 당한 29살의 열혈 청년이 남긴 시라는 흔적이 이처럼 위대하게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이상을 꿈꾸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청소년 치고 윤동주의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등을 읽고 가슴 뜨거웠던 순수한 열정을 느끼고 이상을 꿈꾸지 않았던 사람은 아마 대한민국에서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읽고 새삼 느낀 것은 윤동주 시인의 동요와 같은 순수무결한 마음이 잘 나타나고 있는 서정성이 강한 시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의 소재가 참 일상적인 것에서 가져왔고, 내용도 마치 노래하듯이 쉬운 구절로 이루어져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장미, 코스모스, 화원, 해바라기 등 꽃을 소재로 한 시가 많고, 새벽을 기다리는 밤을 노래했다는 점에서 아마 시인은 한 송이 꽃이나 별이 되어 있을 것이다. 위대한 시인의 시집에 대한 서평을 적는다 것이 긴 밤을 난감하지만 부질없이 보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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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피엔스, 욕망의 바이러스인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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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피엔스, 욕망의 바이러스인가? (윤정, 북보자기, 20170719)

 

현생 인류의 종인 호모사피엔스는 특별한 선택을 받은 종이 아니라 139억년 전의 우주 빅뱅, 50억년전의 지구라는 행성의 생성 과정 등 우주의 입자로부터 기원한 원시의 박테리아가 우연과 선택의 과정에서 발생시킨 구조물로서 생명역사의 산물인데, 50년도 안된 현대에 와서 호모사피엔스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다른 생명체들과의 공생을 상실하고 재앙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현상에 대해 경고하면서 바이러스적 욕망이 멈추길 희망하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저자의 상실철학과 해체 심리학에 의거한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전체 구성은 우연과 선택, 결과의 질서이면서 무질서의 불완전한 표상이라는 호모사피엔스를 포함한 공생적 의미로서 생명의 본질과 회복을 얘기하고 있다. 우연, 선택, 질서가 신화, 철학, 언어, 구조와 엔트로피에 반복되는 것을 분석하고 있으며 호모사피엔스의 기생적 사실을 성찰하고 호모사피엔스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책이 전반적으로 난해한 것은 분자생물학이나 생물진화론적인 서술에 더하여 다분히 철학적 사변과 작가의 분석 관점인 상실철학과 해체심리학에 근거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작가가 지향하는 정신분석학은 호모사피엔스 속에 누적되어 있는 공생적 가치 속에 있는 성찰적 의미에 천착한다. 태어나는 생명과 죽어가는 생명 사이에서 죽음을 생명으로 바라보는 희망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상실철학은 미래가 불투명한 과학 문명사회 구조 속에 희망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철학으로 욕망하며, 닫혀져 있는 문명의 구조를 여는 생명의 성찰적 의미가 담겨 있는 과학철학이다. 과학문명 속에서 사는 호모사피엔스는 어느 때보다도 불안하고 우울하다. 미래에는 생명체인 자연로봇과 기계로봇이 공진화하는 생명의 윤리가 없다면 생명의 숙주인 지구의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구는 그 위에 서식하며 살아온 다양한 생명체의 숙주이다. 호모사피엔스는 우주와 자연을 지휘하는 생명체가 아니라, 지구라는 숙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적 존재이다. 지구에서 매년 3만종의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기능적인 구조로 본다면 특별하지도 독립적이지도 않는 그저 생명은 연속체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호모사피엔스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무의식에 축적된 오류가 많기에 자신의 잘못을 가장 잘 아는 생명은, 이 지구상에서는 호모사피엔스라고 할 수 있다. 그 잘못을 깨닫고 다른 생물과 공생하여 나간다면 미래가 있다고 희망한다. 호모사피엔스는 자신을 스스로 버리고 상실시키면서 의 생명을 지향할 수 있는 우주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리적 현상과 화학적인 결합을 생명의 공생적인 의미로 보고, 종교, 철학, 언어를 통해 공생적인 의미를 파헤친다. 모든 생명현상과 정신분석학과의 연관성, 최종적인 종 호모사피엔스가 오랜 시간 누적된 불안성과 우울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주제를 찾고 어떻게 삶을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다. 어렵다. 책의 내용도 어렵고, 작가가 찾고자 하는 해답도 어렵다. 기술 구조주의와 자본주의의 폐해에 절어있는 한국 사회에서 그 해답은 더욱 찾기가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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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 위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과 성장의 조건
조권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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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조권, 흐름출판, 20170711)

 

한국 사회가 분식회계로 대표되는 회계부정이 만연하게 된 원인과 이로 인하여 한국 경제가 입는 손실과 문제점은 무엇이며,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한 조건들이 무엇인지 금융감독원에 근무하였던 작가의 경험에 바탕을 둔 보고서 형식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천민자본주의가 질펀한 바닥에서 악취를 품으며 종양처럼 시커멓게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2016년 국제경영개발원(IMD) 회계투명성 순위에서 평가대상 61개국 중 꼴찌였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이다. 이로 인하여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음에도 한국기업이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 회계가 이렇듯 철저하게 오염되었다는 것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서 자리잡고 있는 뿌리깊은 부정부패와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1997IMF위기는 수십년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경제 비효율이 일시에 표면화되면서 대형 회사의 분식회계 및 도산 소식이 연속되었고, 사회가 불안해지고 금융 시장이 동요하면서 발생하였다고 보는데, 이러한 혹독한 시련을 겪은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한국 사회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이에 저항하는 세력이 강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유한한 자원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경제의 기본원칙이다. 회계부정이 포함된 재무제표에 근거해 자본을 투자했는데, 손실이 발생했다면 그 자본은 낭비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열람하고 투자판단에 활용하는 회계정보는 그 품질유지가 중요하다. 투자자는 공시된 감사보고서의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작성된 것으로 믿고 투자의사를 결정하게 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식투자자는 재무제표상의 성과에 근거해 매수가액, 매도가액, 수량, 투자기간 등을 정한다. 채권투자자는 공시된 재무제표를 근거로 금리의 적정성, 채권원금의 회수가능성 등을 판단한다. 가급적 효율적인 기업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분식회계가 발생한 경우, 실제로는 수익성이 낮은 기업에 자금이 흘러들어가 자원배분에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론상 회계투명성은 기업 외부 이해관계자와 기업 내부 경영진 간의 정보비대칭 상태를 어느 정도 해소한다. 이해관계자는 투명한 회계정보를 이용하여 투자의사를 적절히 결정할 수 있다. 그 결과 유한한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한보철강 6,900억원, 기아자동차 3조원, 대우그룹 229천억원, 동아건설 9천억원, 대우조선해양 54천억원, SK글로벌 15천억원의 분식회계를 경험했던 한국경제는 아직도 분식회계 또는 부실감사에 따른 자본배분의 비효율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회계불투명성은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도 자원배분 효율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회전반에 재무제표를 믿지 않아 투자가치가 있는 기업임에도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IMF에 따르면 한국은 회계불투명성으로 인한 국가손실이 55조원에 달하므로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해 정부와 기업, 사회전반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계부정은 정부와 같은 주권적 실체의 신용등급으로 한 나라의 투자환경의 위험 수준을 나타내며, 해외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이를 이용하며 정치적 위험도 고려 사항에 포함하는 국가신용등급 하락에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총수 1인 지배체제가 확고한 상황에서는 분식회계를 막기도, 적발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도 1인 지배체제의 문제점을 인식하여 사외이사제도와 내부감사제도 등을 도입했다. 그러나 업계의 로비에 의해 지배주주가 독립성이나 전문성과 무관한 인사들을 선택할 수 있어 선임 단계에서부터 견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지분구조의 정점에 있는 기업을 지배하면 다른 자회사나 손자회사도 쉽게 지배할 수 있다. 좋은 기법지배구조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이는 경제적 효율성, 지속적인 성장, 재무적 안정을 지원한다. 또한 기업이 장기투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며 기업의 성공에 기여하는 주주와 다른 이해관계자가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게 한다(OECD). IMDWEF가 매년 발표하는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경제 규모, 수출입 물량, 과학기술의 발달 정도 등과 비교해볼 때 어울리지 않는다고 회계업계 종사자들은 주장한다.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 유동성변동, 자본의 증감 등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고 자본주의가 원활하게 작동되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공인회계사는 자본주의 파수꾼역할을 한다. 회계정보는 도로나 교량처럼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의 특징을 지닌다. 시장 메커니즘은 인간이 만든 제도로서 자본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라고 한다. 즉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재화나 용역의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신호를 보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특별법인 외감법에 따라 공공성이 있다고 보이는 자산총액이 120억원 이상인 회사 위주로 총 2만여 회사가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교회 등 종교단체, 사립학교, 공익단체, 자선단체 등도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므로 공공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공공성 있는 기관의 회계정보가 시장이나 이해관계자에게 흠결없이 투명하게 공급되도록 외부감사제도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회계부정은 수많은 투자자와 거래업체, 직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며, 분식회계로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대기업에 투입된 공적자금 중 상당 부분은 회수되지 않고 전 국민의 부담으로 남는다.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재량적 발생액 비율이 높을수록, 계속감사기간이 짧을수록 이익조작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사외이사의 비중이 높고, 사외이사가 기업으로부터 독립성이 강할수록 그리고 독립적인 감사위원회가 활동하는 경우 이익조작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상 최고경영자의 독단을 저지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추어진 경우 분식회계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여기서 경제비효율은 분식회계로 가공된 재무제표를 이용하여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동원해서 경제성없는 사업을 지속해온 상황을 포함한다. 분식회계가 발견되어 공표될 때마다 사회는 불안해지고 금융시장은 동요했고 상황이 악화되어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는 현상 즉 더블딥까지 나아간다면 아주 심각한 사태가 된다. 22조원 규모의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태를 경험한 정부는 2001년 초 분식회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회계제도 개선방업으로 감사인 지정 확대, 감사보수 최저한도 설정, 변형된 자유수임제, 기업과 감사인, 경영진의 책임강화 등이다.

 

한국의 주요 산업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회계투명성이 경제 규모에 걸맞게 개선된다면 코리아디스카운트현상이 해소되고 시장원리에 따른 투자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산업경쟁력이 강화되고 정부는 실효성 높은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회계투명성은 국가경쟁력 향상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져 왔다. 구체적으로 회계신뢰도 증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국내 금융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나아가 국제 금융허브로의 발전에 기초가 된다. 금융산업은 선진국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업은 법률과 회계 등 서비스산업의 성장에 중요한 인자로 인식되고 있고 제조업 등 실물경제 부문의 자금융통 기능을 수행하여 미래 전략산업으로 인정된다. 국제 회계기준의 안정적 운영, 사외이사제도의 내실 있는 운영, 감사위원회의 실질적 위상 강화 등이 기업의 중요한 관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다면, 그럼으로써 기업지배구조를 점차적으로 개선해나간다면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다. 투명한 회계정보는 자본시장에서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여 효율적인 자원배분에 꼭 필요하며 나아가 한국경제 발전의 초석이 됨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1위 반도체업체이자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총수이니 이재용부회장이 박근혜 전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죄 등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 이 책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의 집약이라고 본다. 회계시스템의 개선이 제도와 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문화 혁신과 의식 전환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4대강 개발 관련하여 얼마나 많은 대기업들이 분식회계와 부정부패 그리고 뇌물 등으로 언론을 장식할지 그래서 한국 경제에 또 어떤 암초로 작용할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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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그의 리더십을 읽다
김헌식 지음 / 평민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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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그의 리더십을 읽다(김헌식, 평민사, 20170630)

 

2인자형 1인자 리더십이라는 주요 관점에서 문재인의 삶 속에서 드러난 그의 리더십의 특징을 주로 언론의 보도 내용이나 전기를 통해서 나열식으로 도출하고 있다. 우리가 문재인의 본질을 얼마나 알고 지지하는지 혹은 지지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독자들에게 묻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문재인의 운명은 민주주의의 운명과 같이 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결론이자 출간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아무리 테크닉이 훌륭해도 삶속의 가치관과 철학, 인격성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낼 수 없기 때문에 리더십은 단순히 어떤 테크닉의 구사가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 자체에서 체화된 행보를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리더십의 특징과 유형을 추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인데 언론인 출신 작가답게 핵심만 짚어서 잘 서술하고 있는데 정작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마지막 에필로그에 답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즉 민주주의는 기다림이고, 민주진보정권의 승리와 안착을 위해서 문재인의 진정성 그리고 본질을 보았다면 발효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을 절대적으로 확보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믿음과 신뢰가 보장이 될 때 문재인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은 발휘될 수 있고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전체적인 맥락을 알지 못하고 단기적 표피적인 현상만을 보고 문재인에게 바보 같게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야합하고 배신하는 거라며 공격하는 것은 노무현과 같은 운명적 결과를 문재인에게도 안기는 것이며, 문재인의 실패는 노무현의 실패이며 민주주의의 실패가 될 수 있고, 이것은 진보의 실패이기도 하다는 엄중한 경고도 잊지 않고 있다.

 

좋은 사람은 왜 잘 드러나지 않는가, 정말 좋은 사람은 왜 선택받지 못하는가. 정말 현실은 불합리해서 진정으로 좋은 사람을 원하지만 항상 그런 사람들은 외면된다는 현실 정치의 비관적인 읊조림으로 또 왜 이렇게 모순적인 일이 있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독자들을 책속으로 이끌어 간다. 현실적으로 허세보다 성실, 과장보다 내실을 기하는 이가 누구인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며, 일상의 삶이 바쁜 일반 생활인들이 이를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대신해서 판단의 근거와 배경을 제공해주는 매개체가 필요하며 이를 대신해주는 곳이 정당이고, 언론이라고 답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원칙과 내실을 말하는 사람보다는 허세와 거짓, 과장을 남발하는 이들이 정당을 구성하고, 그들이 오히려 진실을 말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몰아내는 경우가 많고, 아예 내실과 원칙, 정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발을 못 붙이거나, 그대로 묻혀 버리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정당이 공적인 정치집단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존재하는 변질된 정당정치로 치달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언론도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스마트 모바일 환경이 조성되면, 정보의 개방성과 소통성 때문에 이러한 참된 사람들이 빛을 보고 그 진가를 발휘하며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실현 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지만 인터넷상에서도 수평적이고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불균등하고 한쪽으로 쏠려 있기는 마찬가지인데 이는 포털 사이트와 같이 힘 있는 플랫폼이 구조화되고, 그 안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이들만 적극적으로 부각되거나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또한 비대면 간접성이라는 근본적이 속성이 있기 때문에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는데, 즉 유권자들이 어떤 인물을 잘 아는 것 같지만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직접 보고 겪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전달하고 연결해줄 존재가 있어야 하며 그 중간에 있는 언론 미디어는 저널리즘에 입각하여 사실과 인물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각 신문들은 애독자들이 원하는 관점으로 사건이나 인물을 다루기 마련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문재인의 여러 리더십 특질 중에서 2인자형 1인자 리더십을 최고로 꼽고 있다. 기존 정치·경영의 리더십은 1인자 리더십이었으나 이제 그 리더십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는데, 그것은 모든 것을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1인자 리더십으로는 창의와 다양성이 요구되는 사회문화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2인자형 1인자 리더십을 추구하는 기조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2인자들은 위에서 군림하거나 현장성을 떠나지 않으며, 항상 낮은 자세로 진리가 무엇인지 살피고 행동하지만 진리를 알았다고 군림하지 않으며 그것이 긍정의 방향으로 어떻게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할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자칫 이러한 점은 알프레드 아들러의 말처럼 인간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원천이 권력의지인데,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 문재인에게 자신의 정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원천이 취약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따르게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하여 대통령에게는 권력의지가 먼저가 아니라 소명의식이 먼저이며 소명의식이 있어야 권력의지가 어떤 방향성에서 동기로 작동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진정한 보수는 헌신하고 봉사하고 자기희생을 하는 게 아닐까요. 공적인 의무에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돈의 힘, 권력의 힘으로 의무는 요리조리 피하고 지도자입네 하면 국민이 승복하겠습니까?”(동아일보 2011.08.08.) 이 구절을 보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즈는 고사하고 코미디 같은 사건이 생각난다. 2010년 연평도에 폭탄이 떨어지고 할 때 청와대 지하벙크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했는데 국방부장관을 제외하고 군필자가 대통령을 포함하여 한명도 없었다는 것과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폐허가 된 현장을 방문하여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라고 우겼던 일이다. 이러한 수구보수정권이 민주정부 10년의 민주, 평화, 복지를 일거에 퇴행시키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까지 초래한 것은 일부 예견이 되었던 일이었지만 기득권의 저항을 철저히 계산하여 예상하지 못한 것 중에 하나가 검찰의 반발이 아닐까 한다. 노대통령이 검찰권을 내놓은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이었고 그 때문에 검찰로부터 존중받기 보다는 퇴임 후 무시 경멸당해 죽음에까지 이르렀다는 지적이 있다. 검찰의 정치중립 문제는 김대중 정부도 실패한 민주화운동세력의 오랜 요구였다. 중립화 보장은 정도껏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장하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안하는 것이다. 검찰을 장악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쓰면 검찰한테 특권을 줘야한다. 봉사를 요구하면 대가를 줘야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검찰과 정권의 야합 역사였다. “정치중립은 무슨 특별법을 만들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부분이다. 중립을 훼손하지 않는 대통령의 결단이 10년 이상 지속되면 문화로 뿌리박혀 해결되는 문제였다. 그런데 이 정부가 도로 뒤집어 버리니까 문제가 된 것이지 참여정부의 중립보장이 이상적이어서 문제라는 시각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내일신문, 20110.05.20.).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고 애썼던 노대통령이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문갑식, 문재인 전기). 검찰 개혁을 하고 중립성을 부장해주었어야 하는데 우선순위가 바뀐 점을 문재인이 수차례 언급하고 지적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무조건 탈권위적으로 행동할 것이 아니라 원칙이 무엇이며 제대로 토대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수사권은 경찰에, 기소권은 검찰에 주어 분리하여 서로 견제하게 된다면 경찰이 검사에게 영감님하면서 살랑대거나 쩔쩔매는 일이 사라질지 모른다. 검찰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수처의 설치와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중독 현상을 일으키는데 이는 듀이가 인간은 경험의 존재라고 한 것과 맥락이 일치한다. 권력에서 멀어졌을 때를 경험한 이들은 다시 권력을 잡게 되면 절대 놓지 않으려고 하고, 중독은 권력이 클수록 비례한다. 가장 큰 정치권력을 쥐었다가 그것을 놓을 때는 별 느낌이 없지만 그것을 놓고 나서 금단 증상은 엄청난 강도로 찾아온다. 그래서 그들은 국정원 선거개입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권력을 잡고자 했던 것이고 권력을 잡자마자 퇴행인 줄로 모르고 휘둘렀을 것이다. 그래서 수년간 리더십이 붕괴되었고 무당이 국정을 농단해 버린 현실에서 문재인이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 리더란 자신을 바라보고 선호하는 사람들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아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 속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전대통령을 넘어서는 그만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출발은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민주, 복지, 평화를 위해 역사 발전에 기여한 바 크다. 그렇지만 정권재창출에는 실패했다.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실망한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문재인의 운명은 노무현의 운명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이데일리, 2011.08.10.)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의 결론을 이렇게 내리고 있다.

민주진보세력은 문화적 가치를 우선하지만 보수기득권 세력은 물화적 가치를 우선한다. 당장에 돈과 물질에 약할 수 있다. 하지만 기득권을 대변할수록 그런 물화에 대한 약속은 공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갖지 못한 자가 아니라 가진 자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항상 문화적 가치를 우선하는 민주진보세력이 열세에 놓이게 된다. 그것은 너무 문화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다른 정치세력보다 정권을 얻기도 힘들지만 그것을 운영하는 것도 매우 힘들다. 즉 이러한 딜레마 상황이나 그 강도가 민주진보세력에게 강하다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의 경우에도 문화/제도 코드() 사이에서 딜레마를 많이 느끼게 될 것이다. 인위적으로 물화적 가치를 강조하다가는 본질적인 기조는 문화적 가치에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제도적인 코드()에서는 기득권의 파이를 순환할 수 있는 방법이 쉽지 않다. 많은 것을 이미 그들이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가 일정기간 혹은 일정량 이상 보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지기반은 그것을 기다려줄 여력이 없을 만큼 다급하다. 그런데 반면교사나 과거의 경험을 반추했는지 다행히 문재인만의 강점이 있었다. 문재인은 문화적 코드에 그렇게 의존하지 않으려 한다. 그랬더니 권력의지가 없다, 답답하다는 말이 쏟아졌다. 즉 그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달콤하게 만드는 액션이나 언사, 공약을 잘 하지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처음에는 인기도 없고 강력한 지지도를 갖지 못했다. 사회문화적으로 이래야 한다는 것, 그런 문화적 코드에 관심이 없었다. 그것의 허구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본질에 충실하면 된다고 여기는 것인데 대중정치에서 그런 태도는 분면 본 선거에 이르지 못할 태도이다. 그가 부각된 것도 기적에 가깝다. 문재인에게 문화적 코드들은 이미 경험을 해보았듯이 그런 것들이 실체적이고 본질적이지 않다. 어떻게 보면 제도적인 코드에 더 신경이 가 있는 것이다. 그것에서 실현가능한 것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견해를 엄정하게 밝힌다. 하지만 점차 문재인은 문화적 코드를 강화할 것이다. 주변의 압박을 받아들여서 문화적 코드를 강화할 것이다. 주변의 압박을 받아들여서 문화적 코드 수준을 높여서 대통령에 일단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점차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지지도를 견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을 것이다. 주변에서 또 그렇게 강화해 줄 것이다. 그렇지만 문화적 코드의 지수가 높아지는 것이고 이에 비례하여 제도적 코드 안에 들어가 느끼게 될 딜레마 정도는 더욱 증가하는 것이다. 문재인은 그것을 견뎌야 한다. 그런데 그에게만 모든 것을 맡겨야 할까. 만약 이러한 간극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제도적 틀을 바꿀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그때를 위해서 문화적 코드를 너무 강조하여 요구하는 것은 자제를 해야 한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것은 문화적인 요구를 반영하는 대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치와 민주 국가에서는 제도적인 틀을 통해서 그러한 문화적 요구들을 실현해야 한다. 어쨌든 도구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아무리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도 해도 영웅이나 검투사처럼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른다고 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문재인이 한 번의 국정운영의 경험이 있고, 공과를 성찰하여 준비를 하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문화적 코드와 제도적 코드 사이에는 딜레마가 상존한다. 이러한 간극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은 지지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 문재인을 지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지지한다는 것은 검투사 같은 행동이기에 상대방을 물화적으로 자극하고 상대에게 명분을 주고 이에 되치기를 당하게 할 가능성이 많다. 무엇보다 노무현이 겪었듯이 문재인이 겪게 될 딜레마 상황을 밝히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공유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딜레마를 겪는 정책들을 연구하고 그것들을 세세하게 플어 주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그것은 언론이 할 수 없다. 3의 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문재인에게 바보 같게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야합하고 배신하는 거라며 공격하는 것은 노무현과 같은 운명적 결과를 문재인에게도 안기는 것이다. 문재인의 실패는 노무현의 실패이며 민주주의의 실패가 될 수 있다. 그들의 실패는 진보의 실패이기도 하다. 그들이 실패가 계속되는 한 사회에서 어떤 급진 진보도 성공할 수 없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는 기다림이다. 정말 김대중이나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의 진정성 그리고 본질을 보았다면 발효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을 절대적으로 확보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믿음과 신뢰가 보장이 될 때 문재인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은 발휘될 수 있고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권력집중과 중앙집권적인 특징이 강하기 때문에 리더의 성향에 따라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일상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고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구성원들의 행동이 그에 맞게 따라가는 현상 즉 리더십 모듈화 현상이 아주 강하다. 본질과 원칙 그리고 진정성에 충실하게 하는 데에 더 마음이 있는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조급증 내지 말고 기다려주고 참아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자. 이 책은 아마 문재인 대통령 출마선언 직후에 서둘러 출간하였기 때문인지 오탈자가 다소 눈에 많이 띄지만 문맥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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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습관이다
장오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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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습관이다 (장오수, 지식과 감성, 20170620)

책의 부제처럼 한권의 책으로는 인생을 바꾸지 못하니 다섯 수레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습관을 붙이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논지이며, 독서를 해야만 하는 당위성, 독서 습관을 붙이기 위해서 필요한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방법론과 독서를 통하여 변하는 삶 등을 서술하고 있다. 다섯 수레의 책을 가득 채우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끝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니, 그 길을 걸어가는 자체가 곧 목적이요 이룸일 것이라고 독서 그 자체의 목적성을 설파하고 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독서의 당위성에 대하여 첫째 인식의 폭을 확장하기 위해서인데, 행동은 사고에서 비롯되며 그 사고는 인식의 폭만큼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인식의 폭이 크면 클수록 그 사람이 사고의 폭도 커져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으며 그것이 행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며, 독서는 받아들여진 지식이 기존 지식과 섞이고 대립하여 자신만의 것으로 재정립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식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삶의 기로에서 보다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다. 셋째 살아가면서 닥치게 될 위기와 고비를 잘 헤쳐 나가기 위해서다.

그리고 독서는 습관들이기 나름인데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지속성을 통해서만 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책을 한 권씩 사 줘야 하는 기본적인 이야기는 성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유효하며, 책을 읽는 재미와 즐거움을 먼저 알게 해주라는 말이다.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며, 그렇게 자신의 관심 분야의 책을 읽다보면 재미를 느끼게 되고 그와 관련된 또 다른 책들도 구해서 읽게 되는 부수적인 효과를 가지고 오게 된다는 것이다. 운동을 할 때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몸을 풀고 나서 기초적인 자세부터 단계적으로 난이도를 높여가야 하듯이 독서 역시도 인문학적인 소양만을 강조해서 처음부터 어렵고 힘든 인문서적부터 읽기 시작한다면 백 번을 도전해도 백 번 모두 실패한다는 것이다.

책을 어느 정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작가가 제시하는 것은 물이 수증기로 끓어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처럼 우선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읽으며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지속적으로 읽다 보면 몸에 변화를 조금씩 느낄 때가 온다. 읽는 책들이 몸에 변화를 가지고 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읽는 인내가 필요하다. “5.3법칙”- 한 작가의 작품을 다섯 권 이상 읽으면 그 작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고, 같은 주제의 책은 적어도 다섯 권 이상을 읽어야 하며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은 책이라면 세 번은 반복해 읽어야만 행간에 숨어 있는 뜻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독서는 양을 통하여 질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독서로 인한 삶의 변화나 가치관의 재정립 같은 깨달음은 어느 날 벼락처럼 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이상의 지속적인 독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결과물이라는 면에서 돈오점수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돈이나 밥보다 더 가치있고 의미 있는 것이 우리 삶에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도 우리는 더 책을 가까이 해야 하고 더 깊이 읽어야 한다. 그러한 것을 느끼게 될 즈음이면 독서가 자신에게 밥도 주고 돈도 주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흔한 말로 책을 읽는다고 돈이나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말처럼 삶이 갑자기 고귀해지거나 인품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해한 행위를 멈출 수 없는 것은 아무 희망도 없는 이 세상을 어떻게든 견디어 내야 하는 사람들이 실낱같은 끈에 마지막으로 매달려 보는 심정과 같을 것이다.

어느 정도 읽어야 글을 쓰는 일이 가능한가에 대한 궁금증은 명나라 화가 동기창의 말-讀萬券書 行萬里路(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를 여행해야 한 줄의 글을 쓸 자격이 생긴다)-을 빌려 답하고 있고, 만약 기본적인 독서가 쌓인 후라면 어느 시점이 글쓰기를 시작하기에 적당한가에 대한 물음은 다양한 독서로 내면을 채워 더 이상 담아둘 곳이 없어 꾸역꾸역 밖으로 역류하는 지경이 될 정도에야 비로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쓰고 싶다는 욕심만으로 글이 써지는 것도 아니거니와 설령 그렇게 시작했다 해도 몇 자를 쓰고 나면 더 이상 쓸 말이 바닥 나 버려 실망과 자책으로 포기하게 만들거나 수준에 미치지 못한 조악한 글이 될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되도록 많은 작품을 필사해 봐야 한다. 작품 필사를 할 때는 단어와 띄어쓰기는 물론 따옴표나 느낌표 하나에 이르는 세세한 부분까지 틀리지 말고 그대로 베껴 적어야 한다. 그렇게 다른 작품을 베껴 쓰다 보면 좋아하는 작품이나 작가의 문제가 자연히 익어지고 그런 문체를 흉내 내어보기도 하면서 조금씩 자신만의 문체를 개발해 나갈 수 있게 된다. 그 밖의 독서방법론으로는 한권의 책을 세 번을 반복해서 읽어보면 작품이 담고 있는 뜻이나 저자의 주장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독서, 독서모임에 가입해서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함께 읽으며 의견을 나누어 보는 방법, 한 작가의 작품을 모두 스토킹하듯이 읽어보는 방법, 독서의 가치와 목적을 먼저 따져본다면 천천히 읽는 정독, 책을 읽으면서 밑줄도 긋고 낙서나 메모도 하면서 지저분하게 읽기, 대부분의 책에는 다른 저자의 작품이나 내용이 언급되어 있는데 고구마 넝쿨을 캐듯이 언급된 작품을 함께 구해서 읽는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치지만 독서에 대한 깨달음이나 인식이 참 많이 닮았다는 동류의식을 감히 가져본다. 작가는 공직생활의 바쁜 와중에도 한 달에 10권 이상의 책을 10년 이상 읽었다는 자체가 이미 독서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작가와 같이 무기력한 생활에 찌들려 미래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독서를 시작하였고, 독서를 하는 중에 세상이나 인생의 물음이 생겨서 나도 책을 한번 내보자는 가당치도 않는 욕심을 부린 적이 있었는데, 책속에 언급한 사례처럼 몇 페이지 정도 적어 보다가 내공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중단한 적이 있었다. 약 10년 계획을 잡고 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단 1단계(3년)에서는 편식이 없이 다양한 장르의 책을 재미있게 읽고자 하고 있으며, 2단계(3년)는 책에 언급된 고구마 넝쿨 캐기처럼 관련된 책을 모두 섭렵하고자 하며, 3단계(3년)에서는 책 주제와 관련하여 심화학습을 하고, 자료 등을 발췌하고, 마지막 1년 동안 집필을 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척박한 삶에 온기를 주고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독서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은 수세기 동안의 역사에서 이미 입증되었다는 작가의 주장에 십분 공감하며, 독서를 취미와 즐거움을 넘어 나를 다듬는 도구로서의 가치를 발견하게 될 정도가 되는 한 단계 높은 반열에 진입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반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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