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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과의 대화
이시형.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고테라피(의미치료)를 우리 귀에 쏙쏙 들어오게 실제 사례와 함께 쉽고 친절하게 알려줄 고마운 책이 나왔네요. 로고테라피란 미국에서 가장 영향을 끼친 10권에 책에 선정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쓰신 빅터 플랭클 박사님이 로고스의 원리를 정신요법에 응용한 치료법이에요.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는 우주의 힘을 믿고 위대한 일을 성취하고 두려움과 한계를 초월하게 하는 의미치료라고 해요.
전 오래전 '죽음의 수용소에서' 책을 읽고 그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숭고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몇 번이나 울컥했었어요. 알고보니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분이신 이시형 박사님
로고테라피에선 '의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로 공허하고 무기력한 상황이 지속될 때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의미'에요. 삶에 그 어떤 '의미'라도 찾을 수 있다면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낼 수 있어요.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나가는 것이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과 제게 이 생에서 반드시 실현해야할 사명은 뭘까요? 그 사명을 발견하고 고유한 자신의 의미를 찾도록 질문을 던지는 것이 바로 로고테라피의 핵심 같아요.
죽음의 수용소에서' 책에 쓰인 빅터프랭클 박사의 일화가 나와요.
가스실로 죽어나가는 수용소, 죽음의 냄새 속에서 그가 동료들과 함께 선택한 방법은 유머였어요. 하루에 하나씩 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자고. 이야기 소재는 '수용소에서 풀려난 뒤에 일어날 수 있는 일'. 우아한 저녁식사에 초대되서 주인이 "스프 좀 더 드실래요?"하고 묻자 멋지게 차려입는 손님(수용소에서 풀려난 자신들)이 이렇게 말해요. "냄비 바닥까지 박박 긁어서 퍼주세요!"라고 수용소처럼 말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웃는 거에요.
절망의 순간에 미래로 시선을 옮기고 현실의 고통을 유머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지요. 빅터 프랭클 박사는 수용소에서 그런 인간의 위대함을 실천하고 기록했어요. 노동을 하러 나가는 순간에 아름답게 물든 노을을 보며 잠시 황홀경에 빠진다거나, 자신의 마지막 빵을 감자와 바꿔서 곧 세상과 떠나는 동료 재소자에게 마지막 풍요로운 한끼를 선물하는 어떤 재소자 이야기...
박상미 상담선생님께서 써주신 부분에는 상담사례와 로고테라피를 실천하신 분들의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어요.
저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가 몇 번이나 눈물이 났는지 몰라요. 특히 사랑의 대물림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에요. 알로이시오 신부님의 6.25전후 한국에 뿌린 사랑의 씨앗이 열매를 맺어, 소년의 집에서 신부님과 같이 축구를 하던 소년 김병지가 국가대표 골키퍼로 성장했고, 사제가 되어 아프리카 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한 이태석 신부님으로, 또 이태석 신부님이 수단에 뿌리신 그 사랑의 씨앗으로 수단의 제자들이 다시 의사가 되어 자국에서 봉사를 하게 되는 그 모습은 사랑은 죽음을 초월한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주네요.
너무나 사랑스럽고 착하기만 하던 신혼의 아내가 교통사고로 떠나고 망가진 남편의 이야기가 나와요.
그는 알콜로 찌들고 과거의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로고테라피 상담을 받게 되요. 아내를 만난 것, 아내의 죽음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 이유가 있을까를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고, 아내가 평소 성당에 나가 교사를 하며 봉사를 한 일, 평소 유흥에 빠져 살았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아내가 다니던 성당에 나가 교통봉사부터 시작하고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성당에 나가기로 하고 직장도 다시 나가게 되고, 삶이 완전히 변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와요.
분노를 어떤 에너지로 쓸 지는 나의 선택에 달렸다는 말, 깊이 공감해요.
내가 제물이 되는 복수는 진짜 복수가 되지 못한다고 해요.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성격의 이야기. 복수는 나의 것이 아닌 신의 것. 잘 사는게 진짜 복수라는 말.
맞아요. 수용소에서 죽음의 고통을 겪은 빅터 플랭클 박사는 모든 독일인, 군인들을 파렴치한 전쟁범죄자로 낙인찍고 단죄하는 것을 반대하셨다고 해요. 그중 인간성을 발휘하여 잘해줬던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다르다고 모두를 그렇게 매도하면 안된다고요. 그래서 공격을 받기도 하셨지만, 그 고통을 겪고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몸소 실천하신게 아닌가 싶어요.
수용소에서 어느날 배고픈 누군가가 감자 하나를 훔친 사건이 발생해요. 음식을 훔친 사람을 신고하지 않으면 모두가 하루를 굶는 벌을 받는데도, 그 사람의 죽음을 막기위해 모두가 입을 다물고 굶고 허기를 참아내는 위대한 연대의 모습을 보여줘요. 이 날 동료들을 위해 빅터 프랭클이 인간의 존엄, 신과 우주에 대한 이야기도 가슴에 와닿습니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 5단계의 가장 높은 단계는 '자아실현'이지만, 로고테라피는 여기에 하나 더해서 '자기초월'을 6단계로 놓아요. 어떻게 하면 고통을 줄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물질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고 더 많이 가지지 못한 것에 아파하고 좌절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떻게 하면 자신을 초월하여 삶이 각자에게 요구하는 것을 해낼 수 있도록 하는 단계에요.
중요한 대목이 있어요. 우리가 인생(외부)에 무언가를 기대해왔다면 그 방식은 틀린 것이라는 내용이에요. 오히려 인생이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고 빅터 프랭클은 말해요. 인생에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절망이 있을 수 없고, 외적 조건과 관계없이 자기 내면의 정신세계를 갖추고 인간의 본성, 항상성을 지켜나가야 한다구요. 우주가 우리가 무언가 해주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으며, 우리 자신이 이 짧은 인생에서 그 것을 발견해내고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을 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해요. 대충 느낌은 알겠는데, 도대체 로고스를 각성시킨다는 게 구체적으로 뭔가 궁금할 수 있어요. 프랭클은 여기서 '가치'라는 단어로 세 개 영역으로 설명해줘요.
1. 창조가치, 2. 체험가치, 3. 태도가치에요.
먼저 첫 번째 . 창조가치는 가치있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행위에요.
보통 우리가 평소 하는 일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려는 마음이에요. 저도 회사에서 무언가 일을 할 때, 딱 욕먹지 않을 만큼만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봐요. 전 제가 맡은 그 일이 그 전보다는 더 체계적이고 더 발전되고 더 스마트하기를 항상 기대하며 일해요. 매뉴얼도 만들고.. 누군가는 그런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돈 때문이 아니라 저 스스로의 업무 자존심? 브랜드 가치라고 생각해서에요.
두 번째. 체험가치에요. 책을 보거나 영화, 연극을 보고 사람들과 관계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 다 여기에 해당되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라 책을 통해 간접체험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아요. ^^
마지막 세 번째는 태도가치에요. 이 가치는 앞의 2개의 가치가 모두 좌절되는 막다른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고결하게 하고 고통을 초월하는 인간성을 발휘하는 것을 말해요. 앞의 가치들보다 자신의 눈앞의 고통을 넘어설 수 있어야 가질 수 있는 가치에요.
어쩌면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의미치료)는 신과 우주와 맞닿아있는지 몰라요. 저는 특별히 종교생활을 하고 있지 않지만, 요즘들어 우주의 근원적 원리, 사랑에 대해 관심 틈틈이 생각해보곤 해요. 로고테라피는 이런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좀 거창한 주제이지만 다양한 감동적인 사례와 상담사례를 통해 재미있고 뭉클한 내용들이 가슴을 두드리는 내용이라 어렵지 않아요.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보며 감명 받았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보다 로고테라피에 대해 깊이 알 수 있고 자신을 되돌아 볼 기회, 자신을 치유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