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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10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이현우.이현준 편역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작년에 어느 글쓰기 카페에 가입했었다.
그 카페의 주요 컨셉은 필사였고, 가장 눈에 띄는 컨텐츠는 단체필사였다. 나도 우연히 발견한 그 카페에서 '돌파력'이란 책으로 무작정 3개월 간의 마라톤 같은 단체필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매일 1시간씩 일찍 일어나서 15분 분량을 필사하고, 거기 더하여 나만의 생각으로 30분여의 글을 쓰는 강행군, 그땐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 순간들은 신성하게 내게 다가왔고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결국 완필을 해냈다. 그때의 기록이 블로그의 한켠 필사기록에 남아있다.
갑자기 왠 필사냐고 의아해하실 수 있지만, 내가 이 책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처음 접한 것이 그 카페에서 어느 분이 혼자서 꾸준히 하던 개인필사였다. 또 내가 3개월간 죽어라 써내려간 책, 돌파력의 부제가 '스토아 철학에서 배우는 스스로 운명을 바꾸는 힘'이라는 것.
바로 이 책 명상록과 돌파력의 공통점은 바로 '스토아 철학'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필사카페의 카페지기도 스토아철학에 심취해있는 분이였던 것 같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스토아 철학이란 윤리를 중심 문제로 하여 욕망을 억제하고 자연의 법도를 따를 것을 주장하는 스토아 학파의 철학이라고 한다. 스토아 철학의 중심 관점은 신이 만물 안에 내재한다는 개념이라고 한다. 신은 불, 힘, 로고스이며, 만물의 모든 현상이 처음부터 로고스 안에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어느날 도서관에서 빌려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이 좋았던 부분이 많아서 도서관에 반납한 후 언젠가는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예쁜 노란표지로 다시 찾아온 책이 바로 이 명상록이다. 원서보다 총 6개의 테마로 보기 싶도록 재구성해서 쉽게 다가올 수 있게 해준 노력이 맘에 든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서 현대인에게 맞춰 개정된 명상록이라고나 할까?
1편. 나는 이 세상에서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다.
1편은 삶의 의미에 대한 내용이다. 조금 후 밑에서 1편 중 가장 맘에 들었던 대목을 골라서 쓰려고 한다.
2편. 내일부터의 인생을 특별 보너스라고 여겨라.
2편은 죽음에 대한 고찰에 관한 내용이다. 이 부분도 밑에서 다시 이야기하려고 한다.
3편. 내 영혼 속보다 더 조용하고 평온한 곳은 없다.
3편은 내면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이다.
4편. 인생의 길에서 내 영혼이 비틀거리게 하지 말라.
4편은 쾌락과 욕망에 맞서 내가 가진 것을 축복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5편.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은 인생의 소중한 의무다.
5편은 화를 다스리고 용서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6편. 정의를 성취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공이다.
6편은 영혼의 고결함과 선한 의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다시 1편으로 돌아가본다. 1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야기는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애초에 예정되어 있었다'이다. 인과에 대한 이야기. 불교의 인과법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어찌보면 스토아철학과 불교철학은 인과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2장에서의 키 문장으로 '내일부터의 인생을 특별 보너스라 여기면서 살아라'를 꼽았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새로운 삶의 하루를 선물 받았음에 먼저 감사하며 시작하라는 말...
3장에서의 문장은 '내면의 움직임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라'이다. 남의 생각에 무관심하다고 불행해지지는 않지만 자신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리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불행해진다는 말, 섬뜻하기도 하지만 맞는 말이다.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 내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
4장의 핵심으로 꼽아본 문장은 '괴로워하는 대신에 고통을 없애기 위해 실행에 옮겨랴'이다. 호오포노포노에서 자신에게 닥치는 모든 일을 100% 자신의 책임으로 보고 행동하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 회피함으로서 얻어지는 것은 영혼의 죽음 뿐이다.
5장에서는 '소문이 나를 어떻게 비방해도 나의 본질은 변함없다'. 세상 모두가 나에게 돌을 던지는 상황에서 세상에 혼자밖에 남지 않은 듯한 극도의 외로움과 왕따, 비난의 중심에서 어떻게 평화로움을 유지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 순간이 오히려 자신의 영혼의 힘을 믿고 나아가야할 시기라고 보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를 꼽았다. 운명이 당신과 같이 더불어 살도록 허락한 이웃들과 황견을 참되게 사랑하라는 것. 사람이 잘못하는 것은 옮지 않은 일을 행해서만이 아니라,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 것 또한 포함한다. 해야할 일을 하는 것.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명상이나 스스로에 대한 정화를 통해 하나씩 찾아나가야 할 것 같다.
사실 명상록으로 알려진 이 수필집은 원래 '자신에게'라는 제목으로 아우렐리우스가 전장에서 그리스어로 쓴 글들을 모은 수기집이다. 그는 이 책을 출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던 것 같고, 어찌어찌해서 우리의 곁에 오게된 것 같다. 그것 또한 그들 스토아 학과에서 말하는 인과법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한번에 읽어내리는 과식같은 책이 아닌 조금씩 아껴 먹어야 하는 보약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