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마르틴 부버 지음, 표재명 옮김 / 문예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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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은 소리의 모임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시는 낱말들의, 그리고 조각은 선들의 모임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이 이것들을 무리하게 당기고 잡아 찢는다면 통일체는 여러 가지 요소로 분해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내가 ’너‘라고 부르는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의 머리카락 색깔이라든가 그의 말하는 투, 또는 그의 품위의 색깔을 그에게서 끌어낼 수가 있다. 실상 나는 언제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때 그는 이미 ‘너‘가 아니다. 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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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유고 산문집
이순자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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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정말 어쩌자고 그랬을까?
헤어진 그날, 하염없이 퍼붓던 눈과 길바닥에 피를 뚝뚝 흘리던 우리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른다, 칠순이 가까워오는 지금도. - 70쪽


나도 이제 세상인심에 조금씩 눈이 뜨이는 모양이었다. 어쩐지 그게 또 서러웠다. 본래의 나를 잃어가는 것 같았다. - 165쪽


“먹지도 못하는 양념게장은 왜 사 오셔서. 나만 호강하네.“ - 219쪽



자갈밭 같은 삶 속에 피어난 꽃들을 찾아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단편 영화를 몇 편 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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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방 -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
우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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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사람에게 힘이 되는 건 요란스럽고 화려한 말이 아니라 작지만 진실된 표정 하나 그리고 사려 깊고 다정한 눈빛이 아닌가 싶다.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p169.


날이 갈수록 체감하는 것은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일이 가장 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은 성공하고 출세하는 일이 아니다. 그 보다는 좋은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리운 사람에게 전화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설령 언젠가 그사람이 사라진다 해도, 훗날 그들을 떠나보낸다 해도, 그때 서로가 나눈 생각과 그 순간의 말들과 그 날의 공기는 영원히 내 곁에서 머문다. 그 시간을 어떤 식으로든 떠올릴 수 있다면, 만지지 않아도 느껴진다면, 그건 존재하는 것과 다름없다. 마침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했던 기억, 그것뿐이다. p177.


그림 속에서 한 번, 글 속에서 또 한 번 쉬어갈 수 있던 책.

Nikolai Bogdanov-Belsky , ‘The reading le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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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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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제약되어(사물화되어) 있음을, 자신의 사실성을 벗어던진다. 그러나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 제약되어 있음, 그 사실성이다.
인간(Human)은 부식질(Humus)로 돌아간다. 바꿔 말해 땅으로 돌아간다. 디지털화는 인간적임(Humanum)을 제거하는 과정의 적절한 한 걸음이다. 인간의 미래는 필시 미리 정해진 것 같다. 인간은 자기를 절대화하기 위하여 자기를 없앤다. p.107

우리가 지구를 이토록 야만적으로 착취하는 것은 우리가 물질을 죽은 것으로 단정하고 땅을 자원으로 격하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성‘만으로는 우리가 지구를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기에 충분하지 않다. 땅과 물질에 대한 전혀 다른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 철학자 제인 베넷은 저서 《생동하는 물질Vibrant Matter》에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죽어있거나 철저히 도구화된 물질의 이미지가 인간의 오만과 지구를 파괴하는 우리의 정복환상 및 소비환상을 키운다.˝ p.140


‘정든’ 물건(사물)과 아날로그에 대한 글쓴이의 그리움이 묻어나는 글들이 담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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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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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을 안정화하는 모든 것은 시간집약적이다. 충실, 결속, 의무도 마찬가지로 시간집약적 관행이다. 안정화하는 리추얼을 비롯한 시간 건축물들(Zeit-Architekturen)의 붕괴는 삶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삶을 안정화하려면 다른 시간 정치(Zeitpolitik)가 필요하다. p.19

하이데거에 따르면 ‘정말로 생동하는 철학하기’의 시작은 ‘우리를 기반에서부터 속속들이 조율하는 근본 기분을 깨우기‘다. 근본기분은 단어들과 개념들을 모아들이는 중력이다.

한 근본기분 안에서 주어지는 감정적 전체성은 생각하기의 아날로그 차원이다. 인공지능은 이 차원을 모방하지 못한다. p.64


뒤의 주석을 찾아보며 읽기는 오랜만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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