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의 제약되어(사물화되어) 있음을, 자신의 사실성을 벗어던진다. 그러나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 제약되어 있음, 그 사실성이다. 인간(Human)은 부식질(Humus)로 돌아간다. 바꿔 말해 땅으로 돌아간다. 디지털화는 인간적임(Humanum)을 제거하는 과정의 적절한 한 걸음이다. 인간의 미래는 필시 미리 정해진 것 같다. 인간은 자기를 절대화하기 위하여 자기를 없앤다. p.107우리가 지구를 이토록 야만적으로 착취하는 것은 우리가 물질을 죽은 것으로 단정하고 땅을 자원으로 격하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성‘만으로는 우리가 지구를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기에 충분하지 않다. 땅과 물질에 대한 전혀 다른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 철학자 제인 베넷은 저서 《생동하는 물질Vibrant Matter》에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죽어있거나 철저히 도구화된 물질의 이미지가 인간의 오만과 지구를 파괴하는 우리의 정복환상 및 소비환상을 키운다.˝ p.140‘정든’ 물건(사물)과 아날로그에 대한 글쓴이의 그리움이 묻어나는 글들이 담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