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최근까지, 리얼리즘 소설이 쓰이고 그리는 사회들은 좁고 단일했습니다. 리얼리즘 소설은 그런 사회들을 그려 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한정된 언어로는 이제 곤란해졌습니다. 20세기 중반 이후의 세계적이고 다언어적이며 무한히 연결된 사회를 그리려면 판타지의 세계적이고 직관적인 언어가 필요해요.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자국의 역사를 ‘마술적 리얼리즘‘의 환상적인 심상으로 써 낸 건, 그게 그 일을 해낼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었어요. 48p.

에세이나 짧은 글들로 이뤄진 앞부분은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어서 좋았고, 뒷부분의 서평 모음은 구성이 아쉬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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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타인의 행동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면 기분 전환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민감한 사람들은 화를 낼 때 많은 자극을 받고, 신경계의 균형을 잃어버린다.
그들은 화를 내고 나서 다시 감정을 추스르고 균형을 잡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감정을 표출할 때, 스스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당신에게는 자기 자신의 강렬한 감정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에 이입하는 예민한 안테나가 있기 때문이다.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은 예민한 신경 시스템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강한 정신력과 외향적인 성격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어려움을 겪을 때 남들에게 숨기고 이야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 가지 이유는 그들의 고통 한계점이 남들보다 낮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더 깊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숙고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ᴗ❛ 난 무딘 편인데… 왜 공감이 많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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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기 전에 - 프루스트 단편선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유예진 옮김 / 현암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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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 쪽으로 몸을 향한 순간 저항할 수 없는 힘이 내 목을 짓눌렀고 눈물이 터져 나와 나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 눈물을 닦아주었고 조금 웃었으며 예전처럼 온갖 부드러운 말로 나를 위로했다. 그녀의 눈에서 자신, 그리고 나를 향한 거대한 연민이 뜨거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우리는 함께 울었다.
45p. (1893년)



비는 아침까지 계속되다가 마침내 그쳤다. 이제 정원은 흙탕물로 뒤덮인 황폐해진 들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5시경 마침내 모두 안정을 찾자 정원은 자신을 덮은 물이 고요해지고 맑아졌으며 형용할수 없는 황홀감에 빠진 것을 느꼈다. …
그때부터 광활한 하늘의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늘이 연못에 비치는 모습을 보러 종종 이곳을 찾았다.
모든 꽃들이 꺾이고 완전히 피폐해졌을지라도 눈물로 가득하여 하늘을 투영할 수 있는 가슴은 행복하다.
116p. (알레고리)



단편 모음집이라 짧은 호흡으로 읽기가 편하다.
심층심리묘사가 탁월한 프루스트, 천재인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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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미래 공존 - 인구학의 눈으로 기획하는 미래
조영태 지음 / 북스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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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은 자유전공학부의 장대익 교수가 지도하는 서울대 인간본성/생철학 연구실과 공동으로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현상을 연구했다. 이 공동연구팀은 사람들이 수도권, 특히 서울로만 집중되는 현상이 대학입시와 군입대를 어렵게 하고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과 지역 간 격차를 불러오는 것은 물론 초저출산 현상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 청년들을 수용할 수 있는 다른 도시들이 없어진다면, 서울은 앞으로도 젊은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 이처럼 초저출산의 기저 원인에는 ‘인구밀도’와 ‘인구편중’이 있었다.




#. 《인구론》은 인구를 조절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에 대한 계몽주의의 유토피아적 관점에 반론을 제기하며 등장한 것이다.《인구론》의 주요 축이 되는 것은 생존 욕구와 재생산 욕구다. 맬서스는 인간은 생존을 위해 식량을 먹어야만 한다는 것을 자연의 법칙(law of nature)으로 규정하고 논리 전개를 시작한다. 인간은 인구와 식량자원이 서로 균형을 이루려는 힘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맬서스가 살펴보니 인구가 자원의 한계를 넘어 증가하면 기근, 질병, 전쟁 등으로 인구 수가 조절되는 적극적(positive) 억제는 역사 속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맬서스는 이를 18세기 영국 사회에 대입해 당시 사회를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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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카오스, 그리스도교 - 종교와 과학에 관한 질문들 비아 시선들
존 폴킹혼 지음, 우종학 옮김 / 비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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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지식과 종교 지식의 또 다른 차이는 그 지식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있습니다. 쿼크와 글루온에 대한 제 믿음은 지적으로 만족스러울지는 몰라도, 제 인생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합니다. 반면에 하느님에 대한 지식은 그저 우리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하느님이라는 실재와의 만남은 우리의 지성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그 실재에 대한 순종을 요구합니다. 이처럼 종교 지식은 과학 지식과 견주었을 때 훨씬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종교는 진리 문제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요구하면서, 또한 진리를 발견했을 경우 그 진리에 헌신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풍성하고 복잡한 세계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 모든 탐구 형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과학만으로는 제한적인 지식, 빈약한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31p.


제가 그리스도교인이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그리스도교가 가능한 가장 깊은 수준에서 고통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 하느님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상한 세계가 겪는 고통을 측은하게 내려다보는, 동정심 많은 구경꾼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교는 창조주 하느님이 세계의 고통에 동참했다고 믿습니다.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이 세계 바깥에서 고통을 측은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직접 그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품고 있는 의미 중 하나입니다. 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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