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제로
이거옌 지음, 남혜선 옮김, 이정윤 감수 / 알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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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원전사고를 고발하는 소설이 아니다. 그 사고로 한 사람의 삶, 희망과 기억, 그가 속해있던 공동체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환상적으로 묘파하는 솜씨가 소름돋도록 대단하다. 사고원인을 추적해가는 미스테리적 스토리텔링의 흥미진진함도 만만치 않다. 이런 SF가 잘 읽히지 않고 있다니, 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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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속인 세기의 철학가들
로저 스크루턴 지음, 박연수 옮김 / 도움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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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턴은 자신을 프랑스혁명을 비판한 위대한 보수주의자 에드먼드 버크의 적통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그러나 버크에 비해 덜 명료하고, 덜 신랄하며, 유머감각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한번 읽어볼 만한 책. 번역자의 역어선택은 아쉽다. 촉성forcing을 강제법으로, 생명정치를 생물정치로 옮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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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수 2019-08-25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졸역에 대한 코멘트 감사합니다.
강제법과 촉성 사이를 고민하다 영어의 forcing의 의미와 코언의 강제법 맥락을 이어보자는 시도로 국내 바디우 전공자들의 문헌 또한 참고하여 강제법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생물정치는 오역이 맞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08-25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연홍 2022-09-05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orcing은 촉성이 아니라 강제법으로 옮기는 것이 맞습니다.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태경섭 옮김 / 회화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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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의 애독자로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출간되자마자 사서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하이네의 신랄함과 유머감각이 생생하게 전달되네요... 독일론 삼부작의 나머지인 <정령>도 번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신: 일독했습니다. 수려하게 읽히는 번역문, 친절한 각주와 두 개의 해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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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경섭 2019-05-15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졸역의 한 부분을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주 11번에서 ‘성격‘이란 말을 쓰지 않은 것은 charaktersiert라는수식어로 되어 있어서 한국말로 직역해서 넣으면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 넣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미진한 번역입니다.^^ <정령>은 번역 중에 있습니다.

러스트콜 2019-05-1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의도가 있었군요. 그 부분은 수정할게요. 어제 다 읽었는데, 확실히 공들인 책입니다. 정령도 번역되고 있다니 반갑네요^^.
 
창백한 말
최민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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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읽기 시작했는데 멈출 수 없었다. 절제가 돋보이는 사회파 좀비소설. 면역자, 보균자, 시체로 나눠지는 종말의 미래는 계급사회보다는 고착화된 신분사회다. 작가는 세계가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삶의 주동기는 도덕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감상주의를 잘 돌파하는 냉정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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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의 형태 - 1967년부터 역사의 종언까지
월터 벤 마이클스 지음, 차동호 옮김 / 앨피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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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정치의 시대고, 정체성 문학의 시대다. 소수자, 인권, 페미니즘, 정치적 올바름, 요컨대 타자성에 정향된 정치이고 그러한 문학이 또한 대세다. 저자의 의도보다 그것을 읽는 독자의 반응이 더 중요하고 가치있는 시대가 되었다. 작품은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만일 그것이 독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면 작가와 함께 비난받거나 폐기될 수도 있는 '경험'으로 간주된다. 옳고 그르냐보다는 취향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한마디로 나쁜 취향만 생산되는 시대이기에. 이론의 여지가 없는 현상처럼, 전혀 낯설고 새로운 현상처럼, 적극적으로 환영할 만한 현상처럼 보이기도 한다(누가 소수자, 페미니즘, 인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당신이 혐오주의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어떤 경우에는 이에 대해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자마자 즉시 타자의 정체성을 사랑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반동적인 백래쉬의 물결에 동참하는 것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그렇지만 당장 시시비비를 따져 묻기보다는 왜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문제틀을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매우 중요한 책이다. 물론 미국의 경험이 한국의 그것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의 질문처럼 불평등보다 정체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곰곰이 더 따져봐야 하겠다. 그렇지만 이 책이 지금 읽혀져야 하는 것은 맞다. 다소 난해한 구석이 많고 사례로 분석하는 작품들도 생소하긴 하지만 여러번 저자의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곱씹을 필요가 있다. 그의 다른 책도 소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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