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한나(시얼샤 로넌)는 외딴 곳에서 아버지 에릭(에릭 바나)와 살면서 킬러 훈련을 받습니다. 에릭은 한나에게 다양한 외국어와 백과사전의 지식은 집어넣을 뿐더러 잠을 잘때도 불의의 공격에 당하지 않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 모든 행동의 목표는 오로지 마리사 비글러라는 상대를 죽이기 위한 겁니다. 그러다 준비가 되었다고 싶으면 이 버튼을 누르라며 위치 호출기를 꺼내듭니다.
이 영화의 기본 소재는 소녀 킬러 이야기입니다. 킬러를 다룬 영화가 많이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은 남성 킬러에 관한 영화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성 킬러는 식상해지자, 여성 킬러로 그 캐릭터가 옮겨갔고, 이 영화에서는 연령이 한층 낮아졌습니다. 킬러를 다루는 여러가지 접근 방식이 있을 것이지만, 이 영화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잘 짜여있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한 여자를 암살하기 위해 훈련을 시키지만 정작 그 상대의 이름만 알려주고 인상착의를 알려주지 않아 목적에 실패하게 된다는 오프닝은 실소를 자아냅니다. 더군다나 자신이 직접 해치울 수도 있을 텐데 굳이 시간을 들여서 훈련을 시키고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최고의 비밀요원 에릭과는 사뭇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CIA에 쫓겨 숨어서 살던 요원이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신호를 보내는 건 또 무슨 의미인가요? 이야기에 여러 의문이 들고 궁금증이 떠올라도 시원스레 답변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나의 태생에 관한 비밀에 대해 영화 중반 이후 여러가지를 던져주지만, 그것도 잘 얽여있지도 않고요.
결국 이 영화에서 봐야하는 것은 오로지 주인공 한나의 흐름에 대한 겁니다. 물론 한나 옆에 아버지 에릭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이들을 죽이려는 마리사와 이삭스 및 일당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중심이 되는 건 바로 한나의 여정입니다. CIA의 비밀 아지트에서 탈출하여 에릭과 만나기로한 접선 장소에 이르기까지의 여행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입니다. 시작에서부터 비밀 기지에서 탈출하기까지의 이야기 처음과 모든 인물이 만나게되고 이후 결말까지의 이야기보다 그 과정이 참 매력적입니다. 마리사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에릭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무전취식하며 이동하는 한나와 에릭을 잡기 위해 한나의 뒤를 쫓는 이삭스와 부하들간의 추격전은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긴장감이 넘칩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액션은 상당히 볼만 하지만 영화의 주를 이룬다고 할 순 없습니다. 정글에서 자란 타잔처럼 세상 속으로 나온 한나는 TV와 전화같은 일반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현대 기기들을 매우 낯설어합니다. 또한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배우지 못한 한나는 여행 중간에 영국인 가족과 만나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점차 알아가는데, 마치 이 영화가 한나의 성장기를 그린 것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Chemical Brothers의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이 삽입이 되면서 장면과 더욱 잘 버물립니다. 특히 CIA 비밀 기지에서 탈출할 때의 시퀀스는 배경음악과 잘 어울려 매우 인상적이기까지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