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는 고양이다 - Goo Goo the Ca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제목만 놓고보자면 고양이와 사람과의 교감을 그린 한 편의 동물영화일 것같은 느낌을 줍니다. 가령, <우리개 이야기>에서는 당연히 개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 외에도 <프리윌리>, <각설탕>, <드리머> 등등 동물이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 영화처럼 분명 고양이가 주인공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실제 이 영화 소개 내용에도 그런 냄새가 풀풀 풍기고 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제목과는 달리 고양이가 주인공이라 하기에는 너무 비중이 적습니다. 물론 고양이가 처음부터 등장하는 건 맞습니다. 오랫동안 키운 고양이 '사바'가 죽고 그 슬픔으로 방황하다가 동물가게에서 한 고양이를 사온 이야기로 전개가 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그 고양이와 주인공인 순정만화가 아사코와의 잔잔한 교감이나 감동이 펼쳐지기 보다는단순히 아사코와 나오미와의 주변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로 전개가 됩니다. 고양이의 비중이 확 줄어든 거죠. 중간에 고양이가 나오기는 하지만 분량이 적을 뿐더러 내용 전개랑은 별 관계가 없을 정도이니, 고양이가 나오는 부분을 덜어낸다고 해도 전체 스토리엔 별 상관이 없을 정도입니다.
즉, 고양이가 이 영화를 끌고 가는 주된 갈등의 원인도 아니며 주인공이 느끼는 갈등 해소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정도라는 겁니다.
 
 이 쯤되면 제목과 내용의 연관성이 없다는 데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물론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매우 좋솝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고양이가 너무 귀여울 뿐 아니라 고양이를 잡기 위해 애를 쓰는 장면의 연출도 상당히 좋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그 고양이의 귀여움에 빠져들어 저런 고양이 키워보고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고양이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순정만화가 아사코와 어시스트 나오미의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아사코의 이야기는 남자와의 연애, 그리고 병을 중심으로 그리고 나오미의 이야기는 밴드 남자친구와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가 됩니다. 그런 까닭에 이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나 산만하게 전개가 됩니다. 특히 장면 사이의 짜임새나 이음새가 딱히 자연스럽지 못하고 매끄럽지는 못할 뿐더러 일본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세세한 묘사나 디테일한 심리 묘사를 이 영화에서 찾기란 다소 힘들 지경입니다. 하지만 일본 영화 특유의 아기자기함이나 잔잔함은 느낄 수 있지만 말이죠.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제일 쌩뚱맞은 점은 바로 영화 중간중간마다 등장하는 키치조지를 설명하는 외국인 나래이션입니다. 일본인에게는 서양인이 자기 나라말을 한다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지거나 신기하게 생각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나래이션으로 인해 장면사이의 연결이 더욱 부자연스러워질 뿐더러 감정의 흐름이 툭툭 끊어집니다. 마치 신나게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중간 광고가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죠. 더군다나 그 나래이션의 등장이 이 스토리 측면에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그런 까닭에 외국인 나래이션은 등장하지 않아도 별 무리는 없습니다.

결국 동물 영화라고 예상하면 실망할 수 밖에 없고, 동물 영화가 아닌 잔잔한 일본 영화라고 봐야할 겁니다. 혹 이누도 잇신 감독이나 우에노 주리를 좋아하시는 팬이라면 좋아할 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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