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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싱 - Vanish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는 1585년, 노스캐롤라이나 연안 로어노크섬에서 총 115명의 사람들이 ‘크로아톤’이라는 단어 하나만 남겨 놓은 채 사라져버린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이 되었습니다. 실제 이 사건은 초반 영사기사 폴이 읽고 있는 책에서 잠시 언급이 되기도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어둠이 사람들을 사라지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보여줍니다.
인류가 빛을 발견하면서 어둠을 능동적으로 벗어났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도 어둠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박혀있고 두려움과 무서움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빛이 하나도 없이 깜깜한 공간에 혼자 있는걸 선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잘 때에도 불을 끄지 말라고 하기도 하잖아요. 이런 의미에서 어두움은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로 자주 이용이 되었습니다. 어둠을 소재로한 또는 어둠=공포라는 공식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숱하게 제작이 되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형광등이 희미한 빛을 발하는 복도에서 형광등이 하나둘씩 주인공을 향해 꺼지는 장면은 이미 여러 영화에서 차용되는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이걸 생각해볼 때, 이 영화도 그저그런 영화가 아닐까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건물에 어두움이 몰아닥치고 벌어지는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주인공 루크가 7번가 술집에 들어가기전까지의 장면들은 그런 선입견을 비웃고 있습니다. 특히 옷만을 남겨둔 채 사람들이 사라지는 장면은 참 오싹하기도 하며 이전 영화에선 보여주지 못한 면이기도 하죠. 거리, 병원 등에서 어두움이 사람들을 데려가면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이 영화에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루크가 7번가 술집에 들어가면서 그런 긴장감과 스릴은 사라지고 쭉쭉 늘어지는 지루함으로 바뀝니다. 이 영화의 원제는 Vanishing On 7th Street으로 7번가가 이 영화의 주된 무대라는 걸 암시하는데, 제한된 공간에서 별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고 진행이 되다보니 지루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거기다 어둠을 피하려고 주인공들이 애를 쓰는 장면들이 하나같이 설득력이 없어서 더더욱 긴장감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로즈마리가 잔뜩 들고온 발광체들, 루크가 들고온 손전등이어느 순간부터 무용지물이 된다는 설정이나, 어둠을 피할 쉬운 방법을 버려두고 굳이 저런 생고생을 할 필요가 있는지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죠.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어두움이 순식간에 데려가면서 이들 일행에게는 너무 많은 시간을 주는 차별성엔 코웃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