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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 Late Autum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주택이 나란히 들어서있는 무채색의 길거리를 혼이 빠진 사람처럼 걷고 있는 애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시작이 됩니다. 부부싸움을 하던 중 의도치 않게 남편을 죽인 애나는 살인죄로 복역하게 되는데, 그로 7년후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고자 3일 휴가를 받아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를 타게 됩니다. 그러던 중 한국인 훈이를 만나게 되면서, 훈이와의 인연이 시작이 됩니다.
이 영화는 잠시 특별 휴가를 받아 나온 애나와 훈의 짧은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제일 돋보이는 건 당연히 애나 역으로 캐스팅된 탕웨이입니다. 탕웨이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몰입되어 그에 어울리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을 뿐더러 핏기없는 입술과 화장끼없는 얼굴로 캐릭터에 어울리는 분장까지 보이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능수능란한 영어 실력까지 보이고 있어서 탕웨이가 이 영화에서 뿜는 오로라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어느 장면이더라도 자연스러우면서 어울리는 탕웨이의 연기는 정말 압권입니다.
그에 반해 현빈은 상대적으로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 막 종영되었던 인기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잔상이 남아서인지 양아치마냥 세운 머리와 수염을 기른 그의 얼굴은 너무나 어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탕웨이의 얼굴은 자연스러움이 철철 넘치는데 반해 현빈의 얼굴은 인공적이면서 부자연스럽다고 할까요. 게다가 영어 대사를 할 때는 어떤가요. 아직 영어에 익숙치 못한 한국인이 할 만한 대사라기보다는 교정을 거친 대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드는 대사를 가지고 말을 한다는 느낌이 풀풀 나요. 그결과 솔직히 개인적으로 현빈은 미스캐스팅이 아닐까란 생각까지 들어요. 또한 현빈 팬으로선 이 영화에 기대를 많이 할텐데, 현빈의 비중이나 캐릭터을 생각해보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영화의 내적인 면을 말해볼까요. 분명 이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만 따로 떼어놓고보면 좋습니다. 김태용 감독이 각각의 장면에서는 자기 나름의 은유와 감정 표현을 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장면이 많아요.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각 장면이 한 영화로 엮여졌을 때 서로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즉, 인물간의 행동이나 심리적 개연성이 상당히 떨어지다보니 도저히 감정이입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 결과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기 딱이죠. 실제로 제 뒤로 이 영화를 감상한 현빈 팬인 여학생은 누가 이 영화를 보자고 했냐며 화를 내고, 보다 잠을 잤다고 투덜대더군요.
가령, 장례식 후 중국 식당에서 훈과 애나의 친구 왕징이 싸우는 장면은 어떻죠? 훈은 왕징이 자신의 포크를 사용해놓고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둘러대지만, 아니 이게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때 말이 되는 건가요. 게다가 그걸 믿을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또한 장례식을 하기도 전에 애나가 버스터미널에서 떠나려고 하는 장면은 또 뭐죠? 그리고 시애틀에 막 도착하고나서 교도관에게서 확인 전화를 받을 때 내일까지 와야한다고 하는 장면은 또 무엇인가요?
결국 사건의 구성면이나 개연성면이나 너무나 허술하고 따로 논다는 인상을 줍니다. 또한 애나와 훈의 감정 이입이 될만한 사건이나 건더기가 없는 상태에서 이 둘이 사랑을 한다라는 건 뜬금없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