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이 출간되었을 때 서점에 잔뜩 깔아놓여진 게 기억이 납니다. 또한  정신분석학에서 거론되지 않을 수 없는 두 인물인 프로이트와 융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처럼 문구가 씌여져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 이 (허구 이야기인) 소설이 왠지 끌리지 않았습니다. 실존인물을 소설에 등장시킨 게 썩 맘에 들지 않았을 뿐더러 그 실존인물의 이름을 이용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게다가 지금은 고인인 그 인물을 굳이 소설에 등장시킨 이유도 회의적이죠. 그래서 뒤늦게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점점 읽어가면서 제가 선입견에 빠졌다라는 걸 너무나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번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떼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흡입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우선 너무나 생생한 배경 묘사일 겁니다...
이 책의 배경은 1900년대 초의 뉴욕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철저한 사전 조사와 문헌을 통해 1900년대 뉴욕의 모습을 잘 묘사해놓았을 뿐더러 전문가를 고용하여 자신이 쓴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여 더욱 그 고증에 온 총력을 기울였어요. 물론 이 사건을 위해 일부 건물의 위치를 바꾸긴 했었습니다만, 이 점은 마지막에 밝혀놓았습니다.

또한 프로이트와 융의 모습과 대화를 정말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프로이트와 융이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우린 알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둘이 실제 그러한 대화를 나누었을 것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인물의 정서와 말투를 잘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우려했던 부분이 바로 실제 인물을 허구의 사건 속에 집어넣을 때 그 실존 인물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경우 그 소설의 리얼리티와 공감도가 떨어지고 결국 재미없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령, 폭군으로 알고 있는 로마의 네로황제를 별 아무런 설명없이 백성을 위하는 착한 왕으로 묘사한다면 읽으면서 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느끼게 될 테니까 말이죠. 그런 면에서 실제 인물을 소설 상에서 집어넣을 땐 제대로 고증을 해서 독자가 정말 그럴 듯하다라 생각이 들 정도로 신경을 써서 집필을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꽤 잘 쓰여진 편입니다.
이 소설의 작가가 대학 시절엔 심리학을 전공했고 더 나아가 문학,셰익스피어까지 공부를 했고 지금은 법률학자로 예일대 교수로 제직중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소설의 백그라운드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으니 이런 소설을 집필했을 것같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소설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이 책의 주인공은 프로이트와 융이 아닙니다. 광고에서 프로이트와 융이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처럼 나와있어서 이 둘이 사건을 해결하나보다라고 생각했지만 말이죠.  사실 융은 이 살인사건과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걸로 나오며 프로이트가 목격자인 여자를 치료하는 데 약간의 도움을 주는 정도로 그치니 어찌보면 이 둘은 살인사건의 해결과는 거의 무관한 걸로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 미국의 한 심리학자 영거로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입니다. 그는 미국에 자신의 정신분석학을 알리기 위해 온 프로이트 일행을 맞이하는 인물이죠. 그 때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또 다른 사건의 피해자가 갑자기 말을 못하게 됩니다. 영거 박사는 자신이 알고있는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여 말을 못하게 된 피해자이면서 목격자인 여성의 마음을 치료하여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식으로 개입하게 됩니다. 실제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가 존재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영거 박사가 주도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이 형사가 주도적으로 여기저기 발로 뛰어다니면서 해결하려고 하며. 영거 박사는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여성을 치료하면서 사건에 점점 다가가는 식으로 전개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살인사건의 해결 과정도 꽤 그럴 듯하게 설득력이 있고 반전이나 사건의 구성도 잘 짜여져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입니다. 그리고 단지 살인사건에만 초점이 모여있는 게 아니라 다른 이야기 축이 같이 진행되고 있어요. 가령, 프로이트와 융과의 알력 싸움이나 주인공 영거 박사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생각 등이 살인사건과 교차해서 진행이 됩니다.

엄청난 흡입력을 보여준 허구와 사실을 잘 버물린 추리소설입니다.

- 이 소설도 영화화될 것이라는데 영화는 어떻게 나올 지 궁금합니다. 어느 배우가 캐스팅이 될 지, 뉴욕을 어떤 비쥬얼로 보여줄지, 내용이 어떻게 각색이 될 지 등등 말이죠..
그리고 이 책의 선인세로만 100만 달러를 받았다는데 환율 1100원이라고 하면 책 1권으로 11억원을 받은 셈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