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으로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사람과 그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다른 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예요. 이 영화에는 관객의 눈과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참 많이 존재합니다. 몇 가지를 들어보자면 우선 이야기 소재면에서도 그렇죠.
우선 눈으로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설정은 꽤 흥미롭습니다. 물론 이 소재가 100% 신선한 것은 아니다하더라도 이 소재를 적절히 이용한 한국 영화는 거의 없었기에 흥미를 자아내기엔 충분합니다. 게다가 평범한 현실적인 이야기보다 SF적인 소재가 사람들 관심을 보다 더 끌 가능성이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초능력자에 대항해 그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자가 존재한다는 설정은 이 두 캐릭터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두 주인공역으로 꽃미남배우인 강동원과 고수를 내세운 게 더 돗보이는 점일 겁니다. 많은 여성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강동원은 여럿 흥행작에 출연했고 실제 티켓파워가 상당한 배우입니다. 또한 안타깝게도 비록 강동원에 비해 내세울만한 흥행작이 잘 생각나지 않는 고수 또한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꽃미남배우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영화 내 서로 대립하는 캐릭터로 잘 어울리기에 이 두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흥행의 다리를 반쯤 건너온 것이나 다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러 좋은 요소들을 가지고 그것을 잘 살리지 못했습니다.
 우선 캐릭터 설정부터 오락가락합니다.   
 인기만화 <데쓰노트>는 노트에 적힌대로 사람이 죽는다는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이 초기 설정을 기반으로 다른 규칙들을 논리적으로 설정한 후 이 규칙들을 적절히 배열해놓아 전체 이야기를 탄탄하게 짜놓았기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지 않습니다. 강동원이 연기한 초인은 눈으로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으로 설정을 해놓았지만, 그 논리에 어긋난 장면들이 상당수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쳐다보지도 않았는데도 사람들을 조종한다거나 문 밖에서 손잡이를 돌리자마자 사람들이 조종당한다거나 등등. 마치 눈이 아니라 강동원 주변 반경에 존재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같은 느낌을 줍니다. 고수 캐릭터는 그런 점이 더 심합니다. 영화 내내 고수의 능력에 대해 의문을 갖게하는 장면들을 여기저기 뿌려놓고 이를 모른 체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에필로그 장면은 그 도가 심하죠.
 게다가 이 두 캐릭터의 행동에 대한 이유도 썩 탄탄하게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수가 왜 강동원을 목숨을 걸고 쫓아야하는지, 강동원은 그런 고수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않은지 등등 이야기 흐름이 치밀하지 못하고 탄탄하지 않은 점을 영화 전체 내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수가 강동원을 쫓기 위해 벌이는 이야기도 허술하고 내용의 흐름도 부자연스러울 뿐더러 두 주인공의 대립 과정은 특히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표면적으론 스릴러라고 표방하고 있지만 코미디와 뒤섞여버려 호흡이 딱딱 끊어지기 일쑤입니다. 물론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혼합하지 못할 바엔 한 장르만 충실히 하는 게 좋다는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당연히 보여줘야할 내용들을 무시하고 있어서 이야기 측면에서 긴장감이 잘 살아나지 않습니다. 전당포에서 한 사람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아무일도 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출입을 통제하고 CCTV를 회수하여 죽음의 경위를 밝혀야합니다. 또한 지하철 내에서 한 사내가 머리에 심한 피를 흘리고 있는데도 마치 투명인간인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행동하는 건 어떤가요. 
즉, 설정들을 적절히 배합하고 탄탄하게 유기적으로 짜지 못했기에 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이 영화 내 특히 안타까운 점은 외국인 배우인 에네스 카야와 아부다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말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외국인 배우를 데려다가 한다는게 겨우 웃음을 유발시키는 소모품으로 전락시킨다는 건 솔직히 너무한 겁니다. 마치 사람말을 능수능란하게 잘하는 앵무새마냥 전시한 것이죠. 전체 스토리상 보았을 때 한국인 배우로 대체해도 별상관이 없을 정도이니 이 배우에게 스토리 상 제대로된 대사와 내용을 집어넣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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