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조폭 코미디가 흥행의 돌풍을 가져온 적이 있었습니다. 조폭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포장을 해서 착한 조폭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일반 시민들한테 조폭은 쉽게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조폭을 소재로한 영화들이 먹혔던 것이죠. 이는 스파이 영화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랑 일맥상통하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조폭이라는 소재가 신선했는지는 몰라도 비슷한 영화들이 범람하면서 신선도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실제 조직폭력배의 세계는 영화에서 보이는 바처럼 끈끈한 우정이 있기보다는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것이 알려지고, 조직폭력배가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점점 증가하면서 조폭코미디가 서서히 관객의 눈에서 멀어져가버렸죠. 그런 빈틈을 메꾸어줄 소재를 찾기가 한창이죠.
이 영화는 참 특이한 소재를 소재로 들고 나왔습니다. 바로 불법체류노동자를 소재로 삼았는데, 물론 <반두비>같이 이주노동자를 소재로한 영화들이 있긴 했지만 이는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을 뿐, 상업영화에서는 정말 소외되었던 소재였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 관객에게 동남아노동자는 남의 일처럼 거의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이니까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동남아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영화관을 찾는 대다수의 20-30대 커플들은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나 맛난 디저트를 만드는 카페가 어디인지에나 관심을 보이듯이 자신들의 일에만 신경을 쓸 뿐,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풀 마음을 지닌 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기적인 젊은이들에 대한 뉴스를 점점 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건비의 상승과 함께 3D일의 기피 현상으로인해 많은 공장에서 동남아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게다가 동남아노동자에 대한 시각도 썩 좋지만도 않습니다. 많은 한국인이 미국인같은 백인들한테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반면, 동남아 사람들에게는 다소 깔보거나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모 방송사의 다큐멘터리에서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관객에게 동남아노동자가 주인공인 영화라. 쉽게 제작되기 힘든 영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얼마나 사람들이 보러올지 개봉하기 전에 감조차 오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충무로에서 수년 전에 비해서 투자자들의 돈줄이 점점 메말라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말이죠.
더군다나 이 영화에서 티켓파워가 있다고 알려진 배우들이 출연하지도 않습니다. 시나리오도 보지도 않은채 오로지 스타 배우가 출연한다는 것만 듣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때문에, 영화 제작을 위해 오로지 스타 배우만 기용한 한국영화가 얼마나 많은가요? (그러다가 말아먹은 한국영화도 많습니다.) 여러 영화에서 감초 조연만 연기를 해온 김인권의 첫 주연작입니다.
비록 이 영화에서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고 동남아 이주노동자를 소재로 삼았기는 했지만 관객들한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에서 보여진 따뜻함이 전달이 되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외모때문에 한국인보다는 동남아인 마스크가 더 먹혔던 주인공 방가의 코미디적 설정과 애환이 느껴지는 동남아 이주 노동자들의 삶이 잘 버물렸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두 김인권, 김정태 주연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일품이었고 신현빈의 놀라운 외국인 여자 연기도 이 영화에 힘을 실어줍니다. 또한 이주노동자 동료를 연기한 외국인 배우들의 한국어와 연기력 또한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이야기 또한 아주 잘 짜여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이주노동자의 모습을 그럴 듯하게 잘 보여주면서 전개해나가고 있는 점도 눈에 띕니다.
돈을 벌기 위해 불법체류하고 있는 동남아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을 코믹하면서 잔잔하게 그린 영화! 주변 이주노동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여야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