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프리 - Grand Prix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의 홍보물에서 보이는 시놉시스를 읊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수 서주희(김태희)는 경기 도중 일어난 사고로인해 사랑하는 말이 죽자, 의욕과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제주도로 갑니다.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경험이 있는 우석(양동근)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불어넣어준 격려로 인해 용기를 얻게 되고 다시 그랑프리에 도전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말을 잃고 모든 걸 포기한 여자 주인공이 우연치 않게 만난 한 남자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다시 새롭게 목표를 잡는다는 이야기와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여 한 해의 최강자를 선정하는 경마 그랑프리에서 끝내 우승을 한다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고 감동적인 소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절망에 빠진 사람이 한 사람의 만남으로 인해 다시금 희망을 얻고 힘을 내어 새로운 목표에 도전한다 그리고 치열한 레이스에서 끝내 우승을 한다라는 시놉시스만 보면 마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킹콩을 들다>나 <국가대표>류 등의 스포츠를 기반으로한 감동 드라마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무기력한 시나리오로 인해 애꿎은 배우만 안타깝게 희생이 되어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비록 김태희가 연기 논란이 있는 배우이며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은 하나같이 흥행에 실패했다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무난한 편입니다. 설령 그녀가 일부 장면에서 부족한 연기를 보여주는 느낌이 든다 하더라도 김태희의 아름다운 외모로 충분히 커버할 정도죠. 게다가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경 속에 아름다운 미모의 김태희가 말을 타는 장면은 참 명장면입니다.
 이 영화의 문제점은 바로 깊이가 없는 얄팍한 시나리오에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강조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의욕을 잃은 여기수 서주희가 이우석을 만나고 다시 희망을 되찾는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서주희가 다시금 꿈과 희망을 품고 그랑프리에 도전하게 된다는 과정이 그려져야 합니다. 이우석은 일본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할 정도로 대단한 기수였지만, 불의한 사고로 친구를 잃고 제주도로 왔습니다. 이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고 서로 상처를 이해해주고 덮어주는 동병상련적인 로맨스를 보여줄 법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서주희와 이우석간의 관계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관계라기보다는 하루 한날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는 정도의 로맨스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어주기보다는 그저 둘이 노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의 만남으로 서주희가 기분이 나아질 수는 있어도 놓아버렸던 꿈을 다시금 향하도록 만들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분명합니다. 서주희와 이우석간의 진지하면서 감정적인 로맨스가 들어가야 했습니다.
 얄팍한 로맨스를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이 영화는 한술 더 떠서 우석의 어머니와 서주희가 머문 말 농장의 주인과의 이루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들이밉니다. 제주도의 4.3 사건까지 끌고 가면서 이제 서주희와 이우석은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류의 관계인 것마냥 억지로 만들어냅니다. 이런 두 중년배우간의 억지스러운 사랑이야기는 탄탄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도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다음으로 경주를 포기한 서주희가 다시 희망을 찾아 그랑프리에 도전을 하는 과정이 잘 그려져야 합니다. 그녀는 경주를 내려놓고 제주도에 왔습니다. 그러다 다시 그랑프리의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새롭게 출발을 하지만 다른 기수에 비해 이미 출발이 늦은 셈입니다. 그랑프리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성적을 내야합니다. 이 과정이 그럴 듯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다른 기수처럼 평범하게 해서는 그랑프리에 출전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닐테니까요. 하지만 이 역시 수박 겉햩기식으로 진행이 되기에 감정몰입을 하기 힘들죠. 그녀는 옛 사고로 인해 한쪽 팔을 제대로 쓰기 힘든 핸디캡까지 안고 있습니다. 다른 기수를 제치고 그랑프리에 출전하고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그녀만의 필승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서주희가 그랑프리를 위해 보여주는 장면은 그냥 평범한 연습장면밖에 없습니다. 그덕분에 그녀가 승승장구하는 장면이 힘을 잃고 그냥 경마 장면밖에 되지 않는 겁니다. 물론 이우석이 그녀를 위한 2 가지 자세를 가르쳐주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이를 경주 때 사용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 이후 내용에서도 사라집니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아역배우 박사랑입니다. 다른 사람은 제주도 사투리를 쓰지도 않는데 굳이 이 아역배우한테만큼은 알아듣기 힘든 제주도 사투리를 시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 전체적으로 잘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머리 색이나 옷차림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리머>의 다코다 패닝을 연상시키는 미국적 스타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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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사랑 2010-10-12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헉.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여전히 업데이트가 되고 있었군여. 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