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에블린 솔트는 CIA내 유능한 요원입니다. 북한 내 잡입해 공작을 펼치다 스파이라는 게 들통이 나 온갖 고문을 당해도 입을 열지 않을 정도로 자신보다 국가가 우선을 생각시하는 요원이죠. 그런데 그녀에게 참으로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한 러시아 스파이가 자수를 한다고 미국 CIA가 상주해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오더니 미국 부통령 장례식에 참석할 러시아 대통령을 러시아 첩자가 암살할 것이라고 대뜸 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 첩자가 에블린 솔트 자신이라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져버립니다. 지금까지 미국을 위해 일해온 유능한 요원이 알고보니 러시아에서 심은 첩자였더라는 말로부터 이 영화는 본격적인 서막을 알립니다. 에블린 솔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CIA건물 내 탈출하고, 자신을 잡으려는 동료들을 뒤로 한채 남편을 구하고 누명을 벗고자 여기저기 뛰어다닙니다. 과연 에블린 솔트는 러시아 이중첩자일까요? 아니면 누명이 씌운 CIA 요원일까요?
주인공이 범인으로 몰려 쫓긴다는 설정은 여러 스릴러 영화에서 써먹은 단골 소재입니다. 특히 톰 크루즈가 출연한 <미션 임파서블>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연상케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에서는 누명 벗기 혹은 진짜 범인 찾기보다는 안젤리나 졸리가 펼치는 액션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있습니다. 안젤리나 졸리가 뛰고 도망가고 떨어지고 복수하고 등등 그녀가 보여주는 액션은 잘 짜여져있습니다. 그렇기에 안젤리나 졸리가 보여주는 액션 장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녀가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동료들을 피해 자신의 남편을 구하고 자신에게 이중첩자로 지목을 한 사람에게 복수를 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에 숨을 죽이고 딴 신경을 쏟을 겨를이 없습니다. 그저 계속적으로 벌어지는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에 빠져들 뿐이죠. 안젤리나 졸리가 아닌 다른 여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다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안젤리나 졸리는 이 캐릭터에 딱 적합한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영화의 이야기는 썩 잘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주인공 에블린 솔트가 러시아 스파이이거나 아니거나 두 가지 경우 모두 그녀가 보이는 행동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의 행동도 이상하기 짝이 없죠. 정보에 날고 긴다는 CIA가 단순히 그 러시아 스파이의 말을 액면가 믿고 그를 쫒기보다는 솔트를 쫒는다는 게 말이죠. 러시아 거물 스파이가 이중첩자를 지목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동료로 지내온 에블린 솔트보다 그의 말을 100% 신뢰하는 건 납득하기 힘든 일입니다. 아, 물론 삼국지의 계략 중 하나를 연상케하긴 합니다. 조조와 채모 이야기말이죠.
이 영화의 반전 또한 쉽게 유추할 수 있다는 것도 이야기보다는 액션에 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이유입니다. 숱하게 나온 반전 영화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진짜 범인은 누구일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러시아 이중첩자니 누명이 씌운 CIA 요원이니 하는 이야기 속 스릴보다는 안젤리나 졸리가 숨쉴틈없이 보여주는 액션이 볼거리입니다. 딱 그녀의 액션만 즐기세요. 그녀에게 누명이 씌워진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러시아 첩자인지 그건 머리 속으로 굴리지 마시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