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갈 순 없지만~

제프 벡 로니 스콧 라이브 - Jeff Beck at Ronnie Scotts
영화

유명 음악가의 공연이나 뮤지컬 등을 즐기려면 직접 그 장소로 찾아가야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룰이 깨지고 있죠. 얼마 전 서태지의 공연 장면을 메가박스에서 몇 주간에 걸쳐 상영을 한 적이 있고, 지금도 메가박스에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올려진 유명 뮤지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도 그런 성격을 지닌 작품입니다.
  2007년 11월 영국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공연장 로니스콧에서 제프 벡은 라이브 공연을 연주했습니다. 이 공연은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공연일 뿐 다시 재현될 수 없습니다. 설사 그 이후 동일한 곡을 연주했다하더라도 그 공연과 똑같을 순 없을 겁니다. 더 정확한 표현을 하자면 연주음,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다를 수밖에 없고 관객 또한 그 공연에서와 동일한 감동을 느낄 수는 없을 겁니다. 똑같은 연극이 똑같은 배우에 의해 계속 올려지지만, 각 회차마다 배우의 연기가 똑같을 순 없는 것처럼 말이죠. 특히나 제프 벡처럼 즉흥 연주를 즐겨하는 예술가는 더욱 그럴 겁니다. 그런 이유로 로니스콧에서 펼친 제프 벡의 공연을 카메라로 찍어서 이렇게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관객들한테는 참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죠. 물론 스크린으로 그때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분명 그 클럽에 직접 찾아가 라이브 공연을 듣는 것이랑 그 감동과 느낌이 덜하겠지만, 시간과 비용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그 공연을 직접 즐길 수 있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잖아요.

 제프 벡은 지미 헨드릭스·에릭 클랩턴·지미 페이지 등과 함께 최고의 기타리스트라고 알려진 음악가입니다. 또한 제프 벡은 음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영감이 충만한 연주를 들려 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하며, 즉흥성이 뛰어나서 연주할 때마다 독창적인 애드립(즉흥 연주)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공연 연주장면에서도 그런 것들을 절실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계획적이며 질서정연한 공연이라기보다는 그저 음악에 취해 자기만의 색채를 보여주는 즉흥적인 연주라는 느낌이 확 다가왔습니다. 제프 벡의 놀라운 일렉트릭 기타 연주 솜씨도 훌륭하지만 같이 연주를 한 팀원들의 솜씨도 참 대단하더군요. 드럼의 비니 콜라우타의 열정적인 드럼 연주 솜씨와 탈 윌켄펠트의 장난끼 가득한 표정과 베이스 기타 연주 실력, 키보드의 제이슨 레벨로의 빠른 손가락을 놀리는 연주실력 또한 눈에 띄었거든요. 또한 이들과 함께 여러 유명 음악가들이 함께 공연을 펼친 것도 참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론 에릭 클랩튼과의 협연이 언제 나오나 목이 빠지게 기다렸었습니다. 공연이 이대로 끝나나싶더니만 에릭 클랩튼과 제프 벡이 같이 등장하면서 2명의 뛰어난 아티스트의 협연을 잘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상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아마 관객들의 선택폭이 줄어든다는 점일 겁니다. 즉, 공연 장면에서 관객들은 연주에 심취하면서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곳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씨네 콘서트는 감독의 의도 하에 편집이 된 장면만 지켜봐야하지요. 자신은 제프 벡의 기타 연주 모습을 보고 싶어도 영상엔 베이시스트의 얼굴이 나올 수도 있고 뭐 그런 것 말이죠. 클로즈업 장면도 많고 한 사람만 화면에 잡은 장면도 많아서 이런 아쉬움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이러한 점에 대한 생각 정도가 다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