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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 & 데이 - Knight & Da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옷을 사러 한 상점에 들어갑니다. 옷 크기가 90, 95, 100, 105 등 정해진 수치에 맞춰 있습니다. 어떤 사이즈는 좀 큰 것같고 어떤 건 약간 작아보입니다. 하지만 약간 큰 수치의 옷을 골라 계산을 하고 상점을 나갑니다. 비록 이 옷이 내 몸에 완전히 맞지 않고 약간 크더라도 만족스러워합니다. 부자가 아닌 이상 더도말고덜도말고 자신의 몸에 딱 맞춰 나오는 맞춤옷을 구입하기는 힘드니까요.
이 영화는 마치 기성복 느낌을 주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액션코미디영화입니다.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온갖 위험에서 벗어나면서 사랑에 빠지게되는 류의 영화말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준은 한 직장에 다니면서 살고있는 평범한 여자입니다. 그러다 동생 결혼식때문에 보스톤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다 멋진 남자 로이를 만나게 됩니다. 화장실에서 그와 뭔가 썸씽을 만드려고 꾸미고 나오자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챕니다. 승객과 조종사가 죽어있고 비행기는 추락하고 있었거든요. 정체를 모를 남자와의 만남 이후 평범하기 짝이 없었던 준의 생활은 180도 바뀌어버립니다.
이 영화의 기본 골격은 스릴러의 모양새를 띕니다. 로이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신종 연료전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에 빠져 누명이 씌워진 채 도망자 신분이 되었습니다. 그는 천재 엔지니어를 지키면서 악당들한테 이 전지가 넘어가지 않도록 애를 써야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그리 탄탄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의 제작진들은 내용을 탄탄하게 만들 의도가 없었다고 보는게 더 맞을 겁니다. 로이가 빠져버린 음모는 단지 로이와 준의 로맨스를 한층 달궈줄 양념에 불과하니까요.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로이보다는 준입니다. 이 영화의 주된 타겟은 남성보다는 여성입니다. 따분한 일생을 보내고 있는 여자들에게 남자와의 모험 로맨스는 갈증을 해결해 줄 사막 속의 오아시스처럼 보일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그저 쳇바퀴 속 다람쥐처럼 반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여자들한테는 멋진 남자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다는 것이 해보고 싶은 소원 중 하나일 겁니다.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런 까닭에 이 영화는 대부분 준의 시점과 행동에 초점이 맞추어있습니다. 비밀가옥에서 안토니오 일당에 잡히기 전 준이 수면제를 먹고 잠에 취해있을 때 거꾸로 매달려 있던 로이가 어떻게 탈출해서 준을 구출하고 스위스로 가는 기차에 타게되었는지 그 과정은 영화 상에선 나오지 않습니다. 로이가 어떤 마술을 부렸는지 준은 몽롱한 기억속에 알 수가 없죠. <본> 시리즈에서 주인공 본이 정부요원의 눈을 피해 탈출하는 지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반해, 이 영화는 비밀요원인 로이가 벌이는 활약을 하나같이 빼놓지 않고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저 준의 시각에 드러나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죠.
제목에서도 나와있다시피 Knight(기사)는 마치 흑기사를 연상케하는 제목입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 기사가 소품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로이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평범한 여인 준을 목숨을 걸고 지켜줍니다. 그냥 도망을 갈 수도 있지만 말이죠. 백마 탄 왕자님을 꿈꾸는 여자들한테는 이 로이는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활력을 찾아주는 존재입니다. 준은 처음에는 로이에게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마지막 준의 활약은 초중반 자신을 곁에서 지켜주었던 로이의 말과 행동을 모방하면서 능동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도 여자들한테 더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준과 로이가 세계 여기저기에서 벌이는 액션 볼거리입니다. 헐리우드 스타인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가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액션을 위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관객은 세계 여기저기에서 찍은 영상을 보고 즐기고 두 헐리우드 스타의(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활약을 지켜볼 뿐이죠.
이런 영화에 심오한 메시지나 탄탄한 내용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당연히 한숨을 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는 킬링타임용 팝콘무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