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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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제목인 "친정엄마"는 바로 결혼한 여자의 어머니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밑줄 쫘악 쳐야 할 단어는 바로 결혼입니다. 우리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의 어머니를 친정엄마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 아하~ 이 영화는 결혼한 딸과 그 어머니 이야기를 하겠구나라 예상할 것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의 내용이 딸과 어머니의 눈물겨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작년 가을쯤 개봉한 영화 <애자>와 유사하겠거니 생각해볼 수 있겠죠. 하지만, 단순히 딸과 엄마의 이야기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결혼한 딸과의 이야기를 그릴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아니요. 이 영화는 제목에서 보여준 것과는 달리 단순히 두루뭉실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영화는 제목과는 핀트가 맞지 않은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바로 주인공 지숙의 어린시절부터 그녀의 인생 일대기를 쭉 훝어가는 데, 이 내용이 차지하는 분량이 상당합니다. 딸 지숙이 어떤 일로 인해 친정엄마를 찾아오는 현재 사건을 보여주기 전에, 지숙이 결혼 전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 지내왔는지 시간순으로 구구절절 보여주는 것으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죠. 물론 이 과거내용은 과거 추억을 느끼게 해주며 딸 지숙과 엄마의 관계를 보여주긴 합니다만 이게 제목과는 잘 맞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마블코믹스사의 유명 만화를 원작으로한 <아이언맨>은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어떤 계기로 그 슈트를 제작하게 되었는지로 시작합니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 되는 이야기가 핵심 내용이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혹시 만약 이 영화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테러범에게 잡혀서 초기 아이언맨 슈트를 개발하게 되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토니 스타크의 어릴 적 이야기부터해서 대학교 시절과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군수산업에 들어간 계기 및 지금의 자리가 되기까지 벌어진 이야기로 주된 분량을 채워넣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물론 아이언맨이 되기 전의 이야기가 전혀 쓸데없는 이야기라 말할 순 없을 진 몰라도, 그 이야기에 목매다는 건 관객의 기대와 재미를 배신하는 일이 될 겁니다.
 이러한 일이 바로 이 <친정엄마>에게서 벌어지는 겁니다. 결혼한 딸과 친정엄마와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야 하지만, 정작 이 영화에서 결혼 이후의 이야기는 한쪽으로 밀려가버렸습니다. 위에도 말했다시피 결혼 전 과거 이야기는 분명 찡한 이야기이며 어머니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긴 합니다. 하지만 친정엄마라는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면 결혼한 딸과 그 어머니의 이야기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죠. 결혼 이후 딸과 어머니한테서 할 이야기가 없는 걸까요? 글쎄요.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때까지 아무 의미가 없었던 다른 가족의 일원이 되고 며느리라는 관계를 맺게 되면, 분명 그 전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가 많이 벌어지고 할 이야기꺼리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공중파 드라마(주말드라마나 일일드라마)를 봐도 그렇잖아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영화에선 그런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게 억지라고 쳐도 이상한 점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방송작가 고혜정의 "친정엄마와 2박3일"이고 각종 시놉시스와 홍보물에서 2박3일 데이트를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이 영화에서 그 데이트라는 장면 분량은 고작 20분 남직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내용은 주인공 지숙의 과거이야기입니다. 아니 그렇게 할 이야기가 없답니까? 두 주인공이 같이 길을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 <텐텐>이나 <레인맨>같은 영화를 보세요. 충분히 결혼한 딸과 친정엄마와의 2박3일 데이트로도 내용을 짤 수 있습니다.
 중심 이야기라 떠들어대던 2박3일 데이트 장면은 한참 후에야 등장하는데, 2박3일 데이트를 커다란 이야기로 삼되 액자식 구성으로 옛 엄마의 추억 장면이 등장하는 식으로 연출하는 게 더 좋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각 시대상과 맞지 않는 소품이 등장하는 옥의티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몇 가지를 들어보겠습니다. 지숙이 서울에 있는 전문대학에 합격하여 서울로 상경하는 장면에서 지금에서 볼 수 있는 샘소나이트같은 여행 캐리어가 등장하는데, 지금으로부터 대략 20 여년 전에 게다가 서울도 아닌 시골 구석에서 그런 여행캐리어가 있다는 게 이상합니다.
 또한 결혼 후 애기가 태어나고나서 남편이 카메라폰으로 애기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니 벌써 카메라폰이 등장하는건가요.
 그런 점외에도 가난때문에 딸을 서울로 보내기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지숙이 지내는 하숙방은 왜 이리 넓은 건가요? 보통 학교기숙사의 3배 가량은 되어보이는 집에서 지내는 것은 좀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친정엄마와 딸의 연기 밸런스가 상당히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김해숙의 명품연기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딸 역을 맡은 박진희는 솔직히 그 밸런스에 못 미쳤을 뿐더러 딸 역으로 썩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생각나는 영화가 바로 <애자>입니다. <애자>에서 김영애와 최강희가 엄마와 딸로 좋은 연기 호흡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이 점은 박진희의 연기뿐 아니라 외모와 옷차림, 분장도 한몫을 합니다. 시골 고등학생이 무슨 서울 부잣집 대학생같은 깨끗한 외모와 옷차림을 하고 나오는지 모를 지경이니까 말이죠. <킹콩을 들다>에서 시골 학생의 연기를 위해 이쁜 외모를 포기하고, 시컴한 얼굴 분장을 시도한 조안과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각 캐릭터에 걸맞는 모습으로 나오질 않고 마냥 스크린에서 이쁘게만 나오게하려고 하니 그 캐릭터에 공감이 되질 않았던 것이죠.
 사실 이런 면을 볼 때 친정엄마도 넘어갈 수 없는 점이 있긴 합니다. 우선 캐릭터의 성격이 갑자기 확 달라져 위화감이 느껴지는 점입니다.
옛적 게다가 시골에서의 어머니 모습은 이랬습니다. 당신은 가장인 아버지에게 큰소리 내지 못했지만 자식문제에서만큼은 자신의 소리를 내시고자 하셨고, 입는 것 먹는 것 아껴가면서 자식에게 더 하나 먹이려하고 입히려 하셨습니다. 딱 현모양처의 모습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영화에는 엄마 캐릭터가 이랬습니다. 그러다 어느순간부터 캐릭터 성격이 확 달라집니다. 아버지를 휘어잡고 집안에서 큰소리를 내는 여장부로 돌변해버립니다.
 이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설정이 보입니다. 우선 집안 차이때문에 남자 집안의 반대를 무릅쓴 결혼에서 시어머니의 모습은 사라지고 친정엄마가 떡하니 그 집안에 버티고 있을 수가 있죠? 그런 결혼이후라면 친정엄마는 시어머니때문에 자신의 딸 집에 갈 수도 없을 겁니다.

 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힘을 불어넣고 있는 건 바로 김해숙의 훌륭한 연기덕분입니다. 그나마 이 연기때문에 이 영화가 산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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