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 Bestsell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우리나라 음식 중에 바로 "비빔밥"이란 음식이 있습니다. 밥에 온갖 나물에 고기, 계란 등을 넣은 후 고추장(간혹 간장)에 비벼 먹는 음식이죠. (물론 지역이나 음식점마다 다른 것들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반찬거리를 밥에 한꺼번에 넣어 비벼먹는 비빔밥은 우리 나라만의 요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음식이죠.
 뜬금없이 비빔밥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이 <베스트셀러>라는 영화에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존에 봐왔던 여러 영화들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들로 뒤범벅이 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거기다가 장르 또한 짬뽕이 되어 있는데 3가지 정도(뭐 혹은 2개의) 장르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이죠.

 자신의 베스트셀러가 표절이라는 혐의를 받으면서 베이츠 저택에서 신작 소설을 집필하기 까지의 부분은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마냥 한국공포영화 특유의 시끄러운 효과음과 뭐가 튀어나올 것이다라 예고하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이 베이츠 저택이나 그 저택에서의 분위기는 <장화, 홍련>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느낌을 안 받을 수가 없을 지경이에요. 사실 이 부분에선 몇몇 수작을 제외한 완성도가 낮은 여러 한국공포영화를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세트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긴장과 공포를 안겨주는 연출도 부족한 감이 들고 게다가 반전 또한 지금에선 식상한 것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저택에서 "심연"이라는 소설을 집필하여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나서 장르가 살짝 바뀝니다. 공포에서 스릴러로 바뀌면서 첫 부분에서 얼핏 등장할 것처럼 보여주었던 귀신은 슬그머니 들어가고 이때까지의 내용에 의심을 부르는 내용이 전개가 됩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드러나는 반전이 비록 예측 가능한 반전이긴 하나 꽤 괜찮았습니다. 주인공 희수(엄정화)를 둘러싸고 어느 게 진실이고 거짓인지, 어느 내용이 현실이고 환상인지 물음표를 던져넣으면서 내용에 몰입하고 집중하도록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희수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다시 베이츠 저택으로 돌아가는 부분에서 벌어지는 내용이 제일 맘에 들었습니다. 중간에 희수랑 상관이 없는데 대체 왜 등장하는 지 알 수 없었던 두 인물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그 저택에 있었던 과거의 살인 사건의 결말이 드러나는 부분과 함께 불운한 4명의 사내와 희수가 벌이는 고생담이 꽤 볼만했으니까요. 앞부분 내용에 비해서 꽤 있음직한 현실성도 있을 뿐더러 사실 이 부분에서 상당히 긴장감이나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차라리 이 부분에 좀 더 집중해서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같다는 아쉬움까지 들었습니다. 괜히 표절이나 귀신을 들먹거리지 말고, 과거 살인 사건을 완전히 처리하기 위해 베이츠 저택을 찾아온 4명의 사내와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우연히 찾아온 희수와의  한판 대결에 집중을 했다면, 묵직한 한방을 보여준 <추격자>류의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하고 말입니다.

 이 영화는 반전도 있고 과거의 사건도 얽혀있을 정도로 내용이 간단명료하진 않는데, 시나리오 자체가 그리 썩 탄탄한 편은 아니에요. 마치 표절을 중심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냥 홍보를 해댔지만, 정작 표절이 이 영화의 중심 내용은 아니여서 어리둥절하기도 했어요. 아니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희수의 표절 의혹, 특히 두 번째 소설의 표절 의혹엔 그다지 의문을 던지지 않아요. 딸 연희에게 이야기를 듣고 소설을 집필했다 생각하는 희수는 계속 딸 연희가 살아있다라고 주장을 하고, 남편 영준은 딸 연희가 살아있다고 주장하는 아내 희수를 병원에 입원시키려 할 뿐이죠.
 영화 속 등장인물이 내뱉는 대사와 내용이 정교하게 연결이 되어있지 않을 뿐더러 중간 설명도 부족한 구석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이런 부분은 심각합니다. 마치 첫 부분과 비슷한 장면을 연출하여 지금까지의 내용이 전부 머리속 상상인 것처럼 보여주는데 마지막 전 장면들을 살펴보면 이렇게 여기는 근거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감독의 무리한 반전 아닌 반전이 오히려 물을 흘리는 격이 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장르 영화인 것처럼 포장을 했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있는게 사실이고 정작 묵직하게 장르를 밀어붙이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지루할 정도는 아니었다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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