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 Gam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혹시 '레인보우 식스', '테이큰 다운', '서든 어택' 이란 게임을 아시나요?
이 게임의 공통점은 바로 FPS(First-Person Shooter):1인칭 슈팅 게임이라는 거죠. 이 영화의 소재는 바로 이 FPS 게임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전 FPS 게임이 가상의 캐릭터를 조종했다면 이 영화는 그보다 한차원 달라져 사형수와 무기징역수들인 진짜 사람을 조종한다는 설정을 깔고 있습니다. 실제 사람을 조종하여 게임을 하게 된다면??
어찌 보면 사람의 인권과 관련해 무시무시한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윤리적인 면을 떠나서 그런 기술이 미래엔 가능할까요? 사람을 조종하는 마인드 콘트롤이 분명히 지금의 현실에선 불가능한 기술이지만 미래에선 가능할 지도 모르죠. 혹은 불가능할 수도 있고요. 

 

  이 마인드 콘트롤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집어넣은 기술이 바로 나노 기술인데, 사람의 머리 속에 나노셸을 주입하면 이 나노셸의 자가복제를 통해 그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한창 각광을 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 나노 기술(Nano-Technology)이기 때문에 영화상에서 가져왔겠지만, 사실 각본가가 나노 기술 용어에 대해 어느 정도라도 알고 있다면 용어를 안일하게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가령, "나노셸"이라는 용어가 흰자가 얇은 계란 모양의 구조를 지닌 나노물질을 뜻하는 용어인데, 본 영화에서는 이게 무슨 인공지능이나 만능로봇같은 걸 의미하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죠. 과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한텐 생소한 단어이니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법하겠지만. (자세한 설명은 맨밑에 달아놉니다.) 하지만 그런 자가복제를 통해 마인드 콘트롤을 설명하려면 나노 기술보단 생명 과학 기술을 언급하는 게 더 적절했습니다.

뭐, 한발짝 물러나서 나노셸로 마인드 콘트롤을 할 수 있다고 하죠. 하지만 영화는 마인드 콘트롤 시스템의 설정을 제대로 구축하지도 못했고 이를 그럴 듯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도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에 또 다시 봉착합니다.
가령, 나노셸때문에 게이머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고 하면, 주인공은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죄수 케이블이 아니라 그 죄수를 조종하는 게이머 사이몬이 되어야합니다. 우수한 신체조건보단 누가 조종하느냐가 게임의 승패를 결정하니까 말이죠.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동일한 테란의 마린이라하더라도 누가 조종하느냐에 따라 저그 럴커가 오면 피해야만 하는 허약한 마린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럴커를 잡아버리는 슈퍼마린이 될 수 있습니다.  케이블이 승승장구하며 살아남은 건 사이몬이 뛰어나게 게임을 잘 해서 그런 것일뿐 케이블의 의지와는 무관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마치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케이블을 주인공으로 삼아 '슬레이어즈' 게임의 황태자인양 묘사해버립니다. (사실 일정 수의 게임에 죽지 않고 승리하면 풀어주겠다는 설정은 <데쓰 레이쓰>와 너무나 유사합니다. ) 또한 영화속 게임 '슬레이어즈'의 룰도  마음대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기본적인 골격은 케이블에 누명을 씌워 감옥에 보낸 자를 추적하고 그 음모를 박살낸다는 스릴러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너무나 헐거워요. 예를 들어, 케이블이 실험 대상이 되어 마인드 콘트롤을 당해 사람을 죽인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감옥에 들어갔다는 것이고, 비밀단체가 케이블에게서 그 정보를 빼내려고 했다는데, 그 비밀단체는 어디서 케이블에 대한 정보를 알게되었으며, 음모의 핵심인 켄 케슬 사장은 왜 케이블을 자살하게해 입을 막아버리지 않고 위험천만하게 감옥에 보낸 것인지 등등 전체적으로 이야기고리가 탄탄하지가 않아요. 게다가 마지막 켄 케슬 사장이 죽고나서 그전엔 회사의 비밀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던 부하 직원들이 군소리없이 물러난 것이나 케이블이 나노셸을 없애달라고하자 순순히 없애준 결말은 어이없기만 하죠.
또한, 등장인물도 전체 스토리에서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있기보다는 단편적으로 등장시켜버린 감이 있어서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감독의 전작이 <아드레날린24>인 걸 보면 차라리 스릴러보단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단순화시키고 액션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게 좋지 않았나 싶네요. 초반 게임 장면은 꽤 볼만했거든요.


(바로 이 FPS게임을 보는 듯한 장면은 좋았습니다.)

- 제작비가 2000만불이 채 되지도 않은 영화를 국내 개봉 당시엔 마치 블록버스터인 것마냥 홍보를 했었죠. 우리나라 관객이 블록버스터 영화에 빠져있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솔직히 그런 홍보는 자제했으면 합니다.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하고간 관객에게 욕먹기 딱이잖아요. 그래도 북미에선 제작비 이상을 벌였다네요.
- 리뷰를 작성하다 갑자기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인간과 유사한 안드로이드를 조종하는 전쟁게임 '슬레이어즈'에서 승승장구를 보이는 게이머 사이몬이 게임을 하던 중 자신이 조종하는 안드로이드가 로봇이 아니라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 음모를 파헤칩니다. 자신의 뛰어난 컴퓨터 실력으로 해킹을 해보니, 범죄율로 감옥에 죄수가 넘쳐나고 유지비가 엄청나게 들어가자 정부가 '슬레이어즈'게임을 개발한 기업과 결탁하여 문제가 되는 죄수들을 없애고 게임 기반 비용을 줄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거죠. 제목처럼 게이머 사이몬이 주인공인 이야기로요.

- 영화에서 언급한 나노 기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볼까요? 일단 나노라는 단위는 10의 (-9)승 미터로 눈으론 아예 볼 수도 없을 정도로 아주 작은 크기입니다. 그래서 일반 (광학)현미경으로도 보이지가 않는데, 이는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작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보통 나노 입자는 1에서 100 nm까지의 크기를 지닌 입자를 말하는데, 이 나노 기술은 나노 물질의 합성과 성질 규명, 그리고 응용에 이르기까지 나노 물질과 관련된 전반적인 기술을 말합니다.

- 영화에서 언급이 된 나노셸(Nanoshell)은 실리카같은 유전체위에 금속 셸이 얇게 싸인 구형 구조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노른자를 얇게 흰자가 싸고있는 계란같은 구조입니다. 과학계에 자주 등장하는 나노셸로는 골드 나노셸(Gold Nanoshell)이 있는데, 이는 금이 나노 크기로 줄어들게 되면서 Surface Plason Resonance라고 일컬어지는 독특한 성질을 띄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금이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성질을 말하는데, 보통의 금 구형입자가 520 nm근방의 빛을 흡수하는데 반해 이 골드 나노셸은 장파장인 근적외선(Near-IR)의 빛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면 우리의 몸을 영상화(Biomedical Imaging)을 하거나 암세포를 죽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 나노셸이라는 것은 단순히 흰자가 얇은 계란 모양의 구조를 뜻하는 용어이지, 영화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무슨 인공지능이나 만능로봇같은 것을 뜻하는게 아닙니다. 이는 마치 나무막대기를 잘개 부수어 먹으면, 그게 몸 속을 돌아다니며 알아서 병원균이나 암세포를 없애준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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