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바이 : Good&Bye - Good&By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의 시작은 전혀 예상치못하게 코믹하게 진행이 됩니다.
이 영화의 처음에 다짜고짜 주인공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가 직접 '납관(염습)' 일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는 앳된 얼굴의 소녀에게서 예상치 못한 '그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나서 이 영화의 제목이 뜨고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데, 사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셈이죠.(중반 이후 따로 떼어 배치된 초반 장면을 다시금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시작을 전체적인 이야기 중 극히 일부분만 따로 떼어 초반에 배치한 이유가 무었일지 궁금해졌어요. 영화쪽엔 거의 문외한이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문득 이런 상황이 떠올랐어요.  
긴장때문에 몸이 굳어있는 사람한테 긴장을 풀어주려고 농담을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잔잔하면서 진지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는 저에게 그 딱딱함을 풀어주기 위해선 이 코믹스러운  장면이 딱이었죠. (이게 이런 영화였나 싶을 정도로 약간 의외였지만 그 장면 이후 이 영화의 이야기에 무난히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도쿄에서 오케스트라 첼리스트로 일을 하던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입니다. 남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자신은 몰랐던 악단 해체로 인해 그는 도쿄에 남기보다는 어머니가 남겨준 집이 있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게 돼요. 게다가 그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비싼 첼로를 구입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때문에 도쿄에는 남기가 힘들었거든요. 그런 그가 직업을 구하기 위해 구인광고를 보던 중 우연히 한 광고가 눈에 띄었는데 바로 '납관(염습)'일을 하는 NK에이전트라는 회사에서 낸 광고였습니다.

 이 '납관'이 이 영화의 주된 소재인데, 이는 시신을 닦고 수의를 입히는 일을 일컫는 말이에요. 이를  일본에서는 '납관'이라고 부르지만 우리 한국에서는 '염습'이라고 부르죠. (자막에선 '납관'이라고 표시가 되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죽게 되며, 이 '염습'이라는 건 산 자가 죽은 자를 배웅하는 과정인 동시에 죽음과 삶의 소통인 것이죠. 
이 영화에선 죽음과 삶, 산자와 죽은자, 그리고 현대와 전통과 같은 반대적인 이미지의 것들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서로 상충하고 충돌하는 게 아니라 소통을 통해 결국 조화를 이루며 수렴해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다이고는 대도시 도쿄에서 한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였습니다.  첼리스트라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업인 동시에 현대적인 이미지를 보이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죠. 그에 반해 이쿠에이는 한적한 시골에서 오랫동안 염습일을 해온 베테랑 납관사입니다. 이 납관사라는 직업은 시신을 직접 다뤄야하는 일이다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불결한 직종로 여기거나 하찮게 보는 직업으로 여겨져왔어요. (그러다보니 일본에서도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고 해요.) 
어찌보면 다이고는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또는 현대 지식인)을 상징하는 반면 베테랑 납관사인 이쿠에이는 다이고랑 반대의 연장선에 서있는 사람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에요. 그러기에 이 둘은 처음 만날 때부터 서로 불조화가 발생해요.
가령, 깐깐한 면접을 예상하고 긴장을 하고 온 다이고에게 이쿠에이는 질문 하나만 던지고선 무턱대고 합격이라고 해버리죠.
또한 다이고가 NK 에이전트에서 처음 출근해서 따라간 일이 바로 죽은 채 며칠이 지나버린 독고노인을 '납관'하는 일이었는데 거기서 다이고는 제일 크게 혼이 납니다. 사실 이런 일은 우리의 현실에서 비일비재합니다. 오랫동안 시골에서 옛 전통과 가치관을 고수해온 어르신이 대도시에서 살아간다면 분명 처음엔 여러모로 충돌이 발생할 것이고, 반대로 대도시에서 현대적인 가치관으로 살아온 청년이 시골로 가게되는 경우도 그럴 것이라 예상할 수 있죠. 



하지만 그 부조화에서 끝이 나버리는 게 아니라 하나의 사건을 통해 서로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게 참 따뜻했어요.
'납관'이라는 일에 선입견을 지니고 있던 다이고가 자신의 생각을 달리 품게 된 계기는 두 번째로 따라간 일인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지, 그리고 할머니인 여성을 이쿠에이가 염습을 하는 걸 직접 보면서였습니다. 이 장면에서 다키타 요지로 감독은 이쿠에이가  납관일을 하는 장면과 그걸 지켜보는 다이고의 얼굴,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그 가족들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는데, 다이고의 심경의 변화를 느끼기엔 충분했어요.  
 

아마 이전에는 다이고는 납관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잘 알지 못한 채 염습에 대해 안좋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죽은 이를 배웅하는 베테랑 납관사의 진지한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하면서 일본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온 직업인 납관사의 길을 밟게 되죠. (왠지 이를 보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연출은 뒷 부분에서도 등장해요. 남편 다이고의 친구의 어머니이자 목욕탕을 운영하셨던 아주머니의 염습 장면이 바로 그것이죠. 다이고가 염습을 하는 장면과 미카와 친구 가족이 이를 지켜보는 장면을 번갈아 보여주고 있거든요. 여기서 납관사라는 직업에 반대하는 아내 미카는(그리고 친구까지) 남편 다이고가 염습하는 걸 지켜보면서 자신이 전에 가지고 있던 납관사의 선입견을 버리게 돼요. 그 결과 남편 다이고가 자신의 아버지를 염습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남들 앞에서 떳떳하게 남편의 직업을 말하게 되었죠.

 이 영화에선 먹는 장면이 참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먹거리들은 하나같이 죽은 것들입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치킨이나 복어의 정자 주머니를 먹으면서 죽은 것들에게는 참 미안스럽게도 맛있다라는 대사가 찡하게 마음 속에 와닿은 이유는 바로 우리의 삶 속에서 알게모르게 죽은 것과 서로 교통을 하기 때문이에요. 과학 시간을 통해 하나의 동물이 죽게 되면 먹이피라미드의 위의 단계에 있는 생명체의 영양분으로 흡수가 이루어지고 최종에는 땅 속의 영양분으로 변해 다시 식물한테 돌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우리는 알고 있어요. 

또한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음악이에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히사이시 조가 이 영화의 음악을 맡아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고 있는데, 이 영화의 내용과 잘 어울리면서 더욱 그 감동이 배가 되었어요.  

 시놉시스를 읽어보면 납관사라는 직업을 놓지않으려는 다이고와 그 직업을 유지하는 걸 반대하는 아내 미카 및 친구의 갈등이 일어나는 것처럼 적혀있지만 실제 그 갈등은 이 영화에선 잘 나오지 않을 뿐더러 중요한 것도 아니에요. 미카가 다이고를 내버려두고 친가로 돌아가지만  얼마 후 다시 되돌아오거든요. 그에 반해 다이고와 아버지간의 갈등이 더 깊어요. 다이고는 어머니를 버리고 딴 여자랑 눈이 맞아 집을 나간 아버지를 미워해요. 이 영화에선 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잘 말해주고 있지 않아 자세한 사정은 알 수는 없지만 같은 회사에 일하고 있는 여직원을 통해 아버지의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어요. 미안함때문에 자식을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지냈던 여직원의 입을 통해 다이고의 아버지 또한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그걸 보여주는 게 아버지 시신을 염습하는 도중 아버지 손에 쥐고 있던 돌이 아닐까요?  그 돌은 다이고가 어릴 적 아버지와 서로 교환했던 돌이었으니까요. 그 돌을 봄으로 인해 다이고는 그동안 품었던 아버지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찡하게 다가왔어요. 만약 미카의 말대로 납관사의 길을 접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랬다면 아버지 손에 쥐고 있던 그 돌을 확인할 수 없었을 테고 죽을 때까지 자신을 버렸다며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을까요?

 흠이라면 다이고가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직접 '납관'을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 코가 벌렁벌렁 대는 장면을 들 수 있겠군요. 시체 연기가 쉬운 일이 아닌지라 이해는 가지만 그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에서 코가 벌렁대니 약간 감흥이 떨어진다고 할까나.

- 주인공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의 아버지 역을 맡은 중견배우 미네기시 도오루가 영화 개봉 직전 10월 11일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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