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둠즈데이북 1~2 세트 - 전2권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한 사람의 하루를 영화로 그려낸다고 상상해봅시다.

카메라가 그 사람의 눈인 것처럼, 그 사람이 보고 들은 바를 아무 삭제없이 24시간 찍었다면 과연 재미가 있을까요? 주요 사건이나 갈등이 있는 부분은 세밀하게 묘사하되, 그렇지 않은 소소한 것들 (양치질, 눈감고 잠자는 것 등등)은 과감히 빼버리는게 나을까요?

 

이 책은 2054년의 역사학도의 시간 여행을 다룬 SF소설입니다.어떻게 시간여행이 가능한지는 뒤로 하고, 어떤 방식으로 시간여행을 하는지 어떤 설정이 있는지는 알려줘야 할 겁니다.

여주인공 키브린은 녹음기와 통역기를 달고 과거 중세로 날라갔습니다. 말을 하면 통역기가 알아서 중세영어로 번역해서 말을 하고, 귀로 들리는 소리를 통역기가 통역해서 들려준다고 합니다. 근데 이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건지 묘사하고 있지 않아서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키브린이 자기가 병에 걸려 통역기가 고장이 났다고 생각하는 걸로 봐서 통역기가 단순히 귀에 꼽아서 사용하는 장치가 아니라 생체와 뭔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 형태인 것으로 추측해보는데, 대체 이게 무슨 방식이죠? 왜냐하면 초반 키브린이 중세 사람들이 하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되게 들린다고 묘사를 하고 있고, 또한 키브린의 현대 영어가 중세영어로 통역되어 나가지 않는다고 저자는 적어놓았거든요.

과거로의 시간여행의 맹점은 과거를 의도치않게 영향을 줌으로써 현재,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지금의 한국 역사학자가 고려시대, 조선시대로 날라가서 선조들의 삶을 보고 돌아온다는 건 역사학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매력적일 수 있겠지만, 자칫하면 자신의 현재를 통채로 바꿔버릴 수 있는 엄청난 위험을 가지고 있는 거에요. 원래 과거에선 죽었어야하는 한 인물을 의학 지식을 동원해서 살리거나 한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역사학 학생을 단독으로 혼자 보낸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설정인지. 그걸 단순히 학교 교수들이 결정할 권리가 있는 걸까요?

 

소설의 시간대는 2054년, 미래이지만 (시간여행이 가능한 때였기에),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들로는 200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게 또한 한계라고 할 수 있겠죠. 2054년에도 두루마기 휴지를 여전히 사용하고, 지금의 자동차나 택시가 운행을 할까요?

 

여학생을 네트를 통해 과거로 보내놓고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는데, 역학조사를 하고 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막는 과정이 딱히 그럴 듯하게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긴박하게 돌아가야할 상황이 전혀 그렇지 않게 보이는 점이 지루하게 만드는 점입니다. 바이러스가 감염된 환자가 발생하여 영국 한 지역이 격리가 되었다고 하는데, 정부기관에서는 크리스마스 때를 맞아 직원들이 휴가를 떠난 것으로 묘사한다든가 격리지역으로 들어오는 건 제지를 하지 않는다든가 등등 뭔가 아귀가 안맞는 것 같지 않습니까?

 

쓸데없는 대화나 묘사가 많은 점도 흡입력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가령, 처음 기술자인 바드리가 갑자기 쓰러지기는 챕터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시작인데 그러기까지 너무 군데더기가 많아요. 쓸데없이 인트로가 긴 듯한 느낌이죠. 그리고 바드리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계속 중얼거리면서 뭐가 잘못되었는지는 말은 하지 않고 딴소리를 하는 장면들은 너무 답답하기 짝이 없죠.

 

중세로 돌아갔을 때는 차라리 원문 영어 표현도 같이 표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언어적 한계도 큰 것같습니다. 또한 괴사적이니 간부니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로 번역을 해놓은 점도 차라리 원문도 같이 적어놓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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