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매장의 비밀 - 고객을 끌어모으는 매장 관리의 62가지 원칙
후쿠다 히로히데 지음, 이철우.백인수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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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을 매장안쪽까지 유도하는 세 가지 방법은 조명과 디스플레이 그리고 영상이나 음향을 이용하는 것이다. 조명을 매장 입구보다 안쪽을 밝게 하면, 특히 천장과 벽이 맞닿는 부분을 주변보다 밝게 하면 고객은 매장 전체가 밝다고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고객의 회유성이 향상된다. 작은 매장이라고, 손님이 찾지 않는다고 자포자기하지 말고 내 매장을 다시 둘러보자. 조명은 어떤가? 디스플레이는?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는가?

 

  진열된 상품의 높이 80~120센티미터가 ‘골든 스페이스’다.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이 자리를 차지한다. 또 고객은 약 180센티미터 이상의 높이에 놓은 상품은 포스터나 간판 등과 같은 이미지로 받아들인다. 그 위엔 뭐 놓지 말고 놓더라도 간판이겠거니 해야 한다.

 

  돈 들이지 않고 상품 진열방법이나 디스플레이를 변경하여 고객을 끌어모으고 매출을 늘일 수 있는 방법 알려주겠다고 한다면 당신은 얼만큼이나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겠는가? 이 책은 일본의 ‘비주얼 머천다이징 디렉터’가 쓴 글을 우리나라 유통전문가가 발견하여 소개하고 있는 한 권의 ‘매장전략 기초입문서’다.

 

  옮긴이는 자신의 오랜 유통업경험을 바탕으로 ‘한눈에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잘 정리한 책’이라고 이 책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은 ‘유통업에 몸담고 있지만 매장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관리자나 매장을 처음 창업하여 운영하는 사람, 판매 경험은 있으나 아직 매장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판매 직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책의 제목이 주는 뉘앙스는 ‘끌리는’이라는 수식어에 무게가 있다. 저자의 주장은 이 책이 언급하고 있는 것들이 ‘반드시 성공하는’ 매장전략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책에 나와 있는 62가지 원칙을 고스란히 지켰는데도 성공못하면 책임질테니 잔말말고 따라와라하고 겁을 주지도 않는다. 대박을 꿈꾸지도 말고 없는 매출을 거저 바라지도 말라는 느낌, 그저 원칙으로 돌아가 지금 자신의 매장을 꼼꼼히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혹시 그 안에 이런 비밀이 있었다면 다시 챙겨보라는 배려의 마음씀씀이가 보기 좋다.

 

  비주얼 머천다이징 디렉터라는 직업이 있는가보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알고나면 매장을 열거나 관리하거나 방문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음식점에서 식사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상권을 분석하고 습관적으로 서비스 평점을 주는 경제인들에겐 친구처럼 훌륭한 기본기가 될 책인 것같아 이쁘다.

 

  단점이라면 저자가 말하는 62가지 원칙이 누구를 위하고 언제 필요한 것인지 다소 모호하다는 점이다. 골목의 로드샵을 위한 충고인지 대형 할인매장 매니저를 위한 조언인지, 또는 판매할 상품을 정하기 전인지 팔다가 실패해서 좌절한 뒤끝인지 애매하다. 만약 독자가 절박함 속에 있는 상황이라면 이 지나친 원칙의 일반화와 다소 반복적인 식상함이 약간은 야속하게 느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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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학 콘서트 3 : 왜 회사는 연봉부터 깎을까? - 고정비와 변동비의 비밀 회계학 콘서트
하야시 아츠무 지음, 박종민 옮김, 홍종팔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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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하야시 아츠무의 회계학콘서트 제3권이다. 회계학콘서트1, 2에서는 ‘회계는 눈속임그림과 같아서 결산 수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되며’, ‘회계정보를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는 힘(회계 리터러시)이 중요함’을 설명했었다고 한다.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1, 2권을 펼쳤던 그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도난으로 발발한 세계금융위기를 지켜보며 다시 의문을 갖게 되어 3권의 이야기를 이었는데, 리먼브러더스는 도산 직전 기에 4조원이 넘는 이익을 계상하고 있었다고 하니 그의 의문점은 곧 대중의 의문점과 같은 맥락에서 출발하고 있다.

 

  1990년 일본의 장기불황, 잃어버린 10년을 대처한다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비정규직화하고 파견사원을 돌연 해고하는 사태가 속출했던 과정을 겪으며, 고정비를 변동비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본 기업의 체질을 악화시키고 말았다는 반성과 이 의문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이 이 책의 집필의도가 되었다.

 

  책의 주제는 ‘변동비와 고정비를 제대로 알고 회계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로 요약할 수 있는데 기업인수에 얽힌 회계계수의 함정을 탐정이 사건 수사하듯이 풀어가는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롭다. 수십년간 적자없던 우량기업을 갑자기 헐값에 팔겠다고 나선 와중에 10개의 임대점포에 연결된 ‘제품리스와 자산손상 처리’의 문제를 찾아내 회계의 기본을 깨우치는 구성은, 지루하기만한 회계이론을 편안한 드라마 안방에 누워 구경하듯이 편안하고 공감도 높게 알려내고 있다. 표면적인 회계이론에 현혹되지 않는 ‘참된 회계능력’을 습득하는 일이 경영자의 선결과제라는 심오한 메시지가 드라마같은 이야기로 펼쳐진다.

 

  스토리텔링은 이렇게 시작한다. ‘회계학 콘서트 시리즈의 주인공인 야부키 유키는 부하 직원인 하야시다 고스케와 기무라를 지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런 때에 또다시 한나에 위기가 닥칩니다.’......

 

  이야기의 대강은 이렇다. 한나어패럴이 6개월내에 15억엔을 갚지않으면 부도처리하겠다는 거래은행의 통첩을 받는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사장 유키는 임원회의를 소집한다. 임원회의는 사토미 회장이 심어놓은 조카 마사루와 창업공신들간의 의견대립이 극심하다. 마사루는 사사건건 하야시다를 무시하고 사장인 유키를 깎아내린다.

 

  자만의 화신 마사루가 내놓는 대안은 감원과 M&A였다. 마사루의 제안으로 M&A를 고민하게 되는 유키는 사토미 회장 때부터의 멘토인 아즈미를 찾아가 자문을 구한다. 알듯말듯한 힌트를 남기고는 유키 스스로 문제의 해결을 바란 아즈미는 유키 몰래 찾아온 한나의 임원과 경리과장에게 세 가지의 힌트를 제공한다. ‘전어와 참다랑어 뱃살, 어느 쪽이 더 돈벌이가 될까?’ 또는 ‘토끼는 왜 거북이보다 빠를까?’

 

  회계문제의 기본과 본질을 유키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회사의 본질인 이익이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대해 답을 얻는다. “이익은 첫째 업적을 측정하는 지표이고, 둘재 예측 불가능한 미래 위험에 대한 준비이고, 셋째 미래에 투자를 위해 쌓아놓은 내부유보이고, 넷째 종업원의 생활을 보장하는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행 본점에서 채무심사를 위해 파견나온 인사에게 유키가 남긴 말이다.

 

  3개월간의 고군분투에도 유키는 상환자금을 다 마련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유키의 깨우침은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것임을 암시한다. 책읽은 뒷맛이 약간 허전하다. 제목이 선택한 상업적인 유혹때문일까? 제목 이렇게 뽑은 걸 보면 때는 때인가보다. 곳곳이 연봉협상의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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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와 수수께끼 - 실리콘밸리 기업가의 성공하는 삶을 위한 아주 특별한 가르침
랜디 코미사 지음, 신철호 옮김 / 럭스미디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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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길’에서 저자 랜디 코미사는 오토바이로 미얀마를 여행하던 중에 스님한분을 어느 고찰에 데려다 주었다가 그곳에서 고승으로부터 수수께끼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 ‘1미터 아래로 계란을 떨어뜨려 깨뜨리지 않는 방법은?’ 먼 길을 태우고 간 그에게 다시 원래있던 곳에 데려다 달라는 염치불구한 스님덕분에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야경을 만나며 목적이 아닌 과정에서 얻는 황홀한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어느 날, 스코틀랜드의 인적 끊긴 길에서 전깃불처럼 스쳐가는 확신으로 그 해답을 찾는다. “여행이란 주어진 보상 그 자체이다. 다른 건 아무 것도 없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그게 끝일 뿐이다. 만약 계란을 1미터 아래로 떨어뜨리면서 깨뜨리지 않으려면 거리를 1.5미터로 늘리면 된다.”

 

  랜디 코미사는 창의적인 삶을 좇아 실리콘밸리를 종횡무진 누비는 창업전도사이며 가상의 CEO, ‘버츄얼CEO’다. 그에게 지인의 소개로 찾아온 재기넘치는 젊은이 레니가 나타나며 이야기가 열린다. 첫 장의 원어제목은 ‘The Pitch’인데 이 용어에는 ‘팔아먹으려고 늘어놓는 끊질긴 권유’라는 뜻이 들어있다. 레니가 랜디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딱 팔아먹으려고 늘어지는 모습이었다.

 

  랜디는 철부지 젊은이의 굽힐 줄 모르는 의지에 반하면서도 사업하는 사람의 기본은 그게 아니라고 호감을 절제한다. 레니를 평가하는 부분을 보자. ‘사업을 시작하려면 그 정도(열정, 의지)는 기본이다.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약간 비이성적이고 분석이 불가능할 만큼 열정적이어야 한다. 사업에 대해 의심이 들더라도 믿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레니는 집착을 향해 가도록 세팅된 자동장치 같았다.’

 

  레니와 그의 동업자를 만나며 저자는 ‘의욕drive과 열정passion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음을 지적한다. 열정과 의욕은 전혀 다른다. 의욕drive은 인생에서 당장 해야하는 것, 혹은 의무와 같은 걸 의미하며 열정passion은 진정 자신의 내면이 원하는 걸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주고받는 메일이 섬세하며 날카롭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와 창의적인 개발자들 사이에서 수많은 가교가 되었던 그의 경험과 지혜와 안목이 책 여기저기에 펼져져 있다.

 

  레니의 사업아이템은 인터넷 장례사업이다. Funerals.com, 이 평생을 바쳐도 좋을 만한 사업을 레니가 ‘돈이 되는 황금사업’이라며 달려들고 있을 때, 랜디는 차분하게 이들의 아이디어를 정의한다. ‘이 사업은 총체적인 인생설계사업이며 이 아이디어는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관한 사업 내용이다’라고.

 

  레니의 가능성에 끌려 퓨너럴닷컴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는 이 실리콘밸리의 철학자는 조언과정에서 실리콘밸리의 생리와 그곳 사람들의 특성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거나 없애기 위해 위험수위를 조절하기보다는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실패는 성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업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는 세월을 보내면서 사업이라는 게 돈을 버는 일이 아닌, 창의력을 펼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마치 회화나 조각처럼 스프레드시트보다 캔버스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의 개성과 예술성을 보여 줄 분야라고 말이다. 왜냐고? 사업의 핵심은 변화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기술“에서는 리더의 세 가지 유형을 개에 비유하여 설명하는데 첫째가 비전을 제시하고 일관성있게 팀을 꾸려나가는 레트리버, 둘째가 시장의 냄새를 밑고 기업입지를 다질 브러드하운드, 그리고 셋째는 일관성과 결단성, 책임감을 두루 갖춘 허스키가 그것이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전문가들이라면 ‘누구나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며 바로 벤처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단계별 대표의 세 유형인 것이다.

 

  단순한 돈벌이에서 생의 총체적 설계사업으로 정의를 새롭게 한 젊은이에게 랜디 코미사가 던지는 화두는 첫머리에서 고승이 그에게 던져 25년만에 답을 찾게 된 그 무엇과 크게 다르지 않다. 랜디는 사업의 중심에 항상 사람이 있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답은 지름길 너머에 있다.

 

  그가 생각하는 리더는 ‘사람들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위대해질 수 있도록 자극을 주며,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그의 임무는 그 일을 ‘그런 리더에게 맡기고, 조화롭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안철수교수가 추천하였고 부록으로 안철수 교수의 KAIST강의록이 첨부되어 있다. 이 시대 청년들에게 전하는 13가지 조언이 제대로 의미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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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약속, 그 모든 미친 짓들에 대한 예찬
크리스티안 생제르 지음, 홍은주 옮김 / 다른세상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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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가이자 휴머니스트 영성가로 명성이 높은 크리스티안 생제르의 결혼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담은 글이 모여 170쪽 분량의 작은 위로의 책이 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연인들에게는 등대가 되고 이미 결혼하여 격랑에 돛단배 나아가듯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는 부부에게는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고 항로를 고쳐잡는 나침반이 될 책이다.

책 표지에 결혼은 돌아올 차표없이 떠나는 여행이라는 등, 큰 활자로 색인된 글들은 저자의 주장이 아니라 결혼에 대한 일반인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저자는 그 ‘돌아오는 차표없이 떠난’ 인생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딛고 선 유일한 바위’라고 말하고 있다.

 

  결혼은 ‘명예를 건 의무’이다. 그렇지만 감히 어느 누구도 세상의 부부들에게 돌아올 차표없는 여행이라느니 권태도 맛보고, 낯설어지고 어쩌면 혼자보다 몇 갑절 고독한 순간을 맞게 될 것이라느니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저자는 결혼에 대해 명예롭고 책임감 있게 이뤄내야할 의무임을 속삭이고 있다. 독자들은 그런 그녀의 맑은 영혼안에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 저절로 결혼을 예찬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을 믿는다.

 

  결혼에 대한 저자의 지혜는 ‘화폭의 제한’과 ‘절벽에 부딪는 파도’의 비유에서 커다란 깨달음을 준다. 저자의 은유는 정곡을 찌르며 당황한 화폭에 붓댈 줄 모르고 서있는 독자를 이끈다. “끝이 안 보이는 거대한 화폭 앞에서는 제아무리 천재 화가라도 손을 들 수밖에 없다. 화가의 붓끝을 열광시키는 것은 화폭의 제한, 그것이다. 자유는 한계의 힘을 먹고 산다. 자유는 한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무한한 호흡이며 활발한 운동이다. 해안선과 절벽이 없다면 대양은 육지를 삼키고, 구멍 난 가죽 자루에서 새는 물처럼 영원 속으로 세차게 흘러가 길을 잃으리라.“

 

  결혼을 앞둔 연인들에게 저자가 던지는 격려의 한마디는 책 곳곳에 숨어있다. 결혼은 불가능에 대한 강렬한 도전, “한평생 만만한 일 언저리에서만 맴도는 것이야말로 비극이 아닐까?”라며 의문부호를 날린다.

 

  이미 결혼한 부부에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지혜로운 말도 곳곳에 숨어있다. “결혼은 다르다. ‘상대방’은 내 존재의 경계선까지 바싹 다가와 나와 대면한다. 놀라운 재간으로 수위들을 모조리 따돌리고 무대 뒤까지 쳐들어온다. 내가 무대에서 그럭저럭 연기를 하고, 남들에게 보여줘도 될 만큼만 보여주는 것을 구경하는 걸로는 그 사람 성에 차지 않는다.” 내 존재의 경계선까지 바싹 다가와 나와 대면하는 사람, 그 사람에게는 내가 또 그러하리라. 존재의 경계선까지 바싹 다가간 채로.

 

  결혼한 지 세월이 꽤 지나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식고 존중이 덜해질 때는 저자의 가르침대로 이 말을 되새기면 좋을 듯하다. “남편 혹은 아내가 자기가 모르는 데서 감동하고 즐기고 사랑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면, 자기가 상대방의 유일한 행복의 원천이기를 꿈꾸려 한다면, 적어도 이런 각오를 해야 한다. 머지않아 자신이 상대방의 유일한 불행의 원천이 되리란 것.”

 

  결혼하기 전이나 결혼생활 중이나 ‘거리를 유지하라’는 저자의 가르침은 깊이 새겨둘 일이다. 그 거리라는 것은 ‘냉랭함이 만든 거리가 아니라 열정이 빚은 거리’임을 분명히 잊지말라하고 가르치고 있다. 당신은 초대되었을 뿐이다. 당신은 소집되었을 뿐이다. 이젠 남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간성과 성실성을 위해 명예로운 의무를 다할 일만 남았다. 그녀의 영혼은 결혼예찬이 아니라 할 도리 다 하라는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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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쉘 실버스타인 지음 / 살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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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우리에게 친숙한 ‘셸 실버스타인’의 유고집이다. 원어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 우리말로 번역한 김기택 역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물론 원작자의 철학과 상상력을 온전히 전달하는데 충실할 뿐이지만. 그래서 때로는 우리 글로 번역된 시 맞은편에 원어를 그대로 옮겨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욕심을 갖는다. 제목도 그래서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보다 원제, 'Every Thing On It'이 더 감칠맛 나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궁금하다. '햄버거가 아니라 핫도그였을까'

 

  신나게 소리지르다가, 높은 나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흔들거리다가, 너무 신나고 재미있어서 마음껏 소리를 지르는데 그 소리가 “와아” ------“WOW”였고, 그러다가 폭탄처럼 나무 아래로 떨어진 후, ‘와아’ 신나게 외치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엄마” ------“MOM”였다. M과 W를 거꾸로 놓아 스토리를 만들었다.

 

  또, 경찰대신 ‘제발’을 부르세요에서는 경찰Police를 Please로 바꿔 스토리를 꾸민다. 이야기의 시작은 “경찰청이 제복을 바꾸더니 ‘제발청’이 되었답니다.”였고.

 

  저자의 상상력과 깊은 철학이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게다가 작은 핸드북으로 제작되어 평상시 지참하여 자투리시간에 읽으면 딱인 책이다. 반전과 응징이 매력이다. 모든 상상이 어린이의 시각에서 출발하여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뒤집어놓는다. 그의 개구진 그림은 아버지를 물구나무 세워 걷게 하고는 아이들에게 어서 흩어진 동전들을 주워가라 꼬드긴다.

 

  마법 유리병 속의 요정 지니가 하인이 아니라 악당으로 나와 불러낸 주인을 감히 부려먹는다. 졸지에 그 악당놈의 설거지며 심부름을 해야했던 주인공은 독백인지 방백인지 넋두리를 남긴다.

“어건 정말 내가 바라던 그 마법이 아니야.

어떤 마법 유리병을 여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의 모든 게 달라지는 것 같아.“

 

  가려워 손닿지 않는 등을 긁어달라던 녀석이 실컷 시원함을 즐기더니 안면을 싹 바꾼다.

아이들은 웃고 말겠지만 배신의 쓴맛을 아는 어른들은 웃으면서 눈물이 날테다.

“으흐흐 아하하 으흐흐, 정말 시원하다. 고맙다, 친구야. 끝도 없이 고마워......

돈 달라고? 왜? 무슨 돈? 나는 이제 하나도 가렵지 않은걸.“

 

  생일축하잔치에 아무도 오지않는다면? 아이가 생일상을 차려놓고 학교에서 친구들을 모아올 시간을 맘조리며 기다리는 엄마들은 그 속 잘 알 것이다. 밤새 준비한 풍선과 달콤한 케잌앞에 기념사진을 단 둘이 찍게 될 것을 상상하는 엄마는 없을테다. 그러나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다. 내 생일을 내가 축하하면 그만인 것을. 혼자 다 먹고 혼자 춤도 출 아이가 속을 아리게 한다.

“내 생일 축하합니다!”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그림에서 저자가 엉거주춤 뒤를 돌아보며 묻는다.

“내가 떠나가면

내가 떠나가면 너는 뭘 할 거니?

누가 너에게 글을 써 주고 그림을 그려 주지?

더 똑똑한 사람이? 새로운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 그건 아마도 너일 거야?“

 

  어른이 된 어린이를 울리고 웃긴 그의 마지막 메시지가 나를 손가락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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