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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와 수수께끼 - 실리콘밸리 기업가의 성공하는 삶을 위한 아주 특별한 가르침
랜디 코미사 지음, 신철호 옮김 / 럭스미디어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에필로그 ‘길’에서 저자 랜디 코미사는 오토바이로 미얀마를 여행하던 중에 스님한분을 어느 고찰에 데려다 주었다가 그곳에서 고승으로부터 수수께끼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 ‘1미터 아래로 계란을 떨어뜨려 깨뜨리지 않는 방법은?’ 먼 길을 태우고 간 그에게 다시 원래있던 곳에 데려다 달라는 염치불구한 스님덕분에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야경을 만나며 목적이 아닌 과정에서 얻는 황홀한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어느 날, 스코틀랜드의 인적 끊긴 길에서 전깃불처럼 스쳐가는 확신으로 그 해답을 찾는다. “여행이란 주어진 보상 그 자체이다. 다른 건 아무 것도 없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그게 끝일 뿐이다. 만약 계란을 1미터 아래로 떨어뜨리면서 깨뜨리지 않으려면 거리를 1.5미터로 늘리면 된다.”
랜디 코미사는 창의적인 삶을 좇아 실리콘밸리를 종횡무진 누비는 창업전도사이며 가상의 CEO, ‘버츄얼CEO’다. 그에게 지인의 소개로 찾아온 재기넘치는 젊은이 레니가 나타나며 이야기가 열린다. 첫 장의 원어제목은 ‘The Pitch’인데 이 용어에는 ‘팔아먹으려고 늘어놓는 끊질긴 권유’라는 뜻이 들어있다. 레니가 랜디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딱 팔아먹으려고 늘어지는 모습이었다.
랜디는 철부지 젊은이의 굽힐 줄 모르는 의지에 반하면서도 사업하는 사람의 기본은 그게 아니라고 호감을 절제한다. 레니를 평가하는 부분을 보자. ‘사업을 시작하려면 그 정도(열정, 의지)는 기본이다.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약간 비이성적이고 분석이 불가능할 만큼 열정적이어야 한다. 사업에 대해 의심이 들더라도 믿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레니는 집착을 향해 가도록 세팅된 자동장치 같았다.’
레니와 그의 동업자를 만나며 저자는 ‘의욕drive과 열정passion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음을 지적한다. 열정과 의욕은 전혀 다른다. 의욕drive은 인생에서 당장 해야하는 것, 혹은 의무와 같은 걸 의미하며 열정passion은 진정 자신의 내면이 원하는 걸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주고받는 메일이 섬세하며 날카롭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와 창의적인 개발자들 사이에서 수많은 가교가 되었던 그의 경험과 지혜와 안목이 책 여기저기에 펼져져 있다.
레니의 사업아이템은 인터넷 장례사업이다. Funerals.com, 이 평생을 바쳐도 좋을 만한 사업을 레니가 ‘돈이 되는 황금사업’이라며 달려들고 있을 때, 랜디는 차분하게 이들의 아이디어를 정의한다. ‘이 사업은 총체적인 인생설계사업이며 이 아이디어는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관한 사업 내용이다’라고.
레니의 가능성에 끌려 퓨너럴닷컴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는 이 실리콘밸리의 철학자는 조언과정에서 실리콘밸리의 생리와 그곳 사람들의 특성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거나 없애기 위해 위험수위를 조절하기보다는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실패는 성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업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는 세월을 보내면서 사업이라는 게 돈을 버는 일이 아닌, 창의력을 펼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마치 회화나 조각처럼 스프레드시트보다 캔버스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의 개성과 예술성을 보여 줄 분야라고 말이다. 왜냐고? 사업의 핵심은 변화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기술“에서는 리더의 세 가지 유형을 개에 비유하여 설명하는데 첫째가 비전을 제시하고 일관성있게 팀을 꾸려나가는 레트리버, 둘째가 시장의 냄새를 밑고 기업입지를 다질 브러드하운드, 그리고 셋째는 일관성과 결단성, 책임감을 두루 갖춘 허스키가 그것이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전문가들이라면 ‘누구나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며 바로 벤처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단계별 대표의 세 유형인 것이다.
단순한 돈벌이에서 생의 총체적 설계사업으로 정의를 새롭게 한 젊은이에게 랜디 코미사가 던지는 화두는 첫머리에서 고승이 그에게 던져 25년만에 답을 찾게 된 그 무엇과 크게 다르지 않다. 랜디는 사업의 중심에 항상 사람이 있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답은 지름길 너머에 있다.
그가 생각하는 리더는 ‘사람들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위대해질 수 있도록 자극을 주며,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그의 임무는 그 일을 ‘그런 리더에게 맡기고, 조화롭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안철수교수가 추천하였고 부록으로 안철수 교수의 KAIST강의록이 첨부되어 있다. 이 시대 청년들에게 전하는 13가지 조언이 제대로 의미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