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약속, 그 모든 미친 짓들에 대한 예찬
크리스티안 생제르 지음, 홍은주 옮김 / 다른세상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사상가이자 휴머니스트 영성가로 명성이 높은 크리스티안 생제르의 결혼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담은 글이 모여 170쪽 분량의 작은 위로의 책이 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연인들에게는 등대가 되고 이미 결혼하여 격랑에 돛단배 나아가듯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는 부부에게는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고 항로를 고쳐잡는 나침반이 될 책이다.

책 표지에 결혼은 돌아올 차표없이 떠나는 여행이라는 등, 큰 활자로 색인된 글들은 저자의 주장이 아니라 결혼에 대한 일반인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저자는 그 ‘돌아오는 차표없이 떠난’ 인생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딛고 선 유일한 바위’라고 말하고 있다.

 

  결혼은 ‘명예를 건 의무’이다. 그렇지만 감히 어느 누구도 세상의 부부들에게 돌아올 차표없는 여행이라느니 권태도 맛보고, 낯설어지고 어쩌면 혼자보다 몇 갑절 고독한 순간을 맞게 될 것이라느니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저자는 결혼에 대해 명예롭고 책임감 있게 이뤄내야할 의무임을 속삭이고 있다. 독자들은 그런 그녀의 맑은 영혼안에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 저절로 결혼을 예찬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을 믿는다.

 

  결혼에 대한 저자의 지혜는 ‘화폭의 제한’과 ‘절벽에 부딪는 파도’의 비유에서 커다란 깨달음을 준다. 저자의 은유는 정곡을 찌르며 당황한 화폭에 붓댈 줄 모르고 서있는 독자를 이끈다. “끝이 안 보이는 거대한 화폭 앞에서는 제아무리 천재 화가라도 손을 들 수밖에 없다. 화가의 붓끝을 열광시키는 것은 화폭의 제한, 그것이다. 자유는 한계의 힘을 먹고 산다. 자유는 한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무한한 호흡이며 활발한 운동이다. 해안선과 절벽이 없다면 대양은 육지를 삼키고, 구멍 난 가죽 자루에서 새는 물처럼 영원 속으로 세차게 흘러가 길을 잃으리라.“

 

  결혼을 앞둔 연인들에게 저자가 던지는 격려의 한마디는 책 곳곳에 숨어있다. 결혼은 불가능에 대한 강렬한 도전, “한평생 만만한 일 언저리에서만 맴도는 것이야말로 비극이 아닐까?”라며 의문부호를 날린다.

 

  이미 결혼한 부부에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지혜로운 말도 곳곳에 숨어있다. “결혼은 다르다. ‘상대방’은 내 존재의 경계선까지 바싹 다가와 나와 대면한다. 놀라운 재간으로 수위들을 모조리 따돌리고 무대 뒤까지 쳐들어온다. 내가 무대에서 그럭저럭 연기를 하고, 남들에게 보여줘도 될 만큼만 보여주는 것을 구경하는 걸로는 그 사람 성에 차지 않는다.” 내 존재의 경계선까지 바싹 다가와 나와 대면하는 사람, 그 사람에게는 내가 또 그러하리라. 존재의 경계선까지 바싹 다가간 채로.

 

  결혼한 지 세월이 꽤 지나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식고 존중이 덜해질 때는 저자의 가르침대로 이 말을 되새기면 좋을 듯하다. “남편 혹은 아내가 자기가 모르는 데서 감동하고 즐기고 사랑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면, 자기가 상대방의 유일한 행복의 원천이기를 꿈꾸려 한다면, 적어도 이런 각오를 해야 한다. 머지않아 자신이 상대방의 유일한 불행의 원천이 되리란 것.”

 

  결혼하기 전이나 결혼생활 중이나 ‘거리를 유지하라’는 저자의 가르침은 깊이 새겨둘 일이다. 그 거리라는 것은 ‘냉랭함이 만든 거리가 아니라 열정이 빚은 거리’임을 분명히 잊지말라하고 가르치고 있다. 당신은 초대되었을 뿐이다. 당신은 소집되었을 뿐이다. 이젠 남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간성과 성실성을 위해 명예로운 의무를 다할 일만 남았다. 그녀의 영혼은 결혼예찬이 아니라 할 도리 다 하라는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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