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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당신에게
강인규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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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보수’의 이중성에 대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남긴 말이 있다. “따뜻한 보수, 듣기는 좋은 말이지요. 그러나 뜻은 이런 겁니다. 도와주고 싶어. 진짜로. 하지만 알잖아. 우리가 그렇게 못한다는 거.” 씁쓸한 웃음이 절로 난다. 기득권을 공고히 나눠 가진 자들이 아껴 쓰는 이 말의 본뜻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알고 있다. 그렇게 못한다는 거. 하는 짓 보아하니 그럴 뜻 추호도 없을 것이라는 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같이 나누자 함께 가자하면 바로 종북세력이 어쩌니 하며 매도해 버리는 몹쓸 병을 앓고 있다. 합리적 이성이 마비된 사회가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정당한 몫을 나누자 하면 서민주제를 알라 면박주고 복지를 얘기하면 살림 거덜날 듯 호들갑을 떤다. 권력, 정치, 문화, 교육 그리고 상식, 그리고 공동체. 저자는 이 정부 들어 우리가 모른 척 하는 사이 망가지고 바스러져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아픔으로 되돌아온 것들을 자세히 이 책에 담아 놓았다.


지금 여기,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공동체를 부활시키자’는 한마디 전하기 위해 망가지고 박살난 현재의 우리 모습을 치밀하게 준비하여 선명하게 내놓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 언어의 정의마저 혼란스러운 가치의 혼돈속에서 저자는 ‘따뜻한 보수’라는 말에 속아 아직도 넋을 잃고 있는 주권자 민주시민들의 권리와 사명을 일깨우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이 즈음에 정신을 바짝 차리라고 꼬집는다.


이 책은 큰 줄기로 ‘정부가 망가뜨린 것’과 ‘우리 자신이 망가뜨린 것’을 그려내며 결론으로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홀려 사람가치 묵살하고 상식과 공동체를 망친 이 정권이 온갖 검은 돈으로 추악하게 저물어가는 모습을 본다. 자비, 사랑, 명예 그리고 양심! 저자는 우리 삶을 움직이는 동기가 결코 돈만이 아님을 힘주어 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예문은 탄성이 절로 나고 저자의 예리한 분석은 무릎을 치게 한다. 날카롭게 짚으면서도 날에 베이지 않고 웃어넘기게 한다. 명함과 동영상을 놓고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 때, 자신은 ‘비비케이가 이명박 대통령 소유임을 확신한다’고 외치는 저자의 패기가 든든하다.


한국 기업이 자랑하는 ‘친절 서비스’에는 생존의 절박함이 묻어나는데 그 절박함이라는 게 기업편에서의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베푸는 직원 개인편에서의 절박함을 말한다고 하니 뒷설명이 궁금하다. “게다가 이 친절은 같은 친절로 보답받지 못한다. 스스로 왕이라고 믿는 손님으로부터도, 직원의 명줄을 쥐고 있는 고용주로부터도...” 그리고 가슴 후련하도록 이렇게 정리한다. “고용주는 차별화도 안 되는 고만고만한 상품을 내놓고 나서 직원들에게 몸으로, 모욕으로 때우라고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손님은 유세 떨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생존을 무기로 친절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소비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피해야 할 무례다.”


누리꾼들이 ‘OO녀’라며 열심히 퍼 나르는 ‘김여사 현상’을 주시한다. 저자는 이 현상을 통해  (여성이라는)약자를 조롱하는 비겁한 사회의 일면을 파헤친다. 건장한 사내가 지하철에서 여중생을 수 십 분간 성추행하는 동안 아무도 폰카를 꺼내지 못했다는 사례에 맞대본다. 이는 용기없는 자가 ‘만만한 상대만을 물고 늘어지는’ 패배주의에 찌든 비열한 공명심이 만연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야만의 언어로 ‘지방대학’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 인재발굴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있다. 한 사회가 남을 얼마나 잘 배려하는지는 ‘약자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 살펴보면 된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서의 장애인. 어느 사회든 10%가 장애인이라고 가정할 때, 우리가 길에서 마주치는 10명중 1명이 장애인이 아니라면? 이는 “그들이 부당하게 감금되어 있음을 뜻한다.” 우리 사회엔 아직도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하는 한국사회 보수세력의 주장이 무지와 몰이해의 산물인 것임은 그의 신랄한 한마디로 납득이 된다. “일자리가 복지인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복지이다.”


망가진 교육 편에서 영어병을 지적한다. “어쩌다 길에서 마주치는 외국인에게 길 안내를 하는 것이 공교육의 목표가 아니라면, 차기 정부는 영어교육을 우선순위로 내세운 교육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중략) 이런 기본적인 교육 없이 영어 실력만 강조해서 얻을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은 무엇인가?”


저자는 침팬지조차 배려와 협력의 본능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 동물실험을 예로 들며 ‘사회적 본능’을 회복하자고 주장한다. 새벽기도에 참석할 아파트주민들이 배달사원들은 승강기를 사용하지 말라며 민원을 냈다는 것을 예수님이 그들의 새벽기도에 어떤 응답을 주실까 의구심을 갖는다. 예수님의 활금률 “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예수는 물론 침팬지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에필로그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당신에게’ 저자가 남기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이미 ‘예수라면 어떻게 하실까’에 앞서 ‘침팬지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지만 ‘사회적 본능’을 되찾는 것만이 한국이 몰락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살만한 세상이 별건가. 네 꿈이 이루어져야 내 꿈도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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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1
최진기 지음 / 스마트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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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왕초보 입문자를 위한 최고의 안내서이다. 숲을 보여주면서도 나무와 꽃의 아름다움이 현란하다. 인문학에 대해서 이 책에서 다룬 내용 정도만 알면 되겠다 싶다. 저자는 장 보드리야르부터 동양의 장자까지 42개의 생각을 정리한 ‘인문학의 지도책’이라고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인문지식을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사회현상과 접목시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장점이다.

 

저자는 이 책을 순서대로 한 번 읽고, 다시 거꾸로 한 번 읽기를 권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생존하며 현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재의 철학자들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고 플라톤, 맹자 등 철학의 기초가 되는 내용들이 후미에 배치되어 있으니 일반적인 순서라면 뒤에서부터 먼저 읽는 것이 맞다 할 것이다.

 

현대사회의 철학과 문화를 비중있게 다루는 동시에 역사적으로 정치철학 및 과학철학 그리고 현대, 근대, 동서양 고전 등 현대사상의 기초를 훑고 있다. 아울러 인문특강 10강좌(총 6시간) 동영상 DVD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어 시청각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손닿는 곳에 두고 사전처럼 활용할 수도 있고 고요한 하루를 얻어 깊이 있는 인문학 산책을 떠나도 좋을 문학, 역사, 철학의 종합 안내서다.

 

각 장의 사이사이에는 ‘덤&덤’코너를 마련하여 그 장에서 다룬 내용과 연관있는 사례들,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어진 ‘확인하고 넘어가기’코너에서는 “출간 전 이 책의 내용을 접한 인문 왕초보 독자 중 많은 분들이, 읽을 때는 이해가 되었는데 읽고 난 후에는 내용이 헷갈린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확인하고 넘어가기’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라고 하여 그 장에서 다룬 주요내용을 깔끔하게 되새기도록 제공하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어느 전범의 재판과정에 참여했을 때 자신이 무죄임을 주장하는 터무니없는 상황을 보며 당신의 죄는 ‘사고의 무능성’과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이라 주장하여 ‘악의 평범성’이 사람의 영혼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한다. ‘악의 평범성’이란 평범한 사람들이 악조차도 일상처럼 성실하게 반복함으로써 윤리관이 무뎌져 악에 이용당하고, 나아가 악을 돕는 관성의 폐해를 말한다. 이러한 사례가 비단 히틀러에게 복무한 독일전범들 뿐이겠는가?

 

문명충돌론을 주장한 헌팅턴은 미래의 가장 위험한 충돌로서 “서구의 오만함, 이슬람의 편협함, 중화의 자존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할 것”을 예견하면서 “특히 탈냉전 세계의 중요한 국제관계의 경연장이 있다면 그것은 아시아, 그중에서도 특히 동아시아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를 ‘문명의 가마솥’이라 표현한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내용으로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을 다루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녀의 끈기가 대단하다. 26세가 되던 해에 현장연구를 시작하여 모두들 석 달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수군거렸지만 그곳에서 40년을 버텨낸다. 그녀는 연구자의 필수덕목이 천재성이 아니라 ‘끈기’임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그녀가 낯선 인간을 경계하는 침팬지 무리에게 다가가는 데 무려 1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때 그녀가 다가간 거리가 90m 전방, 90cm가 아니라 90m!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소개한 ‘칼 포퍼’의 사상은 대선을 앞둔 우리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열린사회를 판단하는 지표는 ‘폭력에 호소하지 않고 지배자를 교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하며 그것이 가능한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다. 우리 한국사회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일까?

 

인간사회는 진보했지만 왜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빈곤으로 죽어가는가에 대한 가장 유명한 답변으로서 경제학자 멜서스를 덤&덤에서 소개하고 있다. ‘식량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가 빈곤하다’는 주장으로 유명한 그의 본모습은 역사상 최악의 무자비함을 보여준다. “교양있는 상류계급은 성욕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인구를 줄일 수 있지만, 가치 없는 하류계급은 성욕을 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기근, 전쟁, 전염병으로 죽어나가야 한다... 끔찍한 기근이 너무 자주 찾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망률을 낮추려는 어리석은 노력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촉진하는 편이 낫다. 예를 들어 빈민들에게는 불결한 습관을 권하고 도시의 골목을 더 좁히고 많은 사람들이 좁은 집에 살게 만들어 페스트가 잘 번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게 어디 학자가 할 말인가? 게다가 멜서스, 그는 목사였다.

 

‘헨리 조지의 사상과 한국의 자산’에서는 우리나라의 자산, 특히 토지자산에 대한 부의 불평등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한 수준임을 언급하고 있다. 부의 불평등 정도에 따라 편중이 심하면 1, 평등하면 0으로 지니계수를 표시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토지지니계수는 무려 0.85. 토지공개념과 종합토지세 부과 등의 역사적 사례가 있으나 모두 유명무실해 지고 점점 빈부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우리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무위하고 절로 자연하다 - 장자’편에서 소개한 무위자연의 유래 이야기가 재미있다. “예전에 자기의 그림자를 무서워하는 자가 있었다. 그는 그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정말 미친 듯이 뛰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심장이 터져서 죽어버리고 말았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면 될 것을...” 그림자는 마라톤을 한다고 등산을 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무그늘 속에 들어가 쉬면 자연히 없어지는 것이었다! 오늘 문득 장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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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식탁 - 지친 내몸과 마음을 위한
이원종.이소영 지음 / 청림Life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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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법이 잘못되었다면 약이 소용없고, 식사법이 옳다면 약이 필요없다는 고대 아유르베다의 속담으로 첫장을 시작한다. 부제에서 밝혔듯 지친 내 몸과 맘을 위해 정성을 다한, 영혼이 담긴 음식으로 식탁을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좋은 식사법과 좋은 음식 정보가 가득 들어있다. 차례는 제1장, 영혼을 치유하는 음식을 시작으로 제2장,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방법, 그리고 제3장, 영혼의 식탁을 위한 준비이다.

 

  이렇게 영혼과 결부된 음식, 영혼이 담긴 식탁을 소울푸드라고 표현할 수 있다. 소울푸드는 196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음식으로서 ‘흑인들이 예전에 먹던 음식을 그리워하면서 부르게 된 흑인들의 전통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현대에 다시 등장하여 ‘영혼이 담긴 음식’ 또는 ‘먹으면 힘이 나는 음식’ 등의 광의로 쓰이고 있다. 소울푸드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적으로 자란 신선한 재료를 선택하여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으로, 그 속에 마음이 담겨 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먹는 음식’이라는 게 저자의 정의다. 우리 표현에 ‘신토불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겠다.

 

  저자는 몸을 망치고 영양의 밸런스를 깨뜨리는 최고의 원인으로 ‘과식’을 주저없이 꼽는다. 살이 찌는 이유는 다른 이유가 없이 무조건 “과식”이라는 주장이다. 과식의 해로움을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따라 설명하고 있다. “과식하면 소화흡수가 채 되지 못한 잉여물이 생기고, 잉여물이 늘어나면 어느덧 노폐물이 되어 혈액 속에 쌓임으로써 혈액을 더럽히는 원인이 되며, 혈액이 더러워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염증이 생겨 모든 질병의 근원이 된다. 또한 혈압이 올라가고 고지혈증이 되며,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반면에 소식하면 우선 몸이 날씬해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쉽게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고 하니 우선 먹는 양을 조절하고 나서 음식의 질을 논해야 할 것이다. 과식에 대한 쓰레기통의 비유는 극단적이기는 하나 이해를 돕고 행동을 끌어내기에 최고의 비유다. “나는 인간 쓰레기통이 아니다. 하나밖에 없는 귀한 몸에 필요는 없고 그다지 먹고 싶지도 않은 음식들을 내 몸 안에 버릴 필요가 없다.”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먹거리를 구입할 것을 권한다. 그것을 조금 적게 먹는 것이 최선의 건강유지법이라는 설명이다. 일상에서 간단히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마트나 시장에서 땡처리하는 굵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른 척 지나가자. 천 원 짜리 3킬로를 먹지 말고 3천원짜리 1킬로를 먹자. 책 속에는 갖가지 음식정보가 들어있다. 영혼을 위한 식탁이라는 것이 쉽게 차려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 정성을 다해 식탁을 차렸다면 음식 하나하나를 내 소중한 몸에 소중하게 넣어 주자.

 

  친환경 마크가 붙어 있는 농산물에는 모두 ‘친환경 인증번호’가 부여된다고 한다. 혹시라도 인증마크만 있고 인증번호가 없다면 진위를 의심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식품은 날 것으로 먹어도 소화가 가능하고 영양가도 더 풍부하다. 주곡에 대해서는 씨눈이 남아있는 발아식품을 권장한다. 음식, 피, 물의 3독을 없애주는 매실의 효능을 소개하고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여행거리인 푸드마일리지에 대해 설명한다. 장거리를 날아온, 소울푸드가 아닌, 우리 식탁의 값싼 미국산 소고기가 꺼려지는 이유다. 일상에서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영혼을 위한 식탁을 차리자. 영양밀도가 높은 음식을 먹어 불필요한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음식을 정성껏 요리해서 골고루 먹자. 가능하다면 직접 재배해 먹자.

 

  천천히, 생각하면서, 음미하면서 먹자. 영혼의 식사법을 알려준 이 책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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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성공학 - 사마천에게 배우는 인생 경영 비법
김원중 지음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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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문철(史文哲)의 표본으로 일컬어지는 사마천의 사기를 세계최초로 완역한 김원중 교수의 책, 사기성공학으로 만났다. 사기는 중국 고대 왕조부터 한나라 초기인 기원전 100년을 전후해 쓰인 역사서로서 인물들의 서사를 중심으로 기술된 기전체의 대표적인 역사서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문장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제후, 재상, 민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관조하며 철학적 주장을 펴고 있어 단연 고금의 명저로 손꼽힌다.

 

  사기성공학이 주목한 것은 역사서 사기가 갖는 학문적 의미가 아니라 사기 속 인물들의 생애와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철학의 재발견이다. 불굴, 소통, 용인, 전략, 처세의 다섯 장으로 나뉜 책에는 46명의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실크로드의 효시가 되는 장건, 저자는 진시황의 만리장성이 전통과 보존의 상징이라면 실크로드는 개방과 개혁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며 그 실크로드의 개척자가 된 장건의 일대기를 소개한다. 여정에 포로가 되어 흉노 땅에서 가족을 이루기까지 하였으나 끝내 왕의 명을 지켜 서역 여행길의 정보를 안고 돌아온 장건에게서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책임의식이 세계를 변혁시키며 역사를 발전시킨다는 교훈을 얻는다.

 

  기자의 이야기에선 청렴함의 정도를 배운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끝내 종 부리고 싶다는 인간의 본원적 탐욕과 욕망을 훈계한다. “그 사람이 상아 젓가락을 사용하면 반드시 옥으로 된 잔을 쓸 것이고, 옥잔을 쓰면 반드시 먼 곳의 진귀하고 기이한 물건들을 탐낼 것이다. 수레와 말, 궁실의 사치스러움이 이것으로부터 점점 시작될 것이니 (나라는)흥성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고조 유방에 얽힌 인물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천하를 얻는 자는 먼저 인재를 얻는다. 그러나 정작 유방은 내세울 게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사마천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보여준다. “오죽하면 사마천도 기이한 이야기로밖에 그의 남다른 풍모를 보일 수 없었을까.” 그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이유는 리더의 인물됨이 어떠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힘도 아니고 뛰어난 지략도 아니었다. 저자가 찾은 유방의 세 가지 장점은, 첫째,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는 점. 둘째, 능력 있고 어진 사람을 적재적소에 쓴다는 점. 셋째, 마음을 비우고 간언을 잘 받아들인다는 점이라 한다.

 

  빈객이 수천명에 이르렀던 인재사냥꾼 맹상군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리더가 어떤 인재관을 가져야 하는지 잘 설명해 준다. 우선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가 그 출발이다. 맹상군은 다른 빈객들이 같은 상에 앉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던 두 인물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한다. 개흉내를 내며 도둑질에 정통했던, 닭울음소리를 잘 내는 것 외엔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던, 그들이었다. 인재는 리더가 만든다는 것을 맹상군이 보여주고 있다.

 

  ‘교만이 불치병이다’편에서 명의 편작의 일화를 소개하며 사마천은 ‘고칠 수 없는 병’ 여섯 가지를 적고 있는데 그중 ‘교만하고 방자하여 병의 원리를 논하지 않는 것‘, ’몸을 가벼이 여기고 재물이 아까워 병을 치료하지 않는 것‘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중국의 하, 은, 주 고대국가에서부터 춘추전국시대까지 어떤 별들이 뜨고 졌는지 역사와 인물의 행적을 좇아 교훈을 찾아내고 있는 김원중의 사기 성공학은 회사에서 거리에서 잘 보면 보일 것 같은 인간관계의 전형들을 소개하고 있는 사문철의 작은 백과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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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약속, 그 모든 미친 짓들에 대한 예찬
크리스티안 생제르 지음, 홍은주 옮김 / 다른세상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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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가이자 휴머니스트 영성가로 명성이 높은 크리스티안 생제르의 결혼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담은 글이 모여 170쪽 분량의 작은 위로의 책이 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연인들에게는 등대가 되고 이미 결혼하여 격랑에 돛단배 나아가듯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는 부부에게는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고 항로를 고쳐잡는 나침반이 될 책이다.

책 표지에 결혼은 돌아올 차표없이 떠나는 여행이라는 등, 큰 활자로 색인된 글들은 저자의 주장이 아니라 결혼에 대한 일반인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저자는 그 ‘돌아오는 차표없이 떠난’ 인생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딛고 선 유일한 바위’라고 말하고 있다.

 

  결혼은 ‘명예를 건 의무’이다. 그렇지만 감히 어느 누구도 세상의 부부들에게 돌아올 차표없는 여행이라느니 권태도 맛보고, 낯설어지고 어쩌면 혼자보다 몇 갑절 고독한 순간을 맞게 될 것이라느니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저자는 결혼에 대해 명예롭고 책임감 있게 이뤄내야할 의무임을 속삭이고 있다. 독자들은 그런 그녀의 맑은 영혼안에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 저절로 결혼을 예찬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을 믿는다.

 

  결혼에 대한 저자의 지혜는 ‘화폭의 제한’과 ‘절벽에 부딪는 파도’의 비유에서 커다란 깨달음을 준다. 저자의 은유는 정곡을 찌르며 당황한 화폭에 붓댈 줄 모르고 서있는 독자를 이끈다. “끝이 안 보이는 거대한 화폭 앞에서는 제아무리 천재 화가라도 손을 들 수밖에 없다. 화가의 붓끝을 열광시키는 것은 화폭의 제한, 그것이다. 자유는 한계의 힘을 먹고 산다. 자유는 한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무한한 호흡이며 활발한 운동이다. 해안선과 절벽이 없다면 대양은 육지를 삼키고, 구멍 난 가죽 자루에서 새는 물처럼 영원 속으로 세차게 흘러가 길을 잃으리라.“

 

  결혼을 앞둔 연인들에게 저자가 던지는 격려의 한마디는 책 곳곳에 숨어있다. 결혼은 불가능에 대한 강렬한 도전, “한평생 만만한 일 언저리에서만 맴도는 것이야말로 비극이 아닐까?”라며 의문부호를 날린다.

 

  이미 결혼한 부부에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지혜로운 말도 곳곳에 숨어있다. “결혼은 다르다. ‘상대방’은 내 존재의 경계선까지 바싹 다가와 나와 대면한다. 놀라운 재간으로 수위들을 모조리 따돌리고 무대 뒤까지 쳐들어온다. 내가 무대에서 그럭저럭 연기를 하고, 남들에게 보여줘도 될 만큼만 보여주는 것을 구경하는 걸로는 그 사람 성에 차지 않는다.” 내 존재의 경계선까지 바싹 다가와 나와 대면하는 사람, 그 사람에게는 내가 또 그러하리라. 존재의 경계선까지 바싹 다가간 채로.

 

  결혼한 지 세월이 꽤 지나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식고 존중이 덜해질 때는 저자의 가르침대로 이 말을 되새기면 좋을 듯하다. “남편 혹은 아내가 자기가 모르는 데서 감동하고 즐기고 사랑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면, 자기가 상대방의 유일한 행복의 원천이기를 꿈꾸려 한다면, 적어도 이런 각오를 해야 한다. 머지않아 자신이 상대방의 유일한 불행의 원천이 되리란 것.”

 

  결혼하기 전이나 결혼생활 중이나 ‘거리를 유지하라’는 저자의 가르침은 깊이 새겨둘 일이다. 그 거리라는 것은 ‘냉랭함이 만든 거리가 아니라 열정이 빚은 거리’임을 분명히 잊지말라하고 가르치고 있다. 당신은 초대되었을 뿐이다. 당신은 소집되었을 뿐이다. 이젠 남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간성과 성실성을 위해 명예로운 의무를 다할 일만 남았다. 그녀의 영혼은 결혼예찬이 아니라 할 도리 다 하라는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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